지난 주말에 제주도 이호테우해변에서는 13회 제주여성영화제의 사전 행사로 벨기에/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애니메이션인 <아주르와 아스마르 Azur et Asmar>를 상영했습니다. 2006년 (한국에는 2008년)도에 개봉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이미 내용은 대부분 알려졌으리라 보고 결론부분의 내용을 좀 다루겠습니다. 본론에 앞서서... 영화평을 잠시 하자면... 어린이들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기는 하지만 극적 긴장감이 너무 없는 이야기 구성에는 조금 실망스럽지만, 화려하고 이국적인 색채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어느 정도로 극적 긴장감이 없냐하면은 디아블로3에서 60 만렙의 캐릭터가 노말에서 디아블로를 잡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이나 미국을 중심으로한 애니메이션과 다르다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장면에서 요정 '진'은 아주르와 아스마를 사이에 두고 자신의 신랑감을 선택하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서로가 요정 진의 신랑감으로 적합하다고 서로 양보하는 상황에 이르고, 요정 진도 바로 선택을 못하는 상황에 이릅니다. 선택이 너무 어려워서 아주르의 보모이며 아스마리의 어머니인 제난도 호출하고, 극중에 출연했던 현자나 삼슈사바 공주, 아주르의 길잡이 크라프 등을 모두 호출해서 누가 진의 신랑감으로 적합한지를 묻지만 어느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때 요정 진의 사촌인 엘프가 현장에 도착해서 음악에 맞춰서 엘프는 아주르와, 진은 아스마르와 춤을 추게 되고 그 때 엘프는 아주르보다는 아스마르가, 진은 아스마르보다는 아주르가 더 마음에 든다고 고백하면서 결국 진과 아스마르, 엘프와 아주르가 커플이 됩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은 끝납니다. (더 자세한 줄거리... 여기참조)
이 마지막 장면에 중요한 원리가 하나 숨어있습니다. 바로 선택문제와 매칭문제입니다. 진이 아주르와 아스마르를 저울질 할 때는 풀지 못했던 선택문제가, 엘프가 개입되면서 매칭문제가 되면서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매칭문제가 된다고 해서 항상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님) 문제를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그냥 어려운 문제일 수가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극히 쉬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최적화 문제에도 듀얼리티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A를 극대화하는 문제를 A의 dual인 B로 변경해서 B를 극소화하는 해를 찾는 방법입니다. A를 극대화할 때는 문제가 어렵지만, 의외로 B를 극소화하는 해는 쉽게 구할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B를 극소화하는 해는 또 A를 극대화하는 해가 됩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에서도 선택문제에서는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것을 관점을 바꿔 매칭문제가 되면서 너무 쉽게 풀려버렸습니다. 어떤 어려운 문제가 주어졌을 때, 주어진 조건으로만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같은 해를 가지는 다른 문제로 바꿔서 시도해보면 쉽게 문제가 풀릴 수가 있습니다. <뷰티블 마인드>에 나오는 게임이론에서도 비슷합니다. 모든 남성들이 한명의 우월한 여성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경쟁하면 아무도 그 여성과 커플이 될 수가 없지만, 그 여성 주변의 친구들에게 눈을 돌려서 서로 커플이 된다면 모든 남녀가 커플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균형, 즉 내쉬균형 상태가 최적의 해는 아닐 수가 있습니다.
디아블로에서 아이템을 바꾸는 상황으로 치환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새로 득템한 또는 구입한 아이템이 기존의 것보다 생명력도 더 높고 공격력도 더 높으면 큰 고민이 없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생명력이 더 높으면 공격력이 좀 떨어지고, 공격력이 더 높으면 생명력이 기존 것보다 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들어, 득템한 헬멧이 생명력 +10, 공경력 -5라면 새로운 아이템으로 변경해야할까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이때 생명력 -5, 공경력 +10인 벨트를 하나 더 득템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냥 헬멧만 또는 벨트만을 교체할 때에는 생명력과 공경력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립니다. (물론, 캐릭터에 따라서 생명력과 공격력 중에서 더 중요한 속성이 있고, 또 둘의 속성의 비중이 같다고 하면 당연히 +5가 될테니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0/-5 헬멧과 -5/+10 벨트를 동시에 교체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러면 헬멧과 벨트를 동시에 교체하면 생명력 +5, 공격력 +5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쉽게 교체하게 됩니다. 이상의 디아블로 아이템 교체가 완벽하게 선택문제와 매칭문제를 설명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문제의 phase나 관점 viewpoint를 조금만 바꾼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서나 아니면 취미생활 등에서 매번 선택문제 또는 랭킹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면 고민이 됩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또는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우수하냐를 판단하는 그런 선택/랭킹문제로 문제를 제한해서 풀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 다른 요소를 추가해서 이를 매칭문제로 만들어서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물론 매칭문제 또는 매치메이킹 match-making 또는 퍼펙스 메리지 문제 perfect/stable marriage problem이 쉽게 해결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난제가 있을 때 그 문제의 차원 dimension이나 스페이스 space를 조금 바꿈으로써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머신러닝/데이터마이닝에서도 PCA나 LDA와 같이 차원을 낮춤으로써 문제를 쉽게 해결할 때도 있고, SVM 또는 kernel function을 사용해서 차원을 높임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듯이 현실의 문제를 문제 그대로가 아니라 다른 차원, 다른 관점, 다른 스페이스의 문제로 치환해서 접근하면 의외로 쉬운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스포츠에서도 양 구단 사이의 트레이드/협상 카드가 맞지 않을 때는 3개 구단, 4개 구단 간의 다자간 트레이드를 실시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