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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제주 다음인 마을을 꿈꾸며...

이야기의 시작은 제주에 내려온 지도 꽤되었는데 제주에 나만의 집을 가져보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작년 한해 동안은 부동산에 올라온 여러 매물들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정직하게 말하면 내 능력의 범위 내에서 매력적인 매물이 없었다는 것이 맞다. 수중에 5억, 10억 이상의 돈이 있다면 꽤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평소에 원하던 그런 스타일의 집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그런 집은 지금 돈이 많다면 바로 구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가난한 독신 개발자가 돈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이래저래 눈은 높아져서 그냥 그런 집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작년 한해의 숙원사업인 제주에서의 전원주택 구하기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서 차츰 더 마음이 가는 것은 그냥 적당한 땅을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집을 짓는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니고, 또 어쩌면 그냥 지어진 집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기에 그냥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사이에, 지난 7월 GET 세번째 여행에서 0_1 스튜디오의 조재원 소장님과의 얘기할 기회가 생겼고, 이야기 중에 다음인 공동체 마을에 대한 얘기도 나왔었다. 사실 작년 가을 경에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으로 땅을 구입해서 집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는 했었다. 그런데 얘기를 구체화하기도 전에 여러 명이서 땅을 구입해서 토지를 나누면 서로 좋은 땅을 갖겠다는 이기심이 발동해서, 그냥 사이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얘기도 듣고 또 너무 가까이서 모여살다보면 서로 불편한 점도 생기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생겼다. 물론 같이 모여살면 좋은 점이 많지만, 만에 하나 나쁜 일이 발생하면 그 좋던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 얘기를 전진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중에 다시 다음인 마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제주에서의 전원주택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모아서 오프라인 모임을 먼저 가져볼까도 생각했지만, 먼저 글로써 생각/비전을 제시해둘 필요가 있을 것같아서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바라기로는 회사에서 땅을 몇 천평 사서, 개인 주택을 원하는 이들에게 1~200평씩 거래가로 불하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회사에서 제주도에 사옥으로 아파트 10채정도 보유하고 있다. 호가가 모두 다르겠지만, 1채당 2억을 잡더라도 약 20억의 돈이 사옥을 마련하는데 소요되었다. 그 돈이라면 평당 50만원하는 땅을 (적당히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의 땅을 기준으로 삼음) 4000평이나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이렇게 마련된 땅을 2~30명의 직원들에게 주택용지로 불하해주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집을 짓고 살게 되면 그곳이 다음인 마을 1호가 된다. (다음인 마을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이런 인위적인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주면 더 좋을 것같다.) 왜 회사 본사는 제주까지 내려와서, 직원들은 그냥 아파트에서의 생활을 그냥 받아들이도록 놔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의 회사 사택이라면 전원주택마을이 괜찮을 듯하다.

물론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주택에서 생활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함께 모여서 공동체를 이룬다면 불편한 점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함께 주택을 건설하게 되면 (기본 베이스) 설계를 공유하고, 시공도 함께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건축비도 많이 줄어들 걸로 예상된다. 그리고 공동으로 사용할 장비들은 함께 구매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예를들어, 바베큐 그릴, 애초기 등의 잡다한 공구/농기계 등) 서로 아이를 돌봐주거나 외부 위험을 감시하는 등의 공동체로써의 장점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면서 생긴 여러 노하우들을 외부에 공유하거나, 아니면 그런 공동체를 운영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후에 생겨날 다양한 공동체들의 운영시스템 OS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은 사업적 기반이 될 것같다. 다음이라는 회사가 그냥 인터넷 포털을 넘어서 이런 종류의 컨설팅과 솔루션까지 제공해주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는 그냥 B2C 인터넷 서비스라든가 그냥 검색률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 등의 1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공동체가 형성되면 두레나 품앗이 등의 전통생활양식을 경험하게 되고 또 여러 형태의 대안화폐제도도 만들어질 걸로 예상된다. 그런 대안경제에 대한 경험은 또 다른 서비스로의 가능성을 제공해줄 거다.

