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몇 년만에 찾아온 화이트크리스마스지만, 전 그래서 집에 갇혔습니다. 누구 만날 사람도 없고, 그냥 쓸쓸히 이 고독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일러를 껐더니 방안에 한기마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부터 1월 2일 (일요일)까지 장기휴가에 들어갑니다. 물론, 다음주중에는 다시 회사에 나가서 밥도 먹고, 생각나는 일들도 다시 점검하고, 또 내년을 구상하겠지만, 어쨌던 형식상 장기휴가에 들어갑니다. 지난 주에도 말했지만, 다음에 입사 이후에 수행했던 여러 프로젝트와 서비스들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시간을 먼저 가질려고 했지만, 어제부터 또 다른 글에 대한 욕구가 밀려왔습니다. 제가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이 회사 '다음'에 대해서 처음부터 가졌던 안타까움과 바램을 적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하루 밤이 지난 지금은 어제 가졌던 그 오리지널 생각이 많이 희석되어, 전혀 딴 생각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각과 글을 이러가려고 합니다.
제가 다음에 바라는 것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바로 '자유'입니다. 물론, 고삐풀린 망아지가 누리는 그런 방종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자유... 당연히 누려야하지만 누리지 못하는 그것 말입니다. 자유. 저의 가슴을 뛰게하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습니다. 학술적인 부분에서는 네트워크, 종교적인 부분에서는 십자가, 그리고 사회적인 부분에서는 바로 '자유'입니다. 제가 너무 이상적인 사고에 파묻혀서 현실을 외면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 머리와 가슴 속에 담아둔 그 이상이 없다면 저와 우리가 어떻게 이 세상을 누리고 살겠습니까? 제 가슴을 뛰게하는 그 단어 '자유'가 제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의 철학과 모든 서비스에서 발현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지난 3년간 단 한번도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그 중간중간에 스스로 포기해버릴까?라는 생각도 무수히 가졌고, 그냥 타협해버리자라는 생각도 무시히 가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 바램과 이상에는 큰 변화는 없는 것같습니다.
저는 다음을 사랑하고 애용해주시는 모든 다음의 사용자/고객분들께서 다음에 접속하는 순간 '자유'를 느끼고 '자유'를 누렸으면 합니다. 아직은 그런 체계와 플랫폼을 제대로 갇추지 못했지만, 언젠가 그런 시스템이 완성되었을 때, '나는 다음에 접속한다. 그래서, 난 자유다.'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꿉니다. 국내외의 모든 사용자분들이, 미디어다음에 접속을 해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사회부조리에 울분이 생기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는 아고라에 접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또 그런 공감을 가진 분들의 위로와 협력을 구하고, 일상 생활에서 아쉬운 부분이나 재미있는 사연들은 미즈넷 (현재는 너무 사회변태적 얘기들로 가득차있지만)에 올려서 인생상담도 받고, 자신의 전문성을 또 사회와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또 다음/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어서 자기의 기술과 생각을 세계에 공유하고... 그런 모든 과정 속에서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라서 이뤄지고, 또 그런 개인의 사소한 자유가 사회나 정부의 공권력 등에서도 보호를 받는 그런 모습을 늘 그리워했습니다. 굳이 민주주의의 이상이라든가 표현의 자유라는 사치스러운 얘기를 꺼내지 않겠습니다. 그냥 그런 자유... 다음의 로고를 보는 순간 그리고 다음이라는 회사/서비스를 생각하는 순간 '아, 그래 자유. 그것은 원래부터 내것이었어.'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물론, 그런 자유를 누림에 있어서 자기절제와 사회규범/미덕을 어겨서는 안 되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에티켓이나 미덕마저도 다음을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의 공감 내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남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욕설 등의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는 그런 찌질이들에 대한 자율규제까지도 꿈꿨습니다. 정부의 법에 의해서 또는 회사의 이익에 의해서 사용자들의 자유가 제한되는 그런 상태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공감 내에서 절제되고 정제되는 그런 상태를 꿈꿨습니다.
