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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문화가 서비스다.

주의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할 반응은 '뭐야 이거?'일거다라고 추측한다. 논리로 글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 
서비스는 사람이다. 사람으로 향하는 것이 서비스고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서비스다. 언제부턴가 기술 중심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제품은 그저 제품일뿐 서비스가 아니다. (편의상 글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는 인터넷 제품/서비스를 뜻한다.) 서비스한 사람의 경험에 바탕을 둔다. 그저 제품을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그걸 잘 활용하는 걸로 착각한다. 그렇게 나온 많은 제품들이 사람들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제품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제품이 나온다. 그렇게 경험에서 나온 제품이 서비스다. 사람을 향한 제품이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되고, 사람으로부터 나온 제품이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된다. 경험이란 한번의 실행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누적된 일관된 실행이 패턴이 되고, 경험이 된다. 그런 경험이 시대에 전해지고 세대에 전파되면 문화가 된다.

문화
다음이라는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있다. 이 사람들은 정말 고집스럽게도 카페와 메일을 사랑한다는 거다. 벌써 성장의 모멘텀과 변화의 시기를 놓쳐버린 그걸 끝내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며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순간이다. 카페라는 것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편하게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공간에서 비롯되었다. 메일이라는 것도 형태가 이메일이나 웹메일로 바뀐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사람들 간의 소통의 경험이 새로운 수단으로 변화된 거다. 아고라라는 토론의 장도 결국은 광장이나 시장과 같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 그리고 그 장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이 제품이 된 거다. 카페, 한메일, 아고라 등의 나름 성공했던 모든 제품들은 사람의 경험이 새로운 형태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다음
언제부턴가 다음에서 새로운 제품 또는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서 성공한 제품이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카피캣이 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품 (또는 회사)을 바라볼 때 기술중심인가? 아니면 사람중심인가?를 묻곤한다. 단언컨대 다음은 기술중심의 회사는 아니다. 기술은 그저 거들뿐... 그렇다고 사람중심의 회사인가? 그럴뻔은 했었던 것같다. 가끔 사람들 사이에 '다음은 뭘 하는 회사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색에 종사하고 있지만, 다음은 그냥 검색도 하는 미디어회사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과연 다음이 미디어 회사인가?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또 망설여진다. 그런데 어제 대화 (거의 듣는 수준이었지만) 중에 다음의 시작이 문화였다는 얘기에 나름 힌트를 얻었다.

시작과 끝
다음이 초기에 인터넷 갤러리를 시작했다. 오프라인의 갤러리라는 경험을 인터넷의 서비스로 만들었다. 그런 서비스를 통해서 사람들은 또 다른 경험을 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친목모임이라는 경험을 통해서 카페를 만들 수 있었던 것같다. 그와 같은 경험들이 한메일도 만들었고, 아고라도 만들었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다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인터넷 전반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마을 공동체에서의 품앗이 전통이 서로 묻고답하고 하는 지식iN이 되었고, 굳건한 단일민족이니 친족중심의 문화가 1촌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후에도 카카오톡이니 몇명 성공한 제품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다. 이제는 더 이상 욹어먹을 문화적 토양을 상실한 느낌이다.

핀터레스트
처음 이 글을 적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핀터레스트 Pinterest'때문이다. 큐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핀터레스트 이전에도 대한민국에 비슷한 제품이 나왔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어째서 미국에서 핀터레스트가 발전할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약 1년반정도의 미국 생활에서 나름 힌트를 얻었다. 대부분의 공공건물 입구에는 게시판이 놓여있다. 대학/연구소의 소식을 알리는 경우도 있고, 축하메시지를 알리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으로 파티를 알리는 경우도 있고, 벼룩시장이나 구인구직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게시판이 핀터레스트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대학에도 다양한 게시판들이 있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같다. 단순히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당국의 일방적 통보의 장으로 활용되었지 속의 사람들끼리의 친목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던 것같다. 가끔 대자보는 붙지만, 그것은 당국에 대한 저항정신의 표현일뿐...

즐거움
언제부턴가 우리는 즐거움을 잃었다. 다음이라는 곳이 그냥 치열한 삶의 전쟁터가 되었다. 그렇게 문화의 토양이 잠식당했다. 그 이후부터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화는 전쟁의 산물이 아니라, 유희의 산물이다. 즐거움이 없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가 나올 수 없고, 빈약한 문화적 토양에서는 문화를 누림으로써 얻는 경험이 없고, 그렇기에 경험이 서비스가 되지 못한다. 그냥 사람들을 가정하고 제품만 찍어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제품들은 사람들이 외면한다. 다음을 떠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속으로는 박봉이니 승진의 기회가 없다느니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재미가 없다'라는 거다. 재미는 태생적으로 일의 결과물이 아니다. 어쩌면 결과물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결실
재미는 그냥 결실이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부대낌을 통해서 조금씩 쌓여갔던 삶의 패턴들. 그 일상들이 모여서 하나의 문화가 된다. 다양한 패턴들이 다양한 문화를 이룬다. 그런 인고를 통해서 얻어진 문화. 그걸 누리면서 만들어낸 결실이 재미다. 그런 재미가 사라졌다고 한다. 도전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전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된 욕구가 아니다. 그냥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이상의 의미가 없다. 더이상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줄 수 없는 곳에서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기가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떠난다. 문화의 존재가 새로운 서비스라는 결실을 만들듯이, 문화의 부재가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이식
문화의 부재는 어쩌면 조직의 경화에서 온건지도 모르겠다. 부드러움을 상실한 조직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다양함을 잃은 조직이 새로움을 창발시킬 수 없다. 입에 자유가 없는 인간에게서 몸의 자유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렇게 조직이 굳어지고 사람은 그 조직에 적응한다. 적응하면 그냥 만족하고 그렇지 못하면 처음에는 욕도 해보지만 결국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떠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조직의 안전이 지켜진다. 이렇게 경화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공신들부터... 그러나 산에서 거목을 옮겨심는 경우는 없다. 어린 묘목을 옮겨심는다. 어린 묘목을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가꿔나가야지 새로운 푸른 산을 만들 수 있다. 잘 가꿔진 거목은 문화재가 되고, 그렇지 못한 거목은 그냥 뗄감이 될 뿐이다. 푸르고 푸른 우리의 강산은 거목이 아닌 어린 묘목에 달려있다.

희망
그렇기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 묘목들에게 기대를 해야 한다. 그들에게 역사를 알려주고 문화의 가능성을 심어줘야 한다. 그런데 교육을 통해서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래서 조만간 교육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글을 적을 예정이다. 아님 말고) 어린 세대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한다. 그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만 있다면 다음이라는 회사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도 희망이 있다. 지금은 희망의 씨앗을 뿌릴 때... 중세의 암흑기 이후에 르네상스의 시기가 도래했다. 해뜨기 직전의 새벽이 가장 어둡다. 대설과 한파 이후에 봄이 찾아온다. 지금은 분명 대한민국 인터넷의 중흥기는 아니다. 그저 오래 전 유물을 그냥 사용만 하고 있을 뿐, 미래를 위한 새로운 유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을 노래한다.

무논리
참 글을 길게 적었지만 논리도 없고 핵심도 없다. 이런 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제 밤에 글을 적다가 지웠던 이유가 있었다. 말이 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하고 싶었던 말은 서비스는 문화의 결실이고, 경험의 결심이고, 사람의 결실이다라는 거다. 기술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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