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풀렸는지 여부를 바로 보여주는 곳이 잡마켓입니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졌다는 것은 미래 경기에 대해서 낙관적이어서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더 많은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 주변에 많은 이들이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떠난 사람만큼이 채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위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뭔가를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그것에는 사람도 포함됩니다. 간혹 떠나는 이들과 이직에 대한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직 전에 HR과 직접 상사들과 면담의 시간을 가집니다. 보통의 경우는 그냥 더 같이 일하자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진짜 그/그녀가 필요한지 아니면 예의상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냥 더 함께 하자고 말한다고 합니다. 같은 peer에 있는 동료가 떠나는 경우에는 그저 아까운 마음과 이별이 싫어서 좀 더 생각해보면 안될까?라고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결심을 내렸을 때, 아니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렸다면 그냥 떠나라고 말합니다. 그게 떠나는 이에게나 남겨진 이들에게 더 마음 편하게 이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HR이나 상사들이 '남아달라'고 말하는 것은 참 무책임한 말입니다. 예의상 남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히 엿같은 상황이지만, 떠나는 이들이 새로운 결심을 하기까지 그/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 보상해주지도 않았으면서 이제 떠날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왜 이제껏 그/그녀의 능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그/그녀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에 불만/고민/어려움이 있는 줄 몰랐다고 변명을 대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아는 사실을 몰랐다라고 잡아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그녀에게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줘서 더 머무르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어느 순간 직원들은 회사의 하나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그것도 언제든지 고장나면 바로 교체할 수 있는 부속품으로 바뀌었습니다. '네가 나가고 싶으면 그냥 나가라.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그만이니.'라는 생각을 가진 경영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저 직원은 숫자 1에 불과합니다. 1이 빠졌으면 1을 더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화학적 결합으로 이뤄진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는 사람의 군집에서는 1이 빠져서 1을 채워넣는다고 해서 예전의 모습을 만들 수 없습니다. 조직에서의 어른이 또는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직원들이 화학적 결합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한 숫자로써 직원을 생각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학 때, 경영 효율화를 위한 다운사이징이니 리스트럭쳐링, 구조정 등을 아무런 생각없이 배웠던 저의 어리석음이 지금은 후회가 됩니다.)
한번 떠났던 이들이 다시 들어오려고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저 반가운 얼굴을 다시 본다는 것 이상으로 기쁩니다. 경영학 연구에서는 재입사하는 경우 더 성과를 잘 낸다고 합니다. 이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그들이 회사에 다시 들어왔을 때 그 회사의 문화/분위기 등을 이미 알고 있기에 바로 적응해서 또 바로 성과를 낸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많은 회사들은 재입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같습니다. 그렇다고 HR에서 더 좋은 사람들을 리쿠르팅해오는 것도 아닙니다. (방금 적은 한 문장은 자체 필터링해서 지웠습니다.)
남는 사람은 정말 쿨하게 떠나는 사람을 보내줘야 합니다. 지난 번에 한 명을 별로 안 좋게 보낸 것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는 소리를 간접적으로 전해듣고는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나의 감정에는 무관하게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되어있습니다.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나머지는 남게 되다면 그냥 쿨해져야 합니다. 내가 연봉을 더 올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업무를 조정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 그냥 같은 피어일 뿐인데, 뭔 요량으로 그들에게 더 남아달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요. 이별이 아쉬울 뿐이지 떠나는 이들의 꿈을 믿고 그들을 격려해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꿈을 찾아서 떠나는 모습은 아릅답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마음이 흔들렸을 때 바로 떠나라고 말합니다. 더 남아있어봤자 별로 좋은 꼴도 못 볼테니..
한 명은 가고, 한 명은 들어오고, 또 한 명은 남고... 그냥 생각이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