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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에코시스템 (생태계) Platform vs EcoSystem

 예전부터 플랫폼과 에코시스템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지만, 이 둘을 함께 비교하는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어제밤에 들었습니다. IT/인터넷 회사들만을 국한해서 봤을 때도 많은 기업들이 웹 플랫폼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들 중에는 자생적인 에코시스템을 만든 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부분 플랫폼 정도에 거치고 있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페이스북 facebook트위터 Twitter가 대표적인 에코시스템을 만든 회사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트위터가 트위티 Tweetie를 만든 Atebits라는 회사를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맥과 아이폰에서 트위티를 주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트위티가 무료로 배포된다면 더할나위없는 좋은 소식이지만, 그와 함께 자칫하면 현재 만들어진 트위터 에코시스템이 붕괴될 것같다는 불안감이 함께 생깁니다. 그래서, 더욱더 이 글을 적고 싶어졌습니다. 오늘도 미리 정리된 구성이나 스토리없이, 생각이 나는대로 두서없이 글을 적으려고 합니다.
 
   플랫폼과 에코시스템  
 
 플랫폼과 에코시스템의 정의를 굳이 적지 않아도 될 것같지만, 형식상 그리고 편의상 위키백과의 정의를 빌려오겠습니다.
플랫폼: 컴퓨팅에서 플랫폼 platform은 소프트웨어가 구동 가능한 하드웨어 아키텍처나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응용 프로그램 프레임워크를 포함하는)의 종류를 설명하는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은 컴퓨터의 아키텍처, 운영 체제(OS), 프로그램 언어, 그리고 관련 런타임 라이브러리 또는 GUI를 포함한다. 위키백과 더보기
에코시스템: 생태계 生態系 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생태학 ecology이라고 한다.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말은 곧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하나의 생태계 안에 사는 유기체들은 먹이사슬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먹이사슬을 통해 영양 물질이 여러 유기체에 걸쳐 순환하고 에너지도 같이 이동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다양한 생태계가 생겨난다. 위키백과 더보기
 위의 백과사전 정의만 봐도 대강 플랫폼이 뭔지, 에코시스템이 뭔지 아시겠죠? 플랫폼이 조금 컴퓨터공학에 맞춰져서 정의가 내려졌지만, 쉽게 말해서 플랫폼은 잘 설계된/정리된 놀이터와 같은 것입니다. 적당한 공간이 마련되어있고, 다양한 놀이기구가 구비되어있고, 몇몇 놀이터/놀이기구 이용규칙이 정해져있는 상태에서, 사용자/구경꾼들이 놀이터에 입장해서 적당히 재미있게 놀고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정의에 사용된 하드웨어 아키텍쳐나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등이 놀이터라는 물리적 공간, 놀이시설이라는 설비들, 그리고 이를 이용한 규약/규칙/제약 등을 뜻한다고 보시면 될 것같습니다. 이에 반해서, 에코시스템은 대자연 Mother Nature입니다. 그냥 쉽게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같습니다. (cf. 인공숲은 플랫폼에 더 나깝습니다.) 그냥 어쩌다 생겨난 빈공터에 시간이 흐르면서 비바람에 의해서 연못과 개곡이 생기고, 그런 곳에 잡초나 나무 등의 식물들의 씨앗들이 심겨져서 수풀이 생기고, 또 이런 생겨난 숲에 또 다양한 동물들이 들어와서 둥지를 틀어서 만들어진 그런 대자연/숲이 바로 에코시스템입니다. 플랫폼과 에코시스템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둘의 성격/특징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설계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간이지만, 에코시스템은 기본 설계보다는 어쩌다보니 자연섭리에 의해서 생성된 공간입니다.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일종의 관객입니다. 돈을 내고 공연을 복는 것과 같이, 적당히 정해진 규칙 내에서 놀이기구를 마음껏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에코시스템에서 사용자는 에코시스템의 한 부분입니다. 에코시스템의 다른 모든 구성요소들과 호흡을 하고 상호작용하고 또 동화되는 것입니다.

