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음검색이 처한 가장 큰 비극은 낮은 시장점유율도 아니고, 낮은 검색품질도 아니다. 다음검색의 비극은 구글과 네이버로부터 시작되었다. 단지 그들이 세계 그리고 한국의 검색시장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사, 아니 독점적 메이저리티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겉으로 들어나는 것보다는 그들이 설정해놓은 검색의 정의/틀 안에서 다음 및 기타 주자들이 아등바등 경쟁을 하는 것에서 구글과 네이버는 다음검색의 비극의 시작이다. 지난 몇년 간의 다음검색의 발전 방향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하려던 많은 일들이 구글이 설정해놓은 글로벌 검색의 프레임, 그리고 네이버가 제공해주는 통합검색 및 소소한 기능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단순히 구글과 네이버와 구별되는 차별성 differentiation의 부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유일성 uniqueness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다. 이제껏 검색서비스를 하면서 구글과 네이버의 울타리 내에서, 그들이 정해놓은 룰 rule에 맞춰서 아등바등하지 않았던가. 잠시 조금 더 빨리 치고 나가더라도 우리가 한 일은 결국 구글과 네이버의 울타리 ('검색이 다 그래')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사람들은 우리가 선보인 기능/서비스에 대해서 '저 기능 구글/네이버에서 베낀 거 아냐?' 또는 '구글/네이버에도 저 기능정도는 다 있을거야.' 등의 반응/평가를 내렸다. 이는 차별성의 문제가 아니라 유일성의 문제다. 지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로 앉아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우리가 고객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지금이라도 거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는 다음검색이 아니라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와우 WoW를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우리의 펀드먼털 fundamental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다음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줌으로써 다음검색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2010년동안 50여가지의 새로운 검색서비스와 기능을 신규/개편 오픈했다지만, 여전히 시장에서의 검색점유율은 하등의 차이가 없고, 네이버의 기침 한번에 1~2%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이는 우리가 지난 기간동안 여전히 펀드먼털이 아니라 와우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라는 속담이 공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껏 잔치/이벤트를 소문내기에 바빴지, 막상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먹을 제대로 된 음식이나 그들이 시간을 보낼 잔치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너무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0년을 되돌아보면 기능의 추가에 바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의미의 추가에 너무 소홀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라고 거성이 말했지만, 오늘은 내일보다는 늦지 않았다. 다음이 줄 수 있는 가치와 의미를 다음검색을 통해서 줄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런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부터 정확히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부/전사에 걸친 자발적인 검색X팀 (Cross팀)을 만들 것을 건의한다. 단순히 엘리트집단, 또는 싱크탱크를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매월 1일마다 단행하는 그런 의미없는 조직의 개편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검색이란 과연 무엇일까? 미래의 검색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그리고 고객들이 꿈꾸는 그런 미래의 검색에 맞춰서 우리가 갖춰야할 역량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다음검색이 발맞춰나가야하는 걸까? 등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그런 '자발적'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자발적'이라 표현했지만, 시작은 윗선에서 강력한 의지보여줘야함.)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형식적인 TFT를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 열정으로만 묶인 그런 자발적인 조직이 아니라면, 내가 굳이 이렇게 글을 적을 이유도 없다. 일주일에 몇시간씩 (정규 업무 외의 시간) 모여서 함께 고민을 하고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서, 실서비스에도 향상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소수는 제외하고, 적어도 '돈'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바라고 꿈꾸면서 다음이라는 곳에 들어와서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들의 꿈과 열정을 믿는다. 그들, 아니 우리의 비전을 실현시킬 기회를 갖자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이룰 자발적인 조직체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혁신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즐겨 사용되는 예시로 잔디밭에 길을 내는 것이다. 