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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다음'은 '애플'이 될 수 있을까? Identity over Differentiation

 이 글의 시작은 예전에 올렸던 "다음검색과 다음을 생각하며... "이다. 이 글의 후속 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저 글 속에서 밝혔던 '다음'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밤에도 깊은 생각에 빠졌다. 현재 '다음'의 상황이 과연, 흔히들 말하듯이, '차별화 Differentiation'의 실패인가?라고 스스로 물었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차별화의 실패가 아니라, '정체성 Identity'의 실패가 현재의 다음의 모습이다. 최근에 다음이 처한 상황과 다음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애플 Apple'로 생각이 흘러갔다. 분명 다음과 애플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겹치는 부분도 많다. 많은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모습은 또 다르다. 이 얘기를 계속 풀어가볼까 한다.

 둘은 '다르다.' 시작은 '다르다'로 해야겠다. 다음과 애플은 만드는 제품/서비스가 전혀 다르다. (최근에 많은 부분 겹치는 것도 존재한다.) 태생부터가 다르다. 두 기업이 만들어진 정치, 경제, 문화적 토양도 다르다. 그래서 결코 다음은 애플이 될 수가 없다. 다음이 애플과 비슷하게 닮아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애플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이게 이 글의 결론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둘은 '똑같다.' 만들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분명 다르지만,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면 둘이 쏙 빼닮은 구석이 있다. 바로 한때는 업계 1위 기업이었지만, 끝도 모를 곤두박질을 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다음의 추락은 떨어지다가 바닥에 닿기 전에 어정쩡하게 나뭇가지에 걸려서 겨우 목숨을 구했다면, 애플의 추락은 밑바닥보다 아래까지 추락했다는 점에서 둘의 추락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때 업계 1위 자리의 영광이 모두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리고, 둘이 조끔씩 살아날려고 꿈틀댄다는 점도 비슷하다. 물론, 지금 애플은 1등기업이다. 여기서 꿈틀그림이라고 표현한 것은 애플의 고전인 컴퓨터 마켓쉐어에서는 여전히 10%를 밑돈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다음은 검색점유률이 다소 정체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반전의 기회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꿈틀그린다고 표현했다.

 그래도 둘은 '다르다.' 왜? 모두가 인정하겠지만, 애플은 전통 컴퓨터 시장에서는 왕좌를 되찾지 못했지만, 음악/켄텐츠 및 모바일 영역에서 과거의 영광 이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다음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비슷한 경험을 한 두 기업이고, 다소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데 한 기업은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다른 기업은 그저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 남아있는 이유가 뭘까? 애플에게는 있는데, 다음에게는 없는 것을 찾는다면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같다.

 그렇게 얻은 답이 '정체성'이다. 애플을 생각하면 그들이 이룩한 많은 성과들과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제품/서비스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디자인'이나 '창의성' 등은 대부분의 이들이 애플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가장 강력한 아이돌이긴하다. 그렇지만, '다음'을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가 않는다. 10년 전에는 한메일과 다음카페정도를 말했을 법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 서비스들이다. 이미지 측면에서는 뭐라고 말할만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다음의 현실이다. 그냥 악하기라도 하면 그래도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텐데, 그런 면도 없다. 그렇다고 완벽히 선하지도 못하다. 그리고 완벽히 선하더라도 그것은 사람들의 기억에는 남지 않는다. 그렇다. 과연 '다음'의 정체성이 뭐냐?는 게 지난 몇달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도대체 이 기업은 정체가 뭘까? 이런 궁금증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가지는 것일 게다. 만약 지금 다른 회사에 다니거나 다른 처지에 있다면 내가 '다음'이라는 회사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이라도 해줬을까? 그냥 그저그런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겠지.. 입사하기 전처럼. 일반 메일은 G메일을 쓰기 때문에 한메일에 미련이 없다. 사교성이 없기 때문에 카페라는 커뮤니티도 내게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티스토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냥 워드프레스나 텀블러 등을 이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검색은? 내 업무와 관련되면 그냥 구글링한다. 입사 전에는 각종 연예 및 가십을 위해서 네이버를 이용했었다. 뭐 다른 서비스들을 내 앞에 가져와도 '온니 다음'이라고 외칠 서비스가 없다. 국내의 모든 포털들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대안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온니다음, 온니네이버, 온니네이트라고 외칠 근거가 희박하다. (그러나,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외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다를 수가 있다. 예를들어, 이미 만들어진 인적네트워크/관계) 도대체 '다음'이라는 회사가 내세울 제품/서비스는 있는가? 더 추상적으로 말해서 다음의 '정체성'이 도대체 뭐냐?라는 거다. 누가 알고 있으면 좀 알려줬으면 고맙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다음의 실패는 '차별화'가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대부분의 서비스가 네이버카피캣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다음의 문제는 차별화의 부족이 아니라, 정체성의 미비라고... 다음이 가져야할 것은 차별화가 아니다. 차별화는 후발기업들이 가져야할 득목이다. 네이버가 지식iN이라는 차별 서비스를 가지고 성장했고, 네이트가 미니홈피라는 걸 가지고 성장했다. 차별화 전략은 기존 기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기존 기업은 '독창성'을 가져야 한다. 독창성은 차별성이 아니다. 독창성이란 기업의 문화와 철학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체성에 바탕을 둔 것이 독창성이다. 그런 것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차별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차별성과 독창성/정체성은 엄연히 다르다. 이제 2등 기업이기 때문에, 새롭게 창업한다는 기분으로 후발주자의 마음가짐으로 차별화로 접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말은 쉽지만, 말그대로 완전 폐업하고 새롭게 시작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음에서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기득권의 포기라는 것이 참 어렵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포기할 수가 없다면, 다시 돌아가서 고유의 정체성/독창성을 확립해서 알려야 한다. ...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많이 욕먹는 부분이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베꼈다'는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벤치마킹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는 베꼈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왜 그런 욕을 먹을까? 바로 자신들만의 확고한 철학과 문화가 없이, 단순히 트렌드에 편성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차별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독창성이 없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거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Me'가 왜 욕먹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네이버의 정체성이 딱 맞는 서비스인데... (이 글의 내 논지가 잘못되었다는 반례로 네이버Me를 들어서 공격한다면 내 생각이 짧았다라고 사과하겠다.)