 플랫폼과 에코시스템을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이 글에서 말하려는 핵심이 포함되어있는 것같습니다. 플랫폼은 만들 수 있지만, 생태계/에코시스템은 그냥 조성할 수가 없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많은 회사들이 에코시스템 조성에 앞으로 더 신경을 쓰야된다 정도의 뻔한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잘 만들어진 에코시스템으로 트위터를 들 수가 있는데, 오늘 아침 발표로 트위터 에코시스템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가진다 등의 얘기를 결론에서 다시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에코시스템의 속성과 플랫폼  
 
 이미 다른 글들에서 여러번 밝혔듯이, 건전한 (건강한 또는 지속가능한) 에코시스템의 특징/속성은 자발성 Spontaneity, 민주성 Democracy, 그리고 다양성 Diversity입니다. 일년도 더 전부터 이런 속성을 정리했었는데, 아직까지 생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위에서 에코시스템은 누군가에 의해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이라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가지고 우연히 홀씨들이 나라와서 자리를 잡아서 식물생태계가 생겨나고 그런 숲에 작은 벌레를 포함한 초식동물들이 몰려들고, 또 그런 먹이감을 쫓아서 육식동물들이 몰려와서 이루어진 것이 생태계입니다. 누군가 임의로 공터를 만든 것도 아니고 (물론, 요즘 도시의 빈공터에 생겨나는 버려진 생태계는 인간에 의한 작품(?)이긴 합니다.), 임의로 식물을 심은 것도 아니고, 임의로 동물을 이주시킨 것도 아닙니다. 인공조성된 식물원이나 동물원이 식물과 동물들을 위한 플랫폼인 것에 비해서, 에코시스템은 자생적으로 생겨났습니다. 모든 구성요소들의 자발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에코시스템입니다. 이런 에코시스템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모두 평등합니다. 모두 평등하게 에코시스템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또 에코시스템에 역으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큰 식물들이 있고, 더 강한 동물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힘의 불균형도 긴 시간의 축에서 그리고 더 넓은 공간의 축에서 보면 모두 평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구성요소간의 물고물리는 경쟁은 있지만, 서로간의 위계는 없습니다. (사자를 밀림의 왕이다라고 정의한 것은 인간의 눈으로 만들어낸 허상일 뿐입니다. 대자연에서는 포식자도 하나의 구성요소일 뿐이고, 피식자도 또 다른 구성요소일 뿐입니다.) 생태계의 모든 구성요소들은 평등하게 자연에 기여하고 평등하게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평등성, 즉 민주성이 생태계의 두번째 속성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자발성과 평등성의 결과로 (또는, 다시 말하겠지만,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자연에는 종의 다양성이 생겼습니다. 높이가 5m이상인 나무만 생태계에서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 육식동물 입장금지라는 그런 규칙도 없습니다. 크기가 크던 작던, 힘이 세던 아니던, 아니면 모양이 어떻게 생겼던 모든 종류의 동식물들이 대자연에서 살수 있습니다. 이런 종의 다양성이 건전한 생태계의 측도입니다. 그런데, 이상의 자발성, 민주성, 다양성이 어느 것이 다른 것의 인과/선행에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생겨났기 때문에 다양해졌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런 다양한 종들이 모여살기 때문에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민주성이 발현될 수도 있고, 민주적인 peer들이 모였기 때문에 또 자발적이고 다양해지는 것이고... 설명하기 복잡하게 이 세가지 속성은 일종의 대자연의 삼위일체 Trinity인 것입니다. 여기에, 다른 속성들로 대자연/에코시스템을 설명할 수도 있을 것같지만 아직까지는 이 세가지 속성만으로도 충분한 듯합니다. 혹시 더 좋은 속성 또는 메타속성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단의 결론은 건전한 에코시스템은 모든 구성요소들이 자발적이고 민주적이고 다양해야 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반해서 플랫폼이란 어떻습니까? 특히, 국내외 기업들이 내세우는 플랫폼은 어떻습니까? 다음이나 네이버로 지칭되는 국내의 인터넷 포털들의 모습을 보면 플랫폼의 가능성과 한계를 여실히 볼 수가 있습니다. 플랫폼은 사업자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공간 내에서 활동이 제한되어있습니다. 사업자들이 만들어낸 규칙에 어긋나면 바로 철퇴를 맞습니다. (물론, 법적인 또는 도의적인 문제를 일으킨 사용자들에 대한 제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에 들어가는 구성요소들도 모두 사업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합니다. 내가 좋은 컨텐츠가 있고 서비스가 있지만, 현재 다음이나 네이버의 플랫폼에서 바로 즐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사용자들도 사업자들이 정해놓은 서비스들만 사용하고 규칙에 길들여지게 되는 것입니다. 에코시스템의 3가지 속성에 대배해서 설명하자면,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다음이나 네이버가 제공하거나 제휴한 서비스들로 국한되어있어서 자발성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사업자와 사용자의 관계, 그리고 제휴관계에서의 갑과 을의 관계라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업에서 어느 정도의 위계는 당연합니다. 이걸 모두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나마 사용자들에 의해서 조성된 서비스들도 그 속에서 또 위계질서가 생겨나는 것도 볼 수가 있습니다. (이건 좀 위험하거나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니 흘러들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만 사용할 수가 있고, 또 정해진 규칙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많이 제한이 됩니다. ... 그래도, 이런 틀에 박힌 플랫폼 속에서도 다양한 생각들이 모여서 시스템이 진화되는 것을 보는 것은 늘 즐겁고 흥분이 됩니다. 사업자가 처음에 기획한 서비스와 다른 방향으로 사용자들이 이용해서, 처음 의도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서비스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많은 희망을 가지지만 여전히 국내외 많은 사업자들은 그런 흐름/트렌드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역방향 질주를 하는 것을 보면 늘 안타까운 생각을 가집니다. (제가 속한 집단도 매한가지겠지만... 핑계를 대면, 사업을 한다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치는 않고 어렵습니다. 이걸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옆에서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글을 보면, 플랫폼이 나쁜 시스템인 것처럼 보이지만, 플랫폼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서비스들이 플랫폼으로도 발전하지 못하고 더욱 독선적으로 운영되는 것들이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플랫폼은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결과물입니다. 특히, 요즘 부가되는 개방 Open 플랫폼에서는 에코시스템으로의 진화가능성이 항상 열려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폐쇄 closed/walled 플랫폼과 개방 open 플랫폼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방플랫폼이 닫힌플랫폼의 발전형이긴 하지만, 여전히 에코시스템보다는 자발성, 민주성,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 사업자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점도 변함이 없습니다. 

