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글이 없어서 이번에는 수많은 광고들 중에서 왜 이 광고가 지금 내게 노출됐고 또는 어떤 광고는 노출되지 않았는지에 관해서 가볍게 적는다. 기술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알고리즘이 적용됐는지는 배제하고 적당히 상식선에서의 광고가 선택되는 이유를 적는다. (더 자세한 기술적인 얘기는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jejugrapher/216)
회사마다 광고 랭킹 로직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가장 공통적이고 기본이 되는 것은 eCPM이다. eCPM에 관해서는 언젠가 다시 다룰 기회가 있을 거고, 오늘은 정성적인 내용을 다룬다. 평소 인터넷 사용자로서 왜 이 광고가 지금 노출됐을까?를 궁금했던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다.
복잡/자세한 건 모두 배제하고 개념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다. (팀 발표를 위해 만든 문서에서 가져옴)
광고가 선택된 이유
- 많은 광고 중에서 현재 특정 광고를 보고 있다면 광고주가 당신이 그 광고를 봤을 때 (CPM), 클릭했을 때 (CPC), 구매 등의 전환했을 때 (CPA) 많은 광고비를 지불하겠다고 설정했기 때문이다. Bid Amount 또는 BA가 높다는 것은 광고주가 해당 사용자 (트래픽)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는 의미다. 때론 높은 BA 때문에 나와 전혀 무관한 광고가 노출됐을 때도 종종 있다.
- 다음으로 사용자의 반응 (보통은 클릭)을 가장 잘 유도/유발하는 광고가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광고의 기본은 관련성이 높은 사용자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거다. 자녀나 조카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난감 광고를 보여준다거나 개발자 취업을 준비 중인 비전공자들에게 프로그래밍 학원 광고를 보여준다거나 어버이날 전에 안마의자 광고를 보여준다거나 그런 식이다. 물론 이런 관련성을 쉽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클릭률 (CTR)을 주로 이용한다. CTR은 나와 유사한 속성을 갖은 사용자들이 그 광고를 얼마나 많이 클릭했느냐를 보여준다. 나와 같은 성별, 유사한 연령대나 지역, 그리고 관심사가 비슷한 다른 사용자들이 A 광고를 많이 클릭했기 때문에 나도 그 광고를 보게 된 거다. 물론, 광고주가 그런 조건들로 미리 광고가 노출될 사람들을 설정한다 (타게팅).
- CPC 광고에서 BA와 pCTR을 곱한 값이 eCPM이다. 즉, 지금 내가 보는 광고는 eCPM이 가장 높은 광고다. 하지만 eCPM만으로 끝날만큼 광고 선택이 간단하지 않다. 그 외에도 노출될 광고 소재의 품질이 우수한가? CTR로 알 수 없는 개인의 성향에 잘 맞는가? 지금 이 광고를 노출시킬 최적의 환경/타이밍인가?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요소가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eCPM을 보조하는 수단이어서 그림에는 옅게 적었다.
- 이전 글에서 Exploration을 설명한 적이 있는데, 전체 트래픽 (광고 노출)에서 상당한 양 (1% ~ 10% 정도)은 탐험에 할당된다. 새로 등록한 광고주/광고 소재 등의 Cold-start를 해결하기 위해서나 편향성 없는 (unbiased)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로 탐험 전략을 취한다. 대표적으로 말 그대로 RANDOM으로 보여주고, 그 사람 (속성)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래서, 가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광고가 노출됐다면 랜덤으로 선택됐다고 생각해도 된다.
역으로 -- 광고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적어서 많지는 않겠지만 -- 이런 광고를 보면 좋아할텐데 왜 그런 광고는 노출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는 이들을 위해서 왜 광고가 선택되지 않았는지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 먼저 그런 광고주가 해당 플랫폼에 등록하지 않았거나 존재하더라도 현재 광고를 집행중이지 않거나 또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지만 이미 설정한 예산을 모두 소진해서 더 이상 광고를 보여줄 수 없을 때가 있다. 광고주들이 플랫폼과 매체를 미리 연구해서 그곳에서 광고를 할지 또는 한다면 얼마의 예산으로 할지 등을 결정한 것이어서 아쉽지만 광고주 또는 예산이 없으면 아무리 연관성이 높은 광고더라도 노출할 수 없다.