 애플을 생각했을 때,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철학을 제품/서비스에 잘 표현하는 것같다. 수려한 디자인도 그렇고, 어떤 면에서는 애플이 맨날 욕먹는 '닫힌' '담장처진 정원' 모델에서도 그들의 정체성을 볼 수가 있다. (독창성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닫힘'은 너무 일반화된 개념이다. 과거 사회주의를 복습해보면 더 완벽한 독창성이 존재하니...) 애플의 시작은 컴퓨터였지만, 지금은 아이팟/아이폰 등의 모바일 또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기긱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버렸다라고 표현할 수가 있지만, 계속되는 제품들에서 나름의 철학의 줄기를 느낄 수가 있다. (이 부분을 굳이 자세히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같다.) 제품/서비스는 바뀌어도 정신이 바뀌면 안 된다.

 다음의 실패라는 측면에서 조금 다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다음은 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앞서 제품/서비스의 측면에서 다음이라는 고유의 브랜드/정체성을 보여줄 서비스가 없다는 말을 했다. 왜 그런 서비스가 없는 걸까?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의 실패와 추진력의 부재가 현재의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다음의 위기를 단순히 (표면적으로)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이나 시대의 흐름/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일차적인 표현이 아닌가? 경쟁자는 언제나 존재했고 트렌드는 늘상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트렌드가 아니고, 경쟁자가 없으면 곧 죽음이다. 제발 바보같은 분석 (외부에서)이나 바보같은 변명 (내부에서)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실패의 원인은 의사결정을 제대로 못했고 또 결정된 사항을 꾸준히 밀고나가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다음은 애플이 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 질문이 '다음은 애플처럼 다시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다음이 애플과 같이 되지 않는 것이 다음이 애플이 되는 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애플을 닮은 다음이 아니라, 다음만의 다음이 애플이 애플의 길을 갔던 그 방식이다. 남과 조금 다름이 아니라, 나'만'의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과연 뭘까? 난 잘 모르겠다. 함께 궁리해보자. 그래서, 이 글을 적는거다. 처음부터 내가 해답을 알고 있었다면 '그것이 이것이다'라고 말했을 거다. 나는 모르지만 우리는 알 수 있다. 제발 같이 좀 얘기해보자. 쫌.

 내부인이 보면 내게 욕할 표현도 많이 쓴 것같다. 그래도 실상을 알라는 의미에서 가능하면 가공되지 않은 표현을 쓸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모자이크처리는 충분히 했다는 것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자주 말하지만 내가 블로그에 글을 남길 때는 다음인으로써가 아니라 그냥 자연인, 대한민국의 한 인터넷 사용자로써 글을 남긴다. 내부인이 그런 말을 하면 되겠냐?라고 손가락질도 하지 말고, 저게 다음이라는 회사 내의 분위기구나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냥 흘러가는 개인의 생각을 남길 뿐이다. 자연인으로써 자유인으로써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이로써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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