   국내외 사례들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업자의 입장에서 성공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더 명확한 목표가 없습니다. 그 이후에 그런 플랫폼이 에코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는 사업자들의 역량 (아량이 더 맞을 듯)도 중요하지만, 그런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의지가 더욱 크게 작용할테 말입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포털들인 다음, 네이버, 네이트가 어떤 형태로던 플랫폼을 만들었고, 또 그런 플랫폼에 대해서 이 글에서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을 것같스니다. 바로 외국의 사례로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구글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구글은 분명 검색에서 시작해서 훌륭한 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초기의 성장에는 훌륭한 검색기술이 있었지만, 그 이후의 성장 모멘텀은 그들만의 플랫폼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구글은 분명 훌륭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지만 건전한 에코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한 것같습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구글의 서비스들을 애용을 하고 있지만, 이용만 할 뿐 그이상의 작업은 할 수가 없습니다. 사용자들은 그냥 검색만 하지만, 검색결과를 변경시킬 수는 없습니다. (물론, 구글이 사용자 검색패턴을 분석해서 더 나은 검색랭킹을 만드는데 활용은 합니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훌륭한 플랫폼입니다. 사용자들은 마음껏 자신의 동영상을 유튜브 플랫폼에 업로드해서 공유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좀 비약적으로 말해서) 그 이상의 작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훌륭한 플랫폼이 훌륭한 에코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어려운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어쩌면 유튜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유튜브가 다른 제3자들과 만나서 최근에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유튜브 에코시스템이라 부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저 페이스북/트위터 에코에 유튜브가 속했다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광고시스템인 애드워드나 애드센스도 플랫폼이지, 에코시스템은 아닌 것같습니다.