(이 패러그래프는 이 글의 전체 맥락에서 열외로 읽어주세요.) 이렇게 사용자들에게 자유라는 선물을 주듯이, 또 그런 다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자유를 주고 싶었습니다. 사용자들이 다음이라는 서비스에서 자유를 느끼는 동안, 그런 서비스를 기획, 개발, 운영하는 이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너무 이상하잖아요. 다음이라는 회사의 문화가 그런 자유에 바탕을 두고 진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졌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이상을 심어주듯이, 우리도 그런 이상 위에서 바로 서는 모습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늘 바로 말했습니다. 내가 맡은 업무/서비스 외적인 부분이지만, 문제가 있거나 제안사항이 있으면 바로 알려서 공유/공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바로바로 알려주고 제 생각을 덧붙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제 생각과는 다르더군요. 저의 가공되지 않은 거친 표현에 상처를 받았다는 분들에 대한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들이 받은 상처 이상을 저 또한 받았습니다. 불을 켜기 위해서 초가 희생당하는 것과 같은...) 다음이라는 회사... 전체적으로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 병폐들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늘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굳이 언급할 내용은 아닌 것같네요. 요는, 사용자들에게 다음 서비스를 통해서 자유를 주듯이, 회사 내부에서도 그런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자유'를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쓸데없은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그런 크고작은 문제들이 다음이라는 회사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할 뿐입니다. 비록 그 심각성이 작더라도, 저는 그 작은 부분도 제거해버리고 싶을 뿐입니다. ... 전 또 이 글 때문에 소위 또 찍히겠죠? 그래도, 전 말합니다. 방종과 자유 사이에 놓여있지만... (방종에 더 가깝다는 건 압니다.) ... 지난 주에 구글의 G메일을 개발한 분이 블로그에 글을 적었더군요. 부정적인 피드백을 무시하는 시스템/개인은 도태된다고... 그래서 전 더 뼈아프게 치부를 찌를 겁니다.>
그런데, 굳이 사용자들이 자유를 누릴 공간이 다음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것입니다. 답변은 '다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상을 실현시킬 곳이 다른 어느 곳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네이버면 더 좋습니다. 다음보다 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그런 이상을 구현해준다면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네이버는 너무 먼 길을 가버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주위를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네이트는? 글쎄요. 아직은 힘이 적습니다. 그리고 모기업에 대한 인식을 아직은 깨끗이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글.. 예, 인터넷의 성지 구글도 좋은 대안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번 지적했지만 구글도 그 구글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국수주의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다음'이다라는 결론은 아닙니다. 다음이 가진 몇 가지 장점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듯이 다음은 대한민국 인터넷 1세대에는 1등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몰락을 거듭해서 지금은 2등기업입니다. 정상에서 내려온 지금 자아를 반성하고, 더 깊은 철학적 고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그런 고민의 끝에 재도약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제대로된 가치와 이상을 줘야합니다. 그런 가치와 이상으로써 '자유'를 외치는 것입니다. 사용자들과의 그런 가치와 이상, 철학의 공유가 없이는 절대 재도약이 불가능합니다. 그냥 마음씨좋은 동네형으로써의 다음 (On Daum)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리더로써 다음 (Your Daum Your Future Your Voice - 당신의 다음 당신의 미래 당신의 목소리)을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사용자분들이 다음을 많이 애용해주시잖아요. (검색만 좀 더 얘용해주시면 금상첨화일텐데... 좋아질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애용자분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분들이 다음을 왜 애용하는걸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해봅니다. 그냥 관성에 의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진정 제가 말하는 그런 '자유'를 줬기 때문에 그분들이 애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을 생각할 때, '자유'를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다음의 사용자들이 다음에 대한 오너쉽 Ownership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그 서비스를 기획/개발/운영하는 이들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고객님들의 것입니다.
'다음'이라는 사명에서 당신의 '미래'를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생각하셨던 분들은 그 미래와 목소리가 바로 '자유' 아닌가요? 다음을 통해서 당신의 목소리를 찾고 당신의 미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다음'입니다.
또 하나의 꿈은 이상이 나만의 꿈이 아닌, 우리의 꿈이었으면 합니다.
Our Daum Our Future Our V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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