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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가 실력이다 (인터뷰)

 독자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달고나' 카테고리에 최근에는 인터뷰 관련해서 글을 더 자주 올리고 있다. 특정 데이터 분석 또는 머신러닝 기술/알고리즘에 대한 소개나 설명은 이미 다른 레퍼런스가 많기에 굳이 내가 더 자세히 적을 필요가 적다. 때론 나만의 다른 관점으로 알고리즘을 해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술적인 내용을 원한다면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특정 기술을 하나 더 소개해주는 것보단 관련 업계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는지에 관한 조금의 힌트를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떤 기술은 궁할 때 찾아보면 된다.

늘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최근 인터뷰에 자주 들어가게 되고, 특히 이번 주는 하계 인턴 채용을 위한 면접이 꽉 차있다. 오늘도 다섯 개의 인터뷰를 끝낸 상태다. 많은 인터뷰를 진행하면 때론 멋진 지원자들도 만나지만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치는 지원자를 만나는 경우가 더 잦다. 서류와 코딩 테스트를 거쳤지만 막상 면접에 들어가서 실망하는 경우가 잦다. 인터뷰에서 만족하는 또는 실망하는 포인트를 집어보려 한다.

인터뷰는 결국 실력자를 선별하는 과정이다. 인터뷰에 들어갈 때마다 늘 두 가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진짜 실력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탈락시키면 어떡하나?라는 게 첫 번째고, 실력이 없거나 우리 문화와 맞지 않는 지원자를 합격시키면 어떡하나?라는 게 두 번째다. 첫 번째 두려움은 탈락한 그이는 결국 우리의 경쟁사에 들어가서 언젠가 우리에게 좌절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케이스는 크게 대수롭지 않다. 탈락한 그이가 진짜 실력자인지 당장은 알 수가 없고, 알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거다. 진짜 문제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 지원자를 뽑아서 함께 일하게 됐을 때 발생한다. 잘못된 사람을 뽑으면 단지 일이 되고 안 되고를 넘어서 조직과 시스템의 와해까지 이른다. 최근 안타까운 사업적 경쟁사에서 들려온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다'라는 걸 더 실감케 한다.

보통의 경우, 전자는 기술적 실력자고 후자는 인성적 ㅆㄹㄱ다. 인터뷰에서 원하는 답변도 술술 잘하고 다른 실력도 출중하면 당연히 합격이고, 그 반대면 쉽게 탈락을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항상 당락이 칼로 자르듯 쉽게 구분 지을 수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판단하기 애매한 지원자들이 있다. 다양한 기술 과제를 수행하고 여러 질문을 해봐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실력이 진짜 좋은 사람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는 부메랑이 되더라도 탈락시키는데 거리낌이 별로 -- 사실 매우 아깝고 어렵다 -- 없다. 하지만 실력은 객관적으로 다소 부족한데 태도 (애티튜드)가 아주 좋은 지원자를 만나면 탈락시키는 게 어렵다. 조금이다로 더 합격시킬 이유를 찾기 위해서 더 다양한 질문을 해보고 다른 테스트 기회도 주려 한다. 그럼에도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눈물을 머금고 탈락시킬 수밖에 없다. 탈락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태도'는 사람의 캐릭터여서 쉽게 바꾸기 어렵다.  성경 로마서 5장에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을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라는 구절이다.  여기서 '연단'이 영어로 character다. 즉, 많은 어려움을 인내하고 견뎌낸 후에 형성되는 것이 사람의 캐릭터다. 본성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최소한 면접관을 속일 수 있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는 고민해보고 면접에 임했으면 좋겠다. 본성이 나쁜데 당락을 위해서 연기하는 것도 남을 속이는 기만행위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태도/가치관 측면에서의 장점을 최대한 -- 비록 긴장되고 짧은 시간이지만 --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가능하면 그런 캐릭터를 미리 만들고 터득하는 것도 좋다. (물론 나는 캐릭터가 꽝인 괴팍한 사람이다.) 어떤 태도가 좋은 것인가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채용하는 공채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최소한 자신이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지원하는 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미리 좀 찾아봤으면 한다. 카카오에 입사해서 카카오의 많은 데이터 중에서 어떤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냐? 는 흔해빠진 식상한 질문을 할 때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싶다. 그러려면 카카오가 어떤 회사고, 어떤 서비스가 있고, 어떤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고, 그리고 지원하는 부서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의 사전 조사를 선행해야 하고, 이런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지 미리 고민해야 한다. 미리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면접 때 이런 질문을 들으면 바로 답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 답변을 제대로 하는 지원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매일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고, 카카오 페이로 결제하고, 페이지에서 웹툰을 보고, 택시를 호출하면서 정작 자신이 지원한 회사, 즉 카카오 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다른 회사 면접관들은 매우 공감할 거다.

간혹 외국계 회사에서는 인터뷰를 서너 차례 보고, 때론 하루 종일 진행하기도 한다는 얘길 들었지만, 국내의 웬만한 회사는 길어도 한 시간 삼십 분 정도로 실무 면접과 임원 면접 두 차례가 전부다. 짧고 회수가 적기 때문에 쉬울 수도 있지만, 역으로 보면 짧은 시간가 적은 기회 내에서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자주/오래 진행하면서 이 사람을 뽑아야겠다는 판단을 바로 내리지 못하는 경우는 그 사람의 장점을 바로 캐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점은 쉽게 눈에 띄지만 장점은 바로 알아보기 어렵다. 지원자의 단점 때문에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지 못해서 탈락시킨다. 물론 숨은 장점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 실력 있는 면접관의 능력이겠지만, 내게서 그런 능력까지 바라진 말기 바란다. 적은 기회와 짧은 시간에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앞서 말한 태도가 장점일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는 특정 분야에 자신이 전문가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면접이 화기애애했다고 해서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확실히 어필해야 합격이다.

(주의: 특수한 개인적 관점을 말함) 이번 인턴십 채용에서 2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서류 검토를 통해서 10여 명을 추려내야 했다. 인턴십이라서 대학을 갓 졸업(예정)했거나 겨우 석사 학위 정도, 또는 경력 1~2년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지원자들이 대부분 좋아서 서류 검토가 어려웠는데, '딥러닝을 사용한 지원자를 탈락시키자'라는 규칙을 만든 후에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은 딥러닝을 시대여서 딥러닝에 조애가 깊은 지원자를 뽑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경력이 미천한 갓 졸업한 친구들이 딥러닝 전문가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렇다면 딥러닝이라는 일종의 기술적 허세를 걷어내고 나면 오히려 더 이 분야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의 기초에 충실한 지원자들만 남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딥러닝 탈락'이란 규칙을 만들었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나는 기초가 튼튼한 사람을 뽑고 싶다. (천재 제외) 인터뷰의 편의를 위해서 짧게 답할 수 있는 ML 관련 질문 10개를 준비했는데, 아주 기초적인 질문에 답변을 못하는 지원자를 보면서 한편으론 좌절을, 한편으론 더 열심히 해서 기초 튼튼 대한민국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도 꼰대 글을 적는다.

글이 길어져서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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