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중반으로 기억이 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TV광고 등에서 EQ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능지수 IQ에 대해서는 초등학생들도 알정도의 유명한 개념인데, 갑지가 EQ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해서 왠 말장난인가?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당시 광고에서 '아이큐, 엄마큐, 이큐' 뭐 이런 식의 말장난 word play였던 것같습니다. 처음에는 EQ가 어떤 개념인지 모르기에, 저 말장난 광고만 뇌리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EQ 또는 감성지능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계속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EQ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된 개기는 2005년도, 당시에는 창의성, 디자인, 리더쉽, 자기개발 등의 용어에 큰 관심을 가졌고, 관련된 책이나 논문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리더쉽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다보니, HBR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된 Emotional 관점에서의 리더쉽 유형을 설명한 기사를 봤습니다. 그 기사의 저자는 Daniel Goleman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분이 그리 유명한지는 몰랐는데, 일단 논문을 재미있게 읽고 난 후에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여러 책들을 발간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이 Emotional Intelligence, 감성지능 (EQ)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또 어느날 우연히 서점에서 Social Intelligence, 사회지능 (SQ)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저자의 이름이 꽤 낯익은 분이더군요. 바로 대니얼 골먼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도 단번에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깊이 각이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또 비슷한 제목의 책을 보고 구입을 했습니다. (아직 읽기 전) 바로 Ecological Intelligence 에코지능이라는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도 역시 대니얼 골먼입니다. 최근에 많은 저자들이 에코, 그린, 자연친화 등의 이슈/주제를 가지고 책을 적고 있기 때문에, 대니얼 골먼의 책이 특별히 눈에 띄는 요소도 없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직 읽기 전이라는 점 재강조).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단순히 대니얼 골먼이 에코지능이라는 책을 내놓았다는 것이 아니라, 대니얼 골먼의 책 편찬순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가 지능지수에 대한 글을 적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이큐가 일반화된 시점에 감성지능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고, 감성지능이 익숙해진 시점에서 다시 사회지능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에코지능이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재의 사회트렌드 (또는 여러 제품 및 서비스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 트랜지션: 지능에서 감성으로...
다른 포스팅 또는 발표들에서 제품의 진화과정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새로운 컨셉의 제품이 나오면 처음에는 '기능'으로 승부를 합니다. 즉, 이러이러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사용하세요라는 접근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기능을 제공해주는 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하면 처음에 제공해주던 기능은 더 이상 유니크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보통 '가격'경쟁이 시작합니다. 즉, 같은 기능을 제공해주지만 더 저렴한 또는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원가가 감소하면 또 많은 경쟁자들이 비슷한 기능,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품질'이었습니다.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다소 높은 가격으로라도)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8~90년대의 일본 제품들이, 이전까지의 가격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넘어간 것을 목격할 수가 있습니다. (데밍이나 다구치 방법론 등의 개념은 생략하겠습니다.) 또 시간이 흐러면, 기능도, 가격도, 품질도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게 됩니다. 이 단계에, 새롭게 고객들을 유혹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더 보기에 좋고 사용하기에 편하고 감성을 만족시켜주는 디자인이 소비자들을 현혹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애플'을 들 수가 있을 것같습니다. 애플의 제품은 여러 면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줄 수가 없지만, 그네들만의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또 그 저변을 늘려가는 것을 우리는 2000년대에 목격했습니다. 이런 디자인적 요소도 어느 순간 수렴되는 시점이 올 것이고, 어떤 측면에서 많은 후발주자들이 애플의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디자인도 어느 정도 수렴이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브랜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벌써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공공히 구축된 사례들도 있지만, 더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구축에 힘을 실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의 중심에 있던 애플이, 브랜드 구축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보입니다. 브랜드란 단순히 보이는 것 그리고 느껴지는 것을 포함해서, 기업이 중시하는 가치와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철학 및 문화 등이 모두 녹여진 것이 브랜드입니다. ... 이렇게 길게 글을 적은 이유는 제품진화의 초기의 드라이빙 팩터가 기능, 가격, 그리고 품질이라는 IQ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이들이 레드오션으로 변한 시점에는 디자인과 브랜드라는 더 감성적인 요소가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기능, 가격, 품질 (초기)는 구체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가 있는 요소지만, 품질 (후기), 디자인, 브랜드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그냥 느껴지는 요소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IQ의 시대에서 EQ의 시대로 흘러갔습니다.
두번째 트랜지션: 감성에서 소셜로...
