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태계에서 경쟁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순위는 너무 가혹하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독점이 아닌) 산업에서는 1등과 2등 (그리고 그 이하)이 엄연히 존재한다. 전자업계에서는 오랜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고, 이동통신업계에는 SKT, KT, LGT가 존재하고, 인터넷포털업계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가 있다. 앞의 문장에서 틀린 부분이 있다. 바로 '라이벌'이다. 실제 위의 업계/기업들을 보면 라이벌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1등과 2등의 격차가 너무 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1등은 50%이상의 공고한 선두체제를 유지한다. 50%라는 것은 법적인 독과점 제재에 의한 것이 많기 때문에 그런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는 1등이 70%이상의 마켓쉐어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곳이 인터넷검색업계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70%이상의 MS를 가져가고, 세계적으로는 구글이 그렇다.
이런 시장의 경쟁체제와 순위싸움을 보면서 매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2등 기업이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1등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같은데 그런 경우를 별로 목격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져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펼칠 때는 하룻밤 사이에도 순위가 계속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이미 공고한 경쟁체계가 갖춰진 시장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1등과 2등의 격차/갭이 일반 범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벌어져있고, 그 간극을 메우기가 참 어렵다. 여러 경영전략서들이 다양한 분석과 방법들을 제안해주고 있지만 현실에서 각각의 경우에서 제대로 먹혀드는 것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2등 기업이 1등 기업에 한참을 뒤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쉽게 2등 기업들이 창의력이 부족하겠지, 또는 2등 기업이 게으르겠지, 한방을 터뜨릴만큼의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하겠지, 또는 극단적으로 2등 기업은 이미 2등 마인드가 깊이 박혀 있어서 1등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도 말한다. (2등 마인드란, 그저 치열하게 경쟁해서 1등이 되어 여러 곳의 견제를 받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2등이 되어서 1등 기업의 따라쟁이만 되어 시장에서 살아남아보자는 그런 생각... 많은 이들이 LG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부끄럽게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인 다음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들을 한다. 2등정신. 이것은 곧 꼴찌정신이다.) 나도 매번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다음이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여러 서비스들을 보면서 쓴소리도 끊임없이 내뱉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을 다녀오면서 왜 2등이 1등을 추월하기 어려운가?에 대한 한가지 힌트를 얻었다. 고만고만한 경쟁이 아닌, 격차가 벌어진 경쟁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부연설명을 위해서) 이번 겨울에 벌써 윗세오름에 4번째로 다녀왔습니다. 지난 세번은 영실로 올라서 어리목으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어리목으로 올라서 영실로 내려왔습니다. 영실코스는 등산로가 오픈되어있지만, 어리목코스는 코스의 처음 반은 숲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지난 주중에 눈이 많이 와서 (입산통제까지 되었음) 토요일에 재개방되었을 때는 등산로에 많은 눈들이 쌓여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어리목으로 오르셨지만 눈길등산로는 겨우 한명만 지나갈 정도로 협소했습니다. 그리고 (관광)버스 등으로 단체 등산객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좁은 등산로로 많은 이들이 몰렸기 때문에 중간에 난코스가 있거나 누군가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거나 아니면 내려오시는 분들과 겹치게 되면 좁은 등산로에 긴 정체가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걸어올라갔지만 너무 지루해서 선두로 올라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무리해서 등산로 옆으로 눈이 상대적으로 덜 다져진 길로 추월했습니다. 50m정도의 짧은 추월이었지만 눈길의 오르막은 참 힘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등산행렬의 선두를 차지한 이후였습니다.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올 때는 별로 힘들지도 않고 지루하기만 했는데, 막상 옆길로 모든 사람들을 추월한 이후에는 추월하는데 너무 많은 힘과 에너지를 소비해버려서 선두로 나선 이후에는 더 이상 더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없었습니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비축해두었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버렸기 때문에, 선두를 유지하거나 또는 더 치고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단기적인 레이스에서도 이렇게 힘든데 장기적인 레이스에서는 더욱 선두로 치고나가는 것이 힘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두에 선 이후에 더 이상 전진할 에너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렵게 선두를 탈환했더라도 정상적인 페이스로 전진하던 원래 