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5, "링크 Linked"를 읽었을 때만큼의 영감을 받지 못했다. 어쩌면, 번역서가 아니라 원본을 읽은 내 잘못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2003년도에 <링크 Linked>라는 책으로 우리 곁으로 홀연히 나타났던 노트르담대학의 물리학과 교수인 알베르트-라즐로 바라바시가 새로운 책 <Bursts>를 선보였습니다. 책의 부제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은 예측가능하다라고 대담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고 일단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듯이, 인간의 행동도 개별 객체를 주목하면 예측가능성이 떨어지지만 군집을 보면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같습니다. 단순하 확률수학이나 스토케스틱모델/프로세스에 대한 배경지식만 있다면 책을 읽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단, 홀수 챕터들만.. 책은 특이하게 홀수 챕터와 짝수 챕터로 나뉘어져있습니다. 홀수 챕터는 수학적 개념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짝수 챕터는 바라바시 교수님의 고향인 헝가리의 트란실바니아에서 벌어진 16세기 역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홀수 챕터는 쉽게 읽히지만, 짝수 챕터는 도통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거의 마지막 27장에 저자가 역사 얘기를 다룬 것도 전체 주제인 '인간 행동의 예측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은 해주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저로써는 거의 억지 주장처럼 들립니다.
책 (홀수챕터)에서는 많은 수학적 개념들을 알려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학 다니면서 배운 간단한 확률모형과 스토케이스틱모형만 알고 있다면 대부분 이해할 수 가 있습니다. 그리고, 전작인 <Linked>에서 다룬 Scale-Free Network의 개념까지 알고 있다면 홀수챕터를 읽는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스케일프리 네트워크는 대략, 각 노드 사이의 엣지들이 랜덤하게 연결되는 것 (랜덤 네트워크)이 아니라, 선호 연결 preferential attachment를 일으켜서, 각 노드의 엣지개수가 Power Law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링크>를 읽으면서 항상 관심을 가졌던 네트워크의 다양한 속성을 익힐 수 있었고, 또 업무/분석에 필요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그렇기에, 신작 <버스트>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비록 원서를 읽었다지만) 현재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같습니다. 책의 약 1/3을 차지하는 짝수챕터들때문에 현재 제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합니다.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하나? 아니면 번역서를 기다렸다가 읽어볼까? 등의 고민도 있습니다. (번역서가 나오면 다시 볼 것같지만...) 적어도 홀수챕터에는,... 포아송 Poisson 분포로 유명한 포아송이 이루어놓은 업적들 (물론, 포아송 분포 및 관련 파라메터 및 속성을 말함),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작은 입자 particle들의 랜덤운동을 설명하는 브라운 운동, 바라바시의 전작에서 말한 스케일프리 네트워크, 등등의 다양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개별 객체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군집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가능할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구의 수명이 exponential 분포를 따르고, 어떤 사건들의 간격이 포아송 분포를 따른다라고 확률 및 스토케이스틱 수업시간에 배울 것이다. 그런데, 사건에 가중치/우선순위를 부여한다면 단순히 exponential 포아송 분포가 아니라 power-law/burst 포아송 분포를 따른다는 것이 핵심인 듯하다. 책에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다양한 인간, 사회 활동을 예시로 들고 있다.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는 간격에서 부터, WhereIsGeorge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돈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이동경로, 알바트로스 새들의 비행주기, 핸드폰 사용내역, 등등의 재미있는 많은 예시들이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맞다 틀렸다를 너머서, 이를 내가 가진 문제에 어떻게 적용, 활용할 수가 있을까가 현재 내게 주어진 숙제다. (먼저, 번역서부터 읽어봐야겠지만) 단순히 다음검색으로 들어오는 검색쿼리의 간격이 바라바시의 주장과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아주 단순한 작업도 가능할테고, 그런 모델에 기반해서 예측을 기반으로한 더 나은 검색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등에 대한 조금더 실용적인 문제까지 내가 담당해야할 일들이 많은 것같다. ... 얕은 모든 지식이 바닥나는 것같아서, 여기서 글은 마칩니다. 다음에 번역서를 읽고 다시 기회가 되면 글을 남기겠습니다.
중요한 코멘트 하나. 바라바시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내 야머에 인사이트를 받을만한 책이다라고 소개를 했더니, 다음의 전정환님께서 직접 미국 아마존에서 주문해서 선물해주셨습니다. 큰 부담을 안고 책을 읽었는데, 제대로 책에서 전하는 지식을 흡수하지 못해서 못내 미안하네요.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들었을텐데...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iBooks나 킨들용으로 주시면 됩니다.ㅋㅋ 다시 한번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전정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세상에 많은 선물들 중에서 내 생각의 폭을 넓혀주거나 생각의 틀을 깨어주거나 새로운 생각을 틀을 만들어주는 그런 책만큼 귀한 선물이 없습니다. (마지막 멘트에 숨은 뜻을 헤아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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