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별개의 두개의 사건에서 위기관리능력, 그것도 순간적인 위기관리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내가 지금 제주에 살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다음에 입사하지 않았더라면 두개의 사건 모두 나와 전혀/거의 무관한 것이고, 그래서 위기관리능력이라는 타이틀로 연결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두개의 별개 사건이 위기관리능력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첫번째 사건은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제주지검장의 공공장소 음람행위에 대한 대처에 관한 것이다. 물론 내가 지금 적는 방법으로 대처했더라도 그 사건/행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의 양상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는다. 만약에 지검장이 처음 경찰에 검거됐을 당시에 자신의 신분을 분명히 밝혔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지금 적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는 말은 아니다.) 아마도 처음 경찰에게 잡혔을 때 자신의 신분을 속이거나 발뺌하지 않고, 자신은 제주 지검장인데 오해가 있었는 것같다라는 식으로 말했더라면, 아마도 경찰은 사건이 긴가민가하면서 사람을 잘못 체포했다고 생각하고 미결로 남겼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사건의 초기부터 해왔다. 이게 옳은 방법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건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했다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사건이 흘러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두번째 사건은 다음카카오 합병에 관한 기자회견장에서의 내용이다. 직접 중계를 보지는 못했지만, 기자회견의 반이상이 합병에 관한 것보다는 카톡의 개인정보 이슈에 관한 것이었다고 들었다. 즉, 최근에 KH의 발언 이후 텔레그램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태와 이후 (아니라고 공식 발표는 했지만)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 대화가 검경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두번째 것은 기자회견 이후의 문제니 일단 보류하고, 첫번째 이슈만 보겠다. 기자회견장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주 및 대화의 암호화에 대한 질문을 대표님께서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자들도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같은 이슈를 더 구체적으로 질문했다고 들었다. 어쨌든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으니 기자들이 더 집요하게 파고든 듯하다. (지금 정권 및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대해서 그렇게 집요했더라면 대한민국 언론의 신뢰도가 그렇게까지는 떨어지지 않았을텐데...) 만약 대표님이 기자회견장에서 '기술적인 세부적인 것은 모두 파악한 상태가 아니라서 자세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안다고 해도 보안에 관련된 문제라서 자세한 답변을 바로 드릴 수 없다. (어떤 알고리즘을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밝히는 것만으로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개인정보 및 대화를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밝히겠다. 그리고 기술적인 세부사항은 추후에 다시 알려주겠다. 그리고 만약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 암호화를 비롯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필요하다면 본사나 관련된 DB/서버를 해외이전하는 것까지 고려하겠다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더라면?)'와 같은 식으로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두번째 이슈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적어도 합병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다음카카오의 향후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텔레그램이나 암호화, 개인정보와 같은 부정적인 이슈로 원래 취지가 덮여버리지는 않았을 것같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답변과 후속 조치의 진정성은 다시 모든 국민 (카카오 고객)과 언론에 꾸준히 보여줘야 겠지만...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두 가지 사건에서 초기 대응을 조금 달리했더라면 사건의 경과나 결과는 충분히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미 다음카카오 직원이 되어버렸으니 회사를 위한 조금의 변명을 해보자면... 지금 카톡의 암호화 이슈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검경에서 브레이크도 없이 자행하는 무분별한 카톡 대화내용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한 회사에 대해서 그렇게 집요하게 파고들듯이, 현재 정권과 정부, 정치권에 대해서도 그런 성역없는 집요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건 변명이고.. 만약 회사가 잘못했다면 잘못한 것이 맞다. 머저 사과하고,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향후 대책을 세워서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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