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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4년... (나는 이제 관광객이다.)

작년에도 글을 적었는데 (다음에서의 3년 3 Years in Daum), 또 1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업무적으로는 지난해의 포스팅에서 크게 다를 바도 없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보낸 1년정도로 평가하면 됩니다. 무난함이 제 인생을 설명하는 유일한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4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점점 한계에도 부딪힌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삶이 도전이 아니라 일상이 되면서부터 그날이 그날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냥 주어진 24시간 이상의 의미를 갖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에 애월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문득 스쳐간 생각이 있습니다. 제주에 내려온지도 4년이지만 나는 제주에서 어떤 사람인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뭍사람들은 제주하면 관광지로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4년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관광객으로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제주의 토박이 현지인으로 융합되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그들에게는 저는 낯선 이방인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제 성격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은 제가 현지에 유합되어 살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제주에서 관광객으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결심입니다. 4년동안 많은 곳들 돌아다녔고 꽤 유명한 식당들도 돌아다녔지만, 늘 관광객이 아닌 그냥 지친 삶의 여유를 위한 순간의 산책이었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 맛집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어느 한 순간도 그냥 편하게 즐기기 위해서 제주를 돌아다녀보지도 못했던 것같습니다. 그래서 5년차를 맞으면서 이제 관광객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여유와 자유의 시간을...

 그러고 보니 지난 1년은 제주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었습니다. 4월 봄부터 계속 제주의 단독/전원주택을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제주의 부동산 특성도 많이 파악했고,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 작다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인정해주도 않는 높아진 저의 눈만 확인했습니다. 가진 것은 없으면서 눈만 높으니 아직 집을 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타협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차선책으로 직접 주택을 지어볼까?라는 고민이 계속되는데, 5년차를 접어들면서 부동산 경기에 대한 걱정도 생겨나고 다음에서의 제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까라는 현실적인 걱정도 생겼습니다. 이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관광객으로써의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로 발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한해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더 좋은 서비스에 대한 생각들도 있었고, 더 멋진 삶에 대한 생각들도 있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얘기는 이 글에서는 일단 접어두겠습니다. 더 멋진 삶에 대한 생각 중에 하나는 바로 제주의 삶에 대한 책을 적어보는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위의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십시일반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더 관광객으로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더 많은 곳을 다니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지 하나의 잘 익은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새롭게 카메라도 장만해서 더 멋진 풍경들도 담고 싶습니다. 더 많은 나만의 추억이 더 많은 우리의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제 삶을 설명하는 세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렇게 살았다는 의미보다는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의 키워드입니다. 여러 번 밝혔는 것같은데 바로 자유 다양 재미입니다. 삶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삶에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삶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이것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우리는 빈곤한 삶을 살게 됩니다. 상상력이 빈곤해지고 열정이 빈곤해지고 도전이 빈곤해집니다. 첵바퀴 일상에서는 상상력도 열정도 도전도 필요없습니다. 그런 삶은 자유도 다양도 재미도 없는 삶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광객으로 살기는 이 세가지 키워드를 잘 설명해주는 것같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제 삶에는 반감기가 있습니다. 처음 20년은 경산에서 살았습니다. 다음 10년은 포항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면 제주에서의 삶은 5년정도가 될까요? 그렇다면 올해가 더욱더 중요한 해가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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