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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눈 산 그리고 제주도 (2015년 1월)

2015년 1월은 눈으로 시작해서 산에서 보내다가 바다로 끝났습니다. 첫날부터 쏟아지는 폭설, 3주 연속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떠난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 그리고 마지막은 조용히 바다를 봤습니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던 1월이 이제 지났으니 2월에는 많은 것들이 정리됐으면 좋겠습니다.


2015년도의 첫 오늘의 사진은 눈맞은 하루방. 2015년 첫날부터 제주는 눈이 쏟아집니다. 날이 좋을 때가 감히 해보지않은 제주대 후문을 시작으로 첨단과학단지를 지나서 제주대정문을 경유하는 트래킹을 시도했습니다. 총 길이는 6km남짓이지만 눈발이 쏟아지는 악천후라 카메라를 보호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디를 가든 자기 몸보다는 카메라와 렌즈가 더 소중합니다.ㅎㅎ 올해도 제주에 남아있는 동안 많이 돌아다니고 많은 사진을 공유하겠습니다.


2015년에도 왕따나무. 눈오는 날 새별오름 왕따나무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저께 딱 좋은 날이었는데 안전을 위해서 찾아가지 못했다. 우연히(는 아니고) 오늘 지나는 길에 목장 가장자리에 있는 모든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사진으로 남겼다.


오늘은 겨울 바다의 빛깔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확인한 날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는 색을 사진으로 절대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제 사진 찍는 걸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여전히 능력과 연습이 부족하다.


인물 사진은 어려워. 그것도 웨딩사진이라니... 처음으로 RAW로 찍어봤는데, 사진 실력이 좀더 좋아지만 RAW를 이용해서 좀더 정성껏 사진을 찍는 걸로 해봐야할 듯... 지금처럼 막 찍으면 실력이 언제 늘까 싶다.


날과 시를 잘 맞추면 괜찮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다음에는 밤 늦은 시간에 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어쩌면 한여름 밤에 멀리 한치어선 불빛이 보이면 또 색다른 그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 때까지 제주에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30분만 일찍 일어났더라면? 만약 10분만 빨리 올라갔더라면? 오늘 인생 사진을 놓쳤다. 오늘이 1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그런 날이었는데 간발의 차이로 멋진 일출을 놓쳤다. 인생 사진을 찍고 사진 인생을 마감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 때가 아닌 것같고 아직은 제주를 떠날 때가 아닌 것같다. 도전이 계속 돼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오늘은 나의 게으름에 대한 벌로 컵라면을 먹지 않았다.


정신 못 차리고 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들이 참 애매하다. 오늘은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같다. 방황하지 않는 것이 좋은 삶의 측도가 될 수 없다. 그건 삶이 없는 것과 같다. 어쨌든, 새벽 이른 시간에 산행을 했으니 티를 내기에 충분한 사진을 오늘의 사진으로 선택했다.


1월의 마지막 날. 섭지코지 볼 때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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