 오늘날 구글을 얘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물론 애플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고, 현시점에서 주가총액이 더 높지만, 어쩌다보니 구글을 먼저 제시했습니다. (일종의 극적 효과를 누릴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애플은 플랫폼을 만들어서 성공했다가, 플랫폼으로 실패했다가 다시 에코시스템으로 재기한 회사라고 요약하면 될 것같습니다. (물론 현재의 에코시스템을 완전한 에코라고 부리기에는 무리가 있고, 많은 측면에서 플랫폼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애플의 폐쇠성 및 컨트롤 독점욕이 애플을 에코시스템이라 부리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애플이 최초의 PC를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하드웨어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애플II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지칼크 등과 같은 킬러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애플II라는 당대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해줬기 때문에 초기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매킨토시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기 성공의 동인이었던 어플리케이션들에 비호환 하드웨어/OS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애플II라는 훌륭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롭게 제시한 하드웨어 플랫폼들은 성공하지 못해서 애플로써는 오랜 침체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런 후에, 최근 10여년 사이의 애플의 재기모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최근에 애플이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선보이면서 보인 행보가 여러 측면에서 플랫폼에서 에코시스템으로 진화의 모습을 조금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애플의 에코시스템은 자연발생의 버려진 정원이 아니라, 훌륭한 정원사가 상주하는 울타리쳐진 walled 정원입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완전 에코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폰만을 예로 들겠습니다. 2007년도에 처음 소개된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롭게 정의한 아주 멋진 플랫폼입니다. 초기에 애플이 아이폰에 보여줬던 정책을 보면, 아이폰에 올라가는 앱들은 모두 애플에서 직접 제작해서 올릴려고 했습니다. 2008년인가, 애플 키노트를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스티브잡스는 키노트에서 아이폰에 새로운 앱을 사용하고 싶으면, 모바일 웹에 최적화된 웹페이지/웹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사파리에서 구동하라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전형적인 플랫폼 지향의 사고입니다.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플랫폼과 사파리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있으니, 적당히 여기에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서 소비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소비자들의 욕구가 더욱 커지다보니) 이후에 아이폰 SDK를 배포하게 되었고, 지금의 앱스토어라는 대박 상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지금의 앱스토어가 완전한 에코시스템은 아닐지 몰라도, 동등한 개발자/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에코시스템의 민주성, 자발성, 다양성의 그런 속성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을 에코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또 애플의 지나친 제한/폐쇄 정책은 여전히 walled 에코시스템이다라는 비판을 받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앱스토어만 봤을 때 애플이 에코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려되는 것은 애플이 스스로 애플/앱 에코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지금 논쟁이 되고 있는 Section 3.3.1 개정안 (C/C++/Obj-C를 제외한 개발앱들에 대한 제한정책)에 대해서 앞으로 개발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볼 사안입니다.

