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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문제는 문제야, 바보야.

지난 글에서 리더 또는 리더십을 사람들의 필요를 읽어내고 또 그들에게 필요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 필요를 만드는 사람)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팀을 어떻게 만든 것인가? 또는 그런 팀을 위한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짧게 생각하려 합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팀 또는 팀원들에게 '업무가 아닌 문제를 주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업무를 주면 그저 손과 발이 움직입니다. 주변의 여러 정황들을 고민해보지도 않고 그냥 주어진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전력질주를 합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지만, 단순히 업무가 주어지면 머리는 쓰지 않고 그냥 손발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업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것이고, 예상되는 해답이 있는 것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매뉴얼이 갖춰진 경우도 있을 거고, 다양한 레퍼런스나 베스트 프랙티스가 존재한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냥 이전에 짜놓은 코드를 Copy & Paste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머리를 굳이 많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업무가 주어져서 움직인다는 것은 자발성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저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그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엑 문제를 던져주면 손과 발이 움직이기 전에 일단 생각부터 합니다.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문제를 정형화시키기 위해서 고민도 해보고, 다른 문제 (Dual Problem)으로 변환시켜볼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새로운 가정을 추가하거나 빼어서 문제를 간략화시켜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은 결국 머리를 사용해야 합니다. 혹은 주어진 문제가 올바른가에 대한 검증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게 된다는 것은 창조의 시작입니다. (몸으로 하는 창조행위를 격하시키려는 의미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창조'를 생각에 연결해서 글을 적는 것입니다.) 문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정형화를 마쳤다면 그것을 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레퍼런스를 모을 수도 있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을 모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결책을 찾거나 해결해줄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발적인 행위입니다.

문제를 던져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팀/팀원들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호하고 어려운 문제가 그냥 주어졌을 때는 팀원들로써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럴 때는 (팀원으로써) 리더가 무능해 보이고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훈련해야 합니다. 모호한 문제라면 더 구체화시키고, 어려운 문제라면 쉬운 문제로 변환하거나 쉬운 작은 문제로 쪼개거나 해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준으로 바꾸는 것도 일종의 창의적인 과정입니다. 리더가 단순히 문제를 던져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히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초짜들에게 문제를 던져줬을 때) 이런 문제 이해/해석의 과정에 동참해서 팀/팀원들의 역량을 키워줘야 합니다.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늘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문제가 어려우니깐 네한테 시켰지, 쉬웠으면 내가 그냥 다 풀었다.' 그때는 참 무책임해보이고 난감했지만 그렇게 믿고 맡겨준 것이 (성장을 위한) 일종의 배려였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스스로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길입니다. 단지 업무만 부여하면 주어진 그 업무를 완수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투자한다. 그리고 결과를 성공 도는 실패다. 그러나 문제를 던져주면 그것을 풀기 위한 관련된 많은 제반 사항들을 검토하게 되고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하게 된다. 만약 문제를 제대로 못 풀었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다른 새로운 문제들을 풀기 위한 밑거름을 다지게 된다.

우리가 많은 어려움에 처하는 이유는 해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올바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양함과 모호함이 산재한 현대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올바른 문제를 찾아내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그런 문제를 찾아서 팀원들에게 던져주는 리더라면 참 유능한 사람입니다. 문제를 찾았다는 것은 맥을 읽었다는 의미입니다. 처음에는 크고 작은 문제만 던져주는 리더가 한심스러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불평하지 마십시오. 그런 능력을 가진 리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처음부터 해결책을 주는 사람 밑에서는 일하지 마십시오. 스스로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지난 글에서 팀과 주변 환경을 읽는다는 것이 그런 문제를 찾아낸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고, 사람들에게 움직여야하는 필요를 준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문제를 준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 글은 이렇게 적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리더 밑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고, 그런 리더가 되는 것도 힘듭니다. 어렵다면 현재처럼 그냥 그렇게...

(요즘 적고 싶은 주제는 많아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막막한 것들도 있고, 또 바로 글을 적을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제때 글을 적어나가지도 못하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다양한 생각을 나열하다 보니 글에 깊이가 많이 부족해졌습니다. 저는 하나의 생각 (단어 또는 문장)을 가지고 길게 풀어놓다 보니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경우도 종종 있고, 사용한 예시가 이상한 경우도 있고, 글의 흐름이 이상한 경우도 있고... 이런 저런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습니다. 글의 전체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에만 집중해주시고, 그것을 시드로 삼아서 각자 고민해보고 제가 순간 느꼈던 그것이 맞는지 스스로 검증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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