- 그런 광고주가 충분한 에산으로 광고를 집행하더라도 타게팅을 달리 설정했다면 당신이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타게팅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면 앞서 설명한 낮은 eCPM으로 랭킹이 낮아서 노출되지 않는 거다. 광고마다 사정이 모두 다르지만, 잘 선택된 좁은 타게팅 그룹에게만 광고를 노출했을 때 더 좋은 성과 (클릭이나 전환)을 얻고, 또 그런 좁은 그룹에 더 높은 BA로 입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니 때론 닫신 그 광고주/브랜드를 좋아하더라도 광고주는 당신을 타게팅에서 배제했을 수도 있다.
- 타이밍이 안 맞거나 장소 (지면)이 안 맞을 때도 있다.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만 광고를 집행하고 싶기도 하고, 특정 포맷이나 사이즈의 광고 소재만을 집행할 때도 있다. 아니면 특정 지면 (서비스)에만 집행 또는 배제하기도 한다.
- 같은/유사한 광고를 너무 자주 보게 되면 사용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노출 Frequency나 Interval을 조정한다. 아주 간혹 방금 봤던 광고를 다시 본다면 클릭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번 refresh를 해도 해당 광고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미 그 광고를 너무 많이 봤거나 짧은 시간 내에 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가끔은 광고주든 지면이든 아니면 사용자가 어뷰징을 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많은 요소들을 한땀한땀 고려해서 광고를 선택했건만 왜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일까? 일단 광고에 우호적인 사람은 별로 없다. 광고주조차도 유튜브를 보려는데 자기광고가 pre-roll에 나오면 5초 스킵을 할 거다. 본인도 지금 광고 쪽에서 일하고 있고 인터넷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다소 억지스러운 광고를 옹호하는 글을 적지만 나도 광고가 참 싫다. '그냥 광고가 싫다'는 배제하고, 왜 어떤 광고는 외면받는가? 는 다음의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
- 일단 광고 소재가 저질이다. 간혹 잘 만든 (동영상) 광고를 찾아보기도 한다. 요즘은 덜 하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끌겠다고 번쩍번쩍한 플래시 광고가 지면을 도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들은 그런 광고를 외면했다. 그런 외면의 경험과 역사 때문에 지금은 다소 차분하고 서비스 경험을 덜 해치는 광고로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광고가 아니더라도 이미지 소재가 조악하면 광고에 눈길과 손길이 가지 않는다.
- 관련성이 너무 없다. 내 관심사가 아닌 광고를 좋아할 이는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다소 사용자의 잘못 -- 까지는 아니지만 그 미묘한 어떤 것 -- 도 있다. 광고 플랫폼은 사용자의 정보를 많이,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 관련도 높은 광고를 선택해서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이젠 -- 그리고 점점 더 --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이슈 등으로 사용자를 파악하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개인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면 관련도를 측정할 수 없다. 최근 애플 iOS 14.5가 배포되면서 개인의 온라인 활동 내역을 수집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DNT (Do Not Track)를 설정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온라인 활동성이 낮으면 개인의 취향/선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어쨌든 관련성이 낮은 것은 매칭 알고리즘이 엉망이거나 매칭에 필요한 유저 피쳐 (개인정보)가 부족해서다.
- 앞서 광고 프리퀀시나 인터벌을 조절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우호적인 광고가 너무 자주 보게 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동영상 광고도 한두 번 보고 나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진다. 최적의 노출회수를 정하는 것도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 간혹 불쾌한 광고도 있다. 대형 광고 플랫폼들은 모든 소재를 일일이 검수하기도 하지만, 간혹 너무 선정적이거나 불법적인 소재가 노출되기도 한다. 특정 집단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때론 타게팅이 틀렸거나 사용자 정보가 틀렸거나 또는 랭킹이 잘못돼서 엉뚱한 사용자에게 광고가 노출될 때도 있다. 일전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돔 광고가 CPT로 노출된 경우가 있었다. 만약 이 광고가 유아나 청소년에게 노출됐다면...? 성적인 것, 주류나 담배, 마약이나 도박, 총기 등의 광고는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불쾌한 경험을 줄 수 있다.
- 광고의 형태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접속할 때마다 새창이나 팝업창이 뜬다거나 글/콘텐츠 위로 광고가 덮어 쒸워진다거나 아니면 동영상 시작 전/중간 (pre-roll, mid-roll)에 광고가 나오는 등은 사용자로선 좋지 않은 경험이다.
- 위의 그림에는 없지만 이미 광고 상품을 구매해서 더 이상 관심/흥미가 없는 경우도 해당 광고를 외면하는 이유가 된다.
몇 주 동안 글을 적지 않아서 급하게 광고의 노출/미노출/외면 이유를 간략히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