선두에게 다시 선수를 빼았겨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던 고만고만한 시장에서는 선두로 치고나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격차가 별로 없다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2년 정도 집중해서 투자하고 열심을 내면 1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초기에 나름 앞서갔다고 생각했던 넷티앙이나 프리챌이 어느 순간 다음에 추격되고, 또 어느 순간 네이버에 추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잇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소소한 SNS들이나 모바일앱들을 보면 고만고만한 경쟁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순위가 바뀌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그런데 이미 격차가 벌어진 1등과 2등의 싸움에서는 순위가 바뀌기가 참 어렵습니다. 1~2년 정도 집중투자해서 순위를 바꿀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격차가 이미 많이 벌어진 상태에서는 3~5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동안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지 겨우 1등과 근접하거나 역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산행의 경험에서 보여주듯이 그렇게 집중해서 몰빵하는 사이에 그동안 비축해두었던 모든 에너지 (리소스)를 모두 허비해버리고, 정작 선두에 나간 이후에는 더 이상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깜짝 1위를 하고 나서 영원히 도태되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역전을 한 이후에도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더 많은 인력과 투자금이 2등 기업에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경쟁은 결국에는 모두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1년이 넘는 3~5년 또는 10년 이상을 1등이 되기 위해서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잠시 집중에서 따라 가다가도 제풀에 겨워서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 이런 이유에서 2등 기업이 1등 기업을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영원히 2등 기업으로 남아있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앞의 글에서도 이미 힌트를 줬습니다. 격차가 큰 시장에서의 1등이 아닌 고만고만한 시장에서의 1등이 되고 그리고 계속 투자해서 더 큰 격차를 벌여나가면 됩니다. (고만고만한 시장이 규모가 작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초기의 경쟁이 치열하고 아직 순위가 결정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즉, 기존에 있던 시장에서 바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시장에서도 기존 1등이 더 잘 나갈 개연성은 높습니다.) 기존 시장의 문제점은 이미 자리를 굳건히 지킨 라이벌들이 정의해놓은 시장과 경쟁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기를 펴기 힘듭니다. 시장과 경쟁의 프레임을 누가 정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검색의 경우 구글과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거의 정의해놓은 시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확한 검색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구글에 밀리고, 더 많은 출처의 (보통 말하는 내부DB 또는 제휴정보) 정보를 구축하겠다고 나서면 네이버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그렇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구글과 다른 시장에서는 구글보다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누가 정의하느냐가 그 시장에서의 승부를 결정짓습니다.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해당 시장의 최초는 아니고, 시장을 처음 정의한 기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초기 시장이었기 때문에 확고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과 SNS에 대한 확고한 정의/틀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런 시장의 경쟁체제와 순위싸움을 보면서 매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2등 기업이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1등 기업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같은데 그런 경우를 별로 목격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져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고만고만한 경쟁을 펼칠 때는 하룻밤 사이에도 순위가 계속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이미 공고한 경쟁체계가 갖춰진 시장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1등과 2등의 격차/갭이 일반 범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벌어져있고, 그 간극을 메우기가 참 어렵다. 여러 경영전략서들이 다양한 분석과 방법들을 제안해주고 있지만 현실에서 각각의 경우에서 제대로 먹혀드는 것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2등 기업이 1등 기업에 한참을 뒤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쉽게 2등 기업들이 창의력이 부족하겠지, 또는 2등 기업이 게으르겠지, 한방을 터뜨릴만큼의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부족하겠지, 또는 극단적으로 2등 기업은 이미 2등 마인드가 깊이 박혀 있어서 1등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도 말한다. (2등 마인드란, 그저 치열하게 경쟁해서 1등이 되어 여러 곳의 견제를 받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2등이 되어서 1등 기업의 따라쟁이만 되어 시장에서 살아남아보자는 그런 생각... 