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장 짧은 코스로 정했습니다. 바로 영실코스로 올라가서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평소에 자동차를 타고 가면 다시 차를 가져와야하기 때문에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아야 하지만, 겨울산에 자동차를 끌고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 이번에는 한라산 1100도로를 통행하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1100도로 버스는 제주터미널에서 시작해서 (맞나?) 신제주의 이마트 맞은편을 경유해서 1100도로로 갑니다. 저희는 오늘 이마트 맞은편에서 차비 1,500원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동절기와 하절기에 버스운행 시간이 다르겠지만, 지금은 매시각 정각에 터미널에서 출발합니다. (이마트 앞 정류장에는 매시각 정각에 이마트에 정차하는 것처럼 적혀있었지만, 오늘은 10시 20분경에 버스를 탔습니다. 눈 때문에 운행시간이 밀렸는 것인지 아니면 매시각 정각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10시 20분 경에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어리목, 1100고지, 영실 (매표소) 등에 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실에서 올라서 어리목으로 내려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신제주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
겨울산행에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평소같으면 그냥 간식거리 조금과 물한병정도만 챙겨서 산행을 하지만, 겨울산행은 춥고 바람불고 눈도 내리고/쌓였기 때문에 이런 것을 대비할 준비물들이 필요합니다. 눈덮인 산길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뭐니뭐니해도 아이젠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징밖힌 신발덧신 (??)) 입니다. 아이젠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비싸더라도 좀 좋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마트에 가면 3만원정도에 판매되는, 신발 전체를 감싸는 아이젠이면 됩니다. 이것보다 싼 제품은 신발의 일부만 감싸기 때문에 산행중에 자주 벗겨질 수 있습니다. 그래고 또 준비할 것은 스패츠 (발목을 감싸서 눈이 신발 및 바지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도구)입니다. 사실 스패츠는 눈이 내리고 있거나 아직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눈길이 제대로 나지 않았을 때 필요합니다. 이미 눈이 내린지 오래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미 통행했다면 굳이 스패츠를 부착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래도 눈이 한참 내리는 1월은 갑자기 눈이 더 내릴 수 있으니 따로 준비를 해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 외에는 눈보다는 바람과 추위에서 자신을 보호할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겨울산행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목와 얼굴 주위를 감싸줄 목도리가 필요합니다. 목도리가 없다면 수건 등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귀를 덮을 수 있는 모자도 거의 필수입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상의는 단순히 두꺼운 옷보다는 얇고 가벼운 옷을 여러겹 입는 것이 정석입니다. 산행 중에 기온 및 체온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몸의 열기로 더우면 얇은 옷 한두겹을 그냥 벗어버리면 되지만, 두꺼운 옷을 잘못 벗어버리면 급격한 체온변화 등으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등산화의 경우는 당연히 방수가 되면 좋습니다. (굳이 고가의 등산복과 등산화는 필요치 않습니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비들이면 충분할 듯합니다.) 그 외에도 갑자기 허기가 질 수 있으므로 초코바 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고, 추운 곳에서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분의 배터리도 준비하면 좋습니다. 또, 눈길에서는 눈이 부시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장갑이 빠졌네요. 스키장갑처럼 너무 커서 두한 것보다는 그냥 털실로 짠 장갑이면 충분합니다. 목장갑도 좋아요.
저희는 오늘이 겨울 산행이 처음이라서 여러 장비들이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이젠은 출발하기 직전에 이마트에서 3만원을 주고 급하게 구입했고, 스패츠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는데 아직 산길에 왕래가 적어서 1월까지는 스패츠를 함께 준비할 필요는 있을 듯했습니다.
영실코스의 경우, 영실매표소에서 2.5km 더 들어가면 주차장이 나옵니다. 평소에는 이곳에 주차해놓고 등산을 시작하는데, 겨울철에는 이 2.5km 구간이 눈 때문에 (자동차) 출입금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3.7km 코스가, 6.2km 코스가 된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로 영실을 갈 경우 버스는 (원래) 영실매표소까지만 가는 것도 참고하세요. 여기 2.5km구간이 생각보가 가파르기 때문에 산행 초반에 힘을 좀 뺄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날씨. 제주시나 서귀포시에서는 날씨가 좋더라도 한라산 정상부근에는 날씨가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출발전부터 윗세오름/백록담 주변에는 구름이 많이 끼어있었기 때문에, 작정하고 올라갔지만... 정상에 구릅/안개로 덮여있으니 시계가 너무 떨어지고 보고 싶었던 정상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추천컨대 한라산의 설경을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12월/1월보다는 2월의 날씨가 청명한 날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2월 경에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영실매표소에서 영실휴게소/주차장으로 오르는 길.