지난 주말에 친구 가족이 제주도에 놀러왔다. 숙소를 서귀포 쪽에 잡아서 만나지 못했지만, 떠나면서 친구가 '제주도에 땅 1~200평정도를 사두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200평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아닐 거고, 그냥 제주에 별장 비슷하게 만들어두고 싶다는 얘기일 거다. 이 메시지를 받는 순간 다음인 마을의 2~30% 정도는 외부인 (다음인과 관계가 있는)에게 개방하는 것도 좋을 것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함께 집을 짓고, 여행을 올 때마다 그 집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그들이 제주도에 없는 동안에는 마을 공동체에서 그 빈집을 관리하면서 게스트하우스처럼 대여를 해주는 거다.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머물지 않는 11개월 동안 집이 잘 관리되어서 좋고, 내부인들 입장에서는 게스트하우스가 생겨서 친구/친척이 놀러오면 그 집에서 머무르게 할 수도 있고, 또 유료로 임대를 해줄 수도 있고... 그리고 회사에서 필요하다면 출장이나 워크샵으로 내려오는 많은 이들은 별도의 호텔/펜션을 예약할 것이 아니라 그냥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를 수도 있고.... (비수기에 제주 호텔에서의 1박은 최소 7만원이 들어감) 또 이런 예약시스템이나 공동체 운영솔루션을 만들어서 또 다음의 서비스의 한 꼭지로 확장해보고... (별장의 공용 게스트하우스화 아이디어는 조재원 소장님의 플로팅L을 다녀왔을 때도 잠시 떠올랐던 생각인데, 친구의 문자를 보고 더 구체화된 것입니다.)

혼자서 단독주택을 짓기를 망설이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부지 선정이다. 제주시와의 거리에 따라서 지대의 차이가 많이 난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은 땅값은 싸지만 회사에 출퇴근하기에 너무 멀거나 한라산 중산간지역이라서 겨울에 (눈 때문에) 생활하기에 어렵다. 여러 모로 생활하기 편한 제주시 인접 지역은 평당 2~300만원, 또는 출퇴근이 편한 지역도 평당 1~200만원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땅을 구입하고 정작 집을 지을 돈이 없다. (아파트 구입비 2.5~3억 정도로 주택용지구입 및 건축비로 사용된다는 가정 아래) 그런데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면 돌아가면서 카풀로 출퇴근을 해도 되기 때문에 거리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모여서 생활하면 서로 불편한 점도 많겠지만 주말에 여가 시간도 함께 보내고 소풍을 가더라도 바로 모여서 바로 떠날 수도 있고... 마을 구석에 공동 농장/텃밭도 가능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제주시/서귀포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밭/목장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개인이 1~200평씩 나눠서 땅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단체로 구입해서 분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소규모 땅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시내권이나 택지가 조성된 곳인데, 그런 곳은 땅값이 비싸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렇게 집짓기를 하거나 공동체를 만들어서 운영을 해보고 싶은 것은 단순히 내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욕심때문만은 아니다. 매일같이 곳곳에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는데 전문 설계/시공자들 외의 일반인들은 어떻게 집이 지어지는지 등의 풀스토리가 잘 공유되지 못하는 것같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그런 정보를 모아서 들려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흩어진 정보를 모아서 습득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내가 집을 짓게 된다면 그런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서 후발주자들이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미 관련 책도 있지만, 전문가의 시각과 나같은 아마추어의 시각이 다를테고, 또 실제 소형 주택을 갖는 이들은 나 같은 아마추어들일테니 나와 비슷한 이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들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같다. 일종의 공동체 운영시스템 COS (Community Operating System) 같은 것. 도심에서 벗어나 전원주택 또는 귀농도 일종의 트렌드다. 다음이 그런 귀종족들을 위한 매뉴얼 및 솔루션을 만들어서 제공/컨설팅해준다면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포텃이나 게임 등의 눈에 보이는 서비스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영역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 다음이 제주로 이주한지도 7년이 넘었는데,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제주이전의 노하우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는 점과 그래서 이후에 제주 또는 다른 지방으로 이전하는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런 선례를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단 집짓기 뿐만 아니라, 현재 다음 내의 비공식조직인 즐거움연구회에 속하는 이유도 다양한 재미있는 시도를 하면서 그런 재미를 또 다른 서비스로 연결해보고 싶은 사심때문이다. 내가 즐거움과 열정을 가진 것을 서비스로 만든다면 1000만명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적어도 10만명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의 최근 런칭한 서비스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가, 처음부터 1000만명을 목표로 잡기 때문이다. 그냥 열혈 10만명, 100만명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서 그걸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은데... 누가 말단인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랴...)

사장님.. 제주의 쓸데없는 아파트는 모조리 처분하시고, 그냥 집 지을 땅이나 구입해서 불하 좀 해주세요. 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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