새로 조성된 정원의 잔디밭에 길을 내고자할 때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다. 어느 지혜로운 분은 1년 정도 길을 만들지 말고 그냥 놔둬라고 했다. 실제 1년이 지난 후에 그 정원의 잔디밭에는 훌륭한 길이 만들어졌다. 바로 많은 학생들이 편하고 짧은 길로 자주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곳에 길이 났다고 한다. 그때서야 그 현자가 이제 이길을 따라서 길을 만드세요라고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혁신에 이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짓을 우리는 10년을 해왔다. 그결과가 바로 네이버로제 Naverose (네이버병)에 걸린 다음의 모습이다. 낯선 여성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서 네이버의 향기 Naverous를 느낀다. 사용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길을 내는 것은 너무 명확하고 안전한 점진적 혁신 방법이다. 그러나 그러면 언제까지나 우리는 2류인생에 만족하고 만다. 지금 LG전자를 보면서 하는 욕을 다음도 듣고 있다. 그저 2등에 만족하는 인간들이라고... 혁신에 이르는 다른 길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제시하는 급진적인 방법도 있다. 물론 현재 전진적 향상이 다음의 많은 서비스들에 필요하지만, 적어도 1~20%정도는 급진적 혁신에 힘을 투자하고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는 것이 지금 정권의 4대강 밀어붙이기식으로 비칠까봐 조심스럽긴하다.) 여기서 또 '다모'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길이 있어서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는 곳이 바로 길이다. 만들어진 길이 아닌 우리가 만들 길을 꿈꾸자.
입사후 한 3개월정도 지난 시점에 다음인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다음'이라는 브랜드에 관한 글이었다. 그때 어떤 분이 (바로 댓글이 지워졌지만) 입사 1년도 못된 초짜가 다음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이런 글을 올리느냐?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개발자로써 다음을 안 것은 1년도 못되었지만, 사용자로써 다음을 안지는 거의 10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개발자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한 고언이 그렇게 묵살된 적도 있었다. 그때, 그분이 적어도 3년은 회사를 다녀봐야 다음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2011년 3월 11일이 되면, 나도 이제 입사 3년을 채우게 된다. 이제는 나도 말할 자격을 거의 얻은 셈인가? 그런데 아직도 나는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입을 막아야만 하는가? 3년 전에 가졌던 그 기분과 생각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하지만, 난 다음에서 개발자로써 지낸 시간이 단 한시간도 없다. 언제나 다음서비스의 사용자였고, 미약한 컨트리뷰터였을 뿐이었다. 개발자로써의 내 목소리가 아니라, 사용자로써의 내 목소리가 외면당할 때의 배신감은 너무나 컸다.
1년간 열심히 활동하던 다음인 게시판에서 절필을 선언할 때는 마음이 참 괴로웠다. 그리고 1년간 Yammer에서 필요이상으로 잘난 체하는 것같아서 2000번째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그만 둔지가 6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내 심장은 뛰고 있다. 3년 전에도, 2년 전에도, 1년 전에도 뛰던 그 심장 그대로 아직도 뛰고 있다. 이 시대는 지식이 없는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열정과 용기는 쌓이는 지식에 반비례하는 것같다. 죽은 지식이 우리의 열정마저 죽게 하고 있다. 다음이라는 조직 내에 보이지 않게 깊숙이 잠재하는 그 위험을 왜 도려내려고 하지 않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3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그 말 속에 긍정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심장은 이미 멈췄더라도 이제 막 입사한 사람들의 열정을 식히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꿈을 꾸고 심장이 뛰고 있는 다음인들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는 없는 걸까?
예전에 적었던 블로그글을 추가합니다.
- http://bahnsville.tistory.com/214
- http://bahnsville.tistory.com/224
- http://bahnsville.tistory.com/395
(휴가중에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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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인들을 위해서 적은 글입니다. 다른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음'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 포털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음이라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기획자나 개발자, 운영자들이 아니라, 다음을 사랑하고 애용하는 모든 고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부용으로 적은 글이지만, 외부에 공개합니다. 다음을 사랑하신다면 다음에 대해서 가차없는 비판을 보내주세요. 욕을 먹는 것이 무관심보다는 낫습니다. 소수의 일부에 의해서 꾸며지는 세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 국민들이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다음의 다음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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