영실휴게소에 다와서...
영실휴게소에서 한 컷. (Path의 Pro 필터 적용) 원래 이곳에 예전 휴게소 건물이 있었는데, 지난 가을에 철거해서 지금은 경치를 구경하기에는 더 나아졌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윗세오름 정상의 절벽
상동.
설화가 만개한 나무.
오백나한.
오백나한 옆으로 멀리 서귀포/중문 쪽 바다가 보입니다. 이 높이까지는 아직 구름이 덮이지 않아서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오백나한.
계곡으로 눈이 흐러내려서 폭포를 이뤘는데, 폭포가 추위에 꽁꽁 얼었습니다. 원래 폭포/물길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설화 그리고 절벽배경
서귀포/중문 바다쪽 하나더.
멀리 보이는 절벽의 정상이 사실상 영실코스의 정상입니다. 그 다음은 평이한 평지코스입니다. (그런데, 눈덮이고 아직 길이 제대로 나지 않은 그 평지코스가 오늘의 최대 난코스였습니다.)
설화. 제주도 북서쪽을 바라보면..
영실코스를 오를 때마다 감탄하는 한라산의 절벽. 눈덮인 절벽은 더 멋있습니다.
눈덮인 계곡
계곡
조난방지를 위해 세워놓은 깃발, 그리고 그것보다 더 길게 자란 눈.
등산로...
설화를 넘어서 그냥 눈뭉치.
마치 상상 속의 동물을 보는 듯한 모습
나무를 아래쪽에서 보면... 이곳을 통과한 이후에는 평지코스인데, 그곳은 안개/구름이 많이 끼어서 시계가 나빠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가장 보고 싶었던 구간인데, 2월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길에 잠시... 수증기가 머리카락과 옷에 그대로 결빙되서 백발이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제 사진을 올린 건 거의 처음인 듯..)
어리목코스의 사제비동산 부근
설화. 어리목코스는 경치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눈꽃이 핀 나무를 밑에 보는 멋은 있습니다.
어리목 휴게소. 앞에 보이는 오름은 어승생악입니다. 간단하게 설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굳이 윗세오름에 오를 필요도 없이, 그냥 짧게 어승생악에 오르는 것도 좋은 대안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여건이 좋지 못해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습니다. 장갑 낀 손으로 아이폰의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것도 힘들었고, 정상부근에는 구름이 너무 많아서 시계가 나빠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시계도 나빴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 춥고 또 아직 눈길이 제대로 생기지 않아서 산행이 불편해서 많은 사진을 찍을 엄두도 못냈습니다. 오늘 현재 영실코스의 정상부근은 아직 길이 제대로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리목코스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왕래해서 길이 좀 더 나았습니다.
평소에는 자동차로 이동하는데, 왕복 1시간 그리고 산행에 총 2.5시간 정도해서 3.5~4시간이면 충분한 코스였는데, 오늘은 버스로 이동 (기다리는 시간 포함)하고, 눈길이 힘들기도 했고, 또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고 몸을 녹이는데도 시간이 많이 허비해서 총 6시간 걸렸습니다. 제가/저희가 오늘 걸었던 산행코스는 아래의 트립저널을 참조하세요. 영실매표소에서 500m정도 지난 곳에서부터 트래킹을 시작해서, 어리목휴게소 밑의 1100도로에서 트래킹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춥고 아이폰 제어가 힘들어서 중간의 웨이포인트는 모두 생략하고 시작과 끝부분만 남겼습니다. 총 14km를 (초반에 미포함된 곳 포함)를 약 4시간동안 걸었습니다. (참고로, 트립저널의 시간과 고도의 데이터는 좀 이상하게 남아있네요. 앱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버그가 포함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