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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Book Review

컨버전스 컬처 Convergence Culture, by Henry Jenkins

3.5 / 5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있다. 저자의 식견에 감탄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부분이 이미 과거가 되었다. 책에서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만남을 컨버전스로 자주 언급하지만, 진정한 컨버전스란 미디어와 사람의 만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컨버전스 컬처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헨리 젠킨스 (비즈앤비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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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미디어는 뉴미디어가 아니다.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미디어인 것같다. 아주 오래전에는 동네 어귀에 걸려있던 방이나 홍보물에서부터, 아니 마을회관이나 어느 집의 사랑채에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던 보부상들이 미디어였다. 오늘날에는 (수요는 많이 줄었지만) 신문잡지 등의 출판물에서 부터, 거의 매일 빠짐없이 시청하는 TV, 그리고 이젠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인터넷, 더우기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환경은 모두 미디어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같다. 여기서 신문이나 방송을 보통 올드미디어라 표현하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뉴미디어로 주로 표현한다. 항상 시작은 별개의 것에서 출발하지만, 두 세력의 싸움과 결합은 역사의 숙명이었다.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는 서로의 영역에서 세를 확장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그 영역이 겹쳐져서 때론 싸우고 때론 결합되고를 반복하는 것같다. 이렇게 싸움의 과정과 화해의 과정 모두 통합, 즉 컨버전스 과정의 일환인 것같다. 책에서도 소개되지만, 10여년 전에는 시청자들은 절대로 TV에서 일어나는 일을 방해할 수가 없었다. 겨우 참여한다는 것은 1주일 뒤에 발표될 음악/가수의 순위를 매기기 위해서 편지를 보낸다거나 ARS 전화를 거는 것이 전부였다. TV 드라마의 시나리오는 전적으로 작가와 연출자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지금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와 버라이어티쇼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이 바로바로 올라온다. 설령 잘못된 모습이라도 보이면 사람들을 들고 일어선다. 오늘도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추노'라는 드라마에서 조금 선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시청자들이 질타를 했다. 그랬더니 이번주에는 별것도 아닌 장면에 모자이크처리를 했다. (여담이지만, 괜히 모자이크가 생기면 이상한 상상에 빠지는 이들도 있으리라...) 이제 시청자가 드라마의 내용을 바꾼다. 아니 모든 것을 바꾼다. 책에 소개된 여러 TV 쇼의 경우는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되었다. 미국의 리얼이티 프로그램의 스포일러가 활동하는 것이 대단한 일처럼 소개되었지만, 지금 몇 주후에 방송될 내용이 그 전에 이미 인터넷에 사진으로 때로는 동영상으로 배포되는 세상이다. 때로은 찌라시 신문들이 방송 내용을 미리 알려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지난 토요일의 '무한도전'의 정준하씨가 수행한 '쩌바타' 벌칙은 이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었다. '스타워즈'의 여러 장면들이 패러디되고 각색되는 것에 높은 평가를 내렸던 책의 내용은 지금 본다면 초등학생들도 콧웃음을 칠 것이다. 오늘날에는 소위 아마추어들도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물들을 만들어낸다. 인터넷이 가능하게 해줬고, 다양한 캠코더 사진기들이 이를 가능하게 해줬다. 그리고 수많은 핸드폰들은 이런 흐름의 방점을 찍었다. 하드웨어에서 다양한 기능들이 컨버전스되던 시절, 물론 오늘날에는 더욱 심하게 이루어진다,을 지나서 이젠 소프트웨어나 문화에서의 컨버전스도 빈번히 일어난다. 책에서 말하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컨버전스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기에 책에서 전하려던 인사이트와 저자의 식견을 실감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책이 너무 늦게 나온 것에 땅을 치고 후회를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만남과 결합을 컨버전스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현재의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컨버전스는 미디어와 사람의 만남이라고 재정의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 즉 소셜이 현대의 컨버전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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