 다시 인터넷 업체로 넘어와서, 제가 에코시스템을 가장 잘 만든 회사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들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은 'Web이 OS다'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사로 설명하고 싶고, 트위터는 그 자체로 에코시스템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페이스북은 단순히 플랫폼에 지나지 않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사용자들이 만들어가는 에코시스템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웹의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페이스북에서 마피아 및 팜빌 게임만 해서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ㅠㅠ) 페이스북도 제3자 개발자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승인하는데, 여러 규칙/제한들이 있지만 페이스북도 그 자체로 벌써 에코시스템이라는 모멘텀을 지난 것같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냥 오픈 플랫폼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트위터의 경우... 참으로 놀랍습니다. 트위터 홈페이지는 참 단순합니다. 별로 볼 것도 없습니다. 기능도 참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트위터지만,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트위터를 지원해주는 수천, 수만가지 어플리케이션들과 서비스들을 보면 혀를 두를만합니다. 각종 OS에 별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존재하고 있고, 때로는 웹에서 구동되는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들도 있고, 어떤 것은 AIR 등을 이용해서 모든 플랫폼에서 구동하는 것도 있고, 또 트위터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트윗데이터와 소셜그래프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서비스들도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트위터의 140자 제한 때문에 생겨난 다양한 축약URL서비스,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서비스들도 트위터를 말하는데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구글이나 MS 등의 대표적인 검색회사들이 트위터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해서 실시간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다음이나 그외 중소업체들이 트위터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받아서 실시간검색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트위터 자체만을 본다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지만, 트위터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들과 서비스들을 보면 이게 진짜 에코시스템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옵니다. 트위터 창업자들은 단지 트위터의 모든 API를 외부에 공개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 API를 바탕으로 전세계의 사용자/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트위터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모회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트위터와 제3자 어플/서비스들은 거의 peer로 연결된, 즉 위계가 없는, 민주집단입니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개발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으로 태어난 셀 수조차 없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보면, 제가 앞서 설명한 에코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위터 = 에코시스템'이라는 등식을 과감히 제시합니다.

 그런데, 아침에 트위터가 대표적인 트위터 어플리케이션인 트위티를 만든 아테비츠라는 회사를 인수해서, 무료로 어플리케이션을 배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트위터 어플리케이션들이 무료로 배포되지만, 또 많은 어플들이 유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트위터 어플인 트위티가 무료로 배포된다면 트위터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수많은 회사 및 서비스들의 존패는 어떻게 될까요? 무료라는 기쁨 이전에 걱정부터 앞서는 것입니다. 트위터가 자생적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서 성공을 했었는데, 스스로 그런 에코시스템을 파괴하기로 나서는 것과 다른이 없습니다. 슬픈 토요일입니다. 물론, 앞으로 트위터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를 먼저 지켜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고, 지금의 우려가 기우에 거치길 바랄 뿐입니다. 트위터의 성장을 위해서 여러 관련 서비스들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당연한 순수이지만,,, 일단은 창업자들의 선택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각설하고, 결론을 내립시다. 이미 다 말했지만, 미래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에코시스템은 사업자가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자발성과 민주성과 다양성을 자극하는 그런 플랫폼이 국내에도 등장해서 (원컨데 지금 당장은 '다음'이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건전하고 건강한 인터넷/웹 에코시스템으로 진화해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첨언. 플랫폼이 에코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위해서 플랫폼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플랫폼의 완벽/완전성이 에코시스템으로의 발전을 방해합니다. 트위터 플랫폼이 트위터 에코시스템이 되기까지 트위터에 내재된 불완전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140자만을 적어야하기 때문에 더 짧은 URL이 필요했고, 그래서 bit.ly같은 서비스가 나왔고, 텍스트만 적을 수 있었기 때문에 twitpic이나 vid.ly, ustream 등의 사진 및 동영상 공유서비스가 등장했고, 트위터의 모바일 페이지가 너무 순진해서 수많은 모바일 (&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들이 출현했습니다.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summize 등의 검색서비스가 생겼고, 기본 제공 데이터가 부실해서 다양한 트위터 분석 서비스들이 등장햇습니다. 그런 서비스들이 트위터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3rd/독립 개발자들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났고, 트위터의 많은 구멍들을 매워주었습니다. 시스템은 언제나 불완전에서 시작해서 완전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여담: 그런데, 엔트로피의 개념에서는 복잡도는 증가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네요. 완전한 시스템은 복잡한 시스템이다라는 등식이 생길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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