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아지트에 적은 내용인데, 이건 외부에 공개해도 문제가 없을 듯해서 블로그에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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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또는 미래 예측은 언제나 두려우면서 흥분되는 주제입니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웬만한 미래학자들의 저서들을 거의 다 읽어보곤 했습니다. 데이터마이닝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자연스레 데이터에 기반한 미래 예측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마이닝의 큰 역할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를 규명하는 것과 그걸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뉩니다. 데이터적 미래 예측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과 같습니다. 과거에 이랫으니 미래에도 이럴 것이다 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당연히 비선형이고, 불연속 또는 부드럽게 이러지지 않는 구간들이 존재합니다. 소위 말하는 미분불가능한 영역에서는 앞의 가정 (즉,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지난 일요일 SBS 스페셜에서 '세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라는 제목으로 복잡계 또는 네트워크 이론을 다뤘습니다. (SBS 홈페이지에 로그인하시면 전체 볼 수 있음) 다큐에 등장하는 마크 뷰캐넌이나 알버트-라즐로 바라바시 등은 저도 좋아해서 그들의 저서가 나오면 꼭 읽어보곤 합니다. 복잡계에서는 세상은 진짜 복잡하지만 또 전체로 봤을 때는 생각보다는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즉, 세상은 법칙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멱함수와 임계점 관련된 것입니다. 사건의 발생빈도는 규모의 로그스케일에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많은 네트워크들이 그 법칙을 따릅니다. 쿼리수나 클릭회수, 메시지수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복잡계 관련 책을 읽어보면 마치 지지의 발생 빈도, 위치, 일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는데 실패했고 그런 예측 모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건에 경향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그 경향성에 부합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단순히 노이즈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군집 또는 전체의 움직을 파악하는 복잡계가 각 개별 요소들의 독립된 행동을 파악하는데 사용되는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독립된 요소들이 결합했을 때의 현상은 복잡계로 어느 정도 잘 설명이 됩니다. 그런데 지진이 발생할 것을 전혀 예측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서 지진의 발생 자체는 예측하지 못하지만, 강력한 지진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지구과학 시간에 지진에 대해서 배우면서 P파와 S파에 대해서 배웠을 것입니다. P파는 파동이 약하고 빨리 전파되지만 S파는 파동이 큰 대신 천천히 전파됩니다. 그렇습니다. 약한 P파를 감지했다면 조만간 큰 S파 파동이 온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워날 짧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미에서 인간이 대비할 겨를이 사실 없습니다. 그리고 P파의 크기로 S파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비선형적이고 불연속의 현실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하나로 답하라면 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래 예측이 가능했다면 세상은 지금처럼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P파와 S파 얘기에서처럼 미래의 사건을 빠르게 감지할 수는 있습니다. 미래의 신호가 미약하고 단발적이라서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한다면 충분히 미래를 대비할 수는 있을 것같습니다. 며칠 전에 적었던 위키리크스, NSA와 프리즘, 스노든 등의 외부 사건이 알려줬던 보안 및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지금 카톡 감청이라는 미래를 어느 정도 예시했다고 봅니다. 미래를 잘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빠르게 캐치할 수는 있습니다. 능력만 있다면...
혹시 복잡계에 관심이 있다면
마크 뷰캐넌의 책들, 바라바시의 '링크', 던칸의 'small world',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 등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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