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사 사무실로 등기 우편이 도착했습니다. 예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했던 스마트폰용 삼각대는 이미 수령했고, 월요일에 준문했던 책도 수령했기 때문에 인포데스크에서 등기우편을 받아가라는 메시지를 무시했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보안실 직원이 노란 봉투에 든 등기우편이 또 있다고 가져가라고 지나가는 저를 붙잡았습니다. 봉투에 적힌 보낸 이의 이름이 제가 아는 어떤 분과 동명이라서 그 분이 뭘 보냈나 싶어서 뜯어봤는데, 안에 파란 밴드가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한두달 전에 Daum뉴스펀딩에서 진행했던 <위안부 할머니들 '최후의 재판'>에 참여했던 것과, 후원자들에게 사회적 기업 희움에서 제작한 파란 팔찌를 보내준다는 것과, 며칠 전에 저의 주소를 알려줬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원래 몇 년 전부터 왼쪽 손목에는 '분노하라 Indignez-vous'라고 적힌 빨간 밴드를 차고 있었고, 올래 4월 15일부터 'REMEMBER 20140416'이라 적힌 노란 밴드를 차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오늘 받은 파란 밴드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를 추가했습니다.
6개월 전에 세월호 밴드를 끼면서 '노란 밴드를 끼며라는 글을 적었습니다. 이 글에서
'새로운 노란 팔찌를 손목에 끼우면서 내가 이것을 언제까지 끼고 있어야 할까?라는 의문에 앞서, 과연 이게 마지막 팔찌일까?라는 불안한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느 날 파란 팔찌를 끼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녹색 팔찌가 필요해질지도 모릅니다. 왼쪽 손목이 부족해서 오른쪽 손목까지 내어줘야할지도 모릅니다. 끝이 없는 우리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라고 적었었는데, 딱 6개월이 흐른 후에 파란색 밴드를 왼손목에 추가했습니다. 세월호는 1년 전 사건이라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은 벌써 7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보상은 당연히 없고, 진정성 있는 사과조차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본은 강제성이 없었다라고 부인하고 때로운 위안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한도전'에서 다뤘듯이 우토로마을이나 하시마섬에서 보여준 그들의 추악한 이중성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분노는 '일본은 원래 그런 놈들이야'라고 받아들이지만, 그런 현실을 제대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로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 친일 청산에서 정부의 역할보다는 민간의 노력이 더 크고, 정부는 오히려 뒷짐지고 지켜보거나 때로는 일본의 논리에 동조하는 현상마저 보입니다. 정치인을 비롯해서 유명한 학자나 지도층 인사들은 일본을 옹호하거나 (그도 그럴 것이 지산들의 부모나 조부모가 일제의 앞잡이 역할을 한 친일파인 경우가 많으니, 스스로 조상을 부정하기는 어렵겠지요) 과거를 미화하려고 하는 것이 이 땅의 현실입니다.
네, 어쨌든 6개월 전의 우려처럼 저는 오늘부터 밴드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됐습니다. 이 밴드를 마음 편히 벗어던질 수 있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바람으로 늘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물론 더 관심을 가지고 실제 행동하는 것도 멀지 않기를 바랍니다.
P.S., 이전에 진행했던 <귀향>의 시사회 관련 메일도 오늘 도착했다. 아마 제주도에서는 시사회 참석이 어려울 것같지만, 이런 작업을 여러 어려움 속에서 민간에서 전적으로 진행을 해야하는 현실이 참...
=== Also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