제가 더 관심을 가질 웹서비스의 관점에서 90년대 초중반의 HTML을 기반으로 둔 초기웹서비스들이 등장했습니다. 대부분 처음 시도되던 것들이라 기능을 중시했습니다. (웹기반) 이메일이라는 것이 처음 생겨났고, 다양한 게시판 및 커뮤니티사이트들이 등장했고, 또 특정 취미/관심사를 중심으로한 정보사이트들이 등장했습니다. 지금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인 '검색' 또한 기능의 축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닙니다. (초기의 정보나열식 웹사이트들의 모습이 예뻐지기 시작한 것은 일종의 감성으로의 진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저 색칠해서 보여주기로 끝난 경우가 많았지만...) 그러더니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웹2.0은 초기의 웹서비스들에서 더욱 강력한 기능으로 다가왔습니다. 웹서비스에서의 감성요소는 이미 일반제품에서의 감성이 중시되던 풍조가 그대로 녹아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지성에서 감성으로의 눈에 띄는 변이를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것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주로 주목을 받는 웹서비스들을 보면서, 기능과 감성을 기초로한 웹서비스들이 소셜을 중심으로한 웹서비스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즉, 소셜네트워킹 SNS 또는 소셜미디어 SM 등으로 대변되는 것들입니다. 한국의 싸이월드나 미국의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 등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들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유튜브 등의 개인미디어의 등장은 많은 점을 시사해줍니다. 바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들어와있습니다. (블로그도 초기에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적는 도구였지만, 점점 친구 또는 구독관계를 형성하는 소셜미디어로의 발전을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보이는 사람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소셜 뿐만 아니라, 현재 트렌딩되는 모든 관계중심의 서비스들을 소셜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즉,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사람사이의 관계, 트위터로 대변되는 시간의 선후/실시간 관계, 그리고 포스퀘어로 대변되는 공간 속의 관계 등이 모두 소셜 (관계)를 형성하는 서비스들입니다. 현재 주목을 받는 서비스들이 이런 관계 (시간, 공간, 인간 - 세개 모두 '사이'라는 '간'자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를 벗어나서는 결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구글이 전통 IR중심의 검색에서 실시간검색 및 소셜검색에 주력하는 이유도 이런 지성에서 소셜로의 전이를 준비하는 것이고, 지금 수많은 신생기업들이 시간, 공간, 인간을 활용한 서비스들을 쏟아내는 것도 모두 이미 우리는 지성의 시대를 넘어서 소셜의 시대에 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고 싶지만, 현재 보이는 모든 것이 사례이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세번째 트랜지션: 소셜에서 에코로...
이제 또 다음 단계로의 전이를 준비할 때가 된 것같습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대니얼 골먼의 출판과정을 통해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지성에서 감성으로, 감성에서 소셜로, 그렇다면 다음은 소셜에서 에코로의 대전환만을 남겨둔 것같습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자하는 에코는 단순히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친환경 또는 그린 테크놀로지가 미래를 대변한다는 것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에코는 말그대로의 '대자연'이 아닌 우리가 살아숨쉬는 모든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간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고, 시간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고, 공간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삼간을 포함한 모든 것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대자연과 어울리고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듯이, 앞으로의 웹서비스는 (간단한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전체'를 품어야합니다. 특정 서비스를 중심으로한 웹에코시스템이 아니라, 모두의 웹에코시스템 그자체... 아직까지 눈으로 볼 수가 없는 개념이라서 제 머리 속에는 떠오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바다'라고 명확하게 제시를 못하는 점이 참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우리가 소셜서비스에 열광하고 있지만, 미래의 우리는 에코에 열광할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The step after ubiquity is invisibility."라는 문장이 항상 제 머리 속에 남아있습니다. 테크뉴스 컬럼니스트인 Cringeley가 2003년도 어느 칼럼에서 말한 문장입니다. (실제는 Al Mandel이라는 분이 종종 말하는 문장이라고 합니다.) 어떤 개념, 기술, 현상이 편재하면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저 그 속에서 숨을 쉬면서 살아갈뿐, 그것을 느끼고 또 그것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보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게되는 그런 단계입니다. (편재한 것의 무가치를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소셜서비스들, 실시간서비스들 (실제, 시간축에서는 현재를 나타내는 실시간 서비스 뿐만 아니라, 과거를 보여주는 Delayed 시간서비스 (유튜브나 Hulu 등),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Plancast 등도 포함해야함), 그리고 위치서비스들에 열괄을 하고 있지만, 이런 서비스들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편재한 다음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가 대니얼 골먼의 '에코지능'이라는 책제목에서 (그리고, 그의 이전 책제목들에서) 받은 희미한 인사이트는 미래는 특정 축 (인간, 시간, 공간 또는 제4의축)에서 정의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그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써의 '에코'서비스가 핵심이 될 것같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 스쳐지나간 생각을 긴글로 서술하려니 참 어렵습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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