많은 이들이 LG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 또 부끄럽게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인 다음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들을 한다. 2등정신. 이것은 곧 꼴찌정신이다.) 나도 매번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다음이라는 회사에 입사해서 여러 서비스들을 보면서 쓴소리도 끊임없이 내뱉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을 다녀오면서 왜 2등이 1등을 추월하기 어려운가?에 대한 한가지 힌트를 얻었다. 고만고만한 경쟁이 아닌, 격차가 벌어진 경쟁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영실에서 윗세오름 가는 길 (어리목에서는 힘들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습니다.)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비축해두었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버렸기 때문에, 선두를 유지하거나 또는 더 치고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단기적인 레이스에서도 이렇게 힘든데 장기적인 레이스에서는 더욱 선두로 치고나가는 것이 힘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두에 선 이후에 더 이상 전진할 에너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렵게 선두를 탈환했더라도 정상적인 페이스로 전진하던 원래 선두에게 다시 선수를 빼았겨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던 고만고만한 시장에서는 선두로 치고나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격차가 별로 없다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1~2년 정도 집중해서 투자하고 열심을 내면 1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초기에 나름 앞서갔다고 생각했던 넷티앙이나 프리챌이 어느 순간 다음에 추격되고, 또 어느 순간 네이버에 추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잇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소소한 SNS들이나 모바일앱들을 보면 고만고만한 경쟁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순위가 바뀌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그런데 이미 격차가 벌어진 1등과 2등의 싸움에서는 순위가 바뀌기가 참 어렵습니다. 1~2년 정도 집중투자해서 순위를 바꿀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격차가 이미 많이 벌어진 상태에서는 3~5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동안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지 겨우 1등과 근접하거나 역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산행의 경험에서 보여주듯이 그렇게 집중해서 몰빵하는 사이에 그동안 비축해두었던 모든 에너지 (리소스)를 모두 허비해버리고, 정작 선두에 나간 이후에는 더 이상 치고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깜짝 1위를 하고 나서 영원히 도태되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역전을 한 이후에도 계속 전진할 수 있는 더 많은 인력과 투자금이 2등 기업에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경쟁은 결국에는 모두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1년이 넘는 3~5년 또는 10년 이상을 1등이 되기 위해서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잠시 집중에서 따라 가다가도 제풀에 겨워서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 이런 이유에서 2등 기업이 1등 기업을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영원히 2등 기업으로 남아있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앞의 글에서도 이미 힌트를 줬습니다. 격차가 큰 시장에서의 1등이 아닌 고만고만한 시장에서의 1등이 되고 그리고 계속 투자해서 더 큰 격차를 벌여나가면 됩니다. (고만고만한 시장이 규모가 작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초기의 경쟁이 치열하고 아직 순위가 결정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즉, 기존에 있던 시장에서 바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시장에서도 기존 1등이 더 잘 나갈 개연성은 높습니다.) 기존 시장의 문제점은 이미 자리를 굳건히 지킨 라이벌들이 정의해놓은 시장과 경쟁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기를 펴기 힘듭니다. 시장과 경쟁의 프레임을 누가 정의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현재 검색의 경우 구글과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거의 정의해놓은 시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확한 검색을 만들겠다고 나서면 구글에 밀리고, 더 많은 출처의 (보통 말하는 내부DB 또는 제휴정보) 정보를 구축하겠다고 나서면 네이버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그렇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구글과 다른 시장에서는 구글보다 우선순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을 누가 정의하느냐가 그 시장에서의 승부를 결정짓습니다. (물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해당 시장의 최초는 아니고, 시장을 처음 정의한 기업이 아닙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초기 시장이었기 때문에 확고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검색과 SNS에 대한 확고한 정의/틀을 만들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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