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하면서 네이버에 대해서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본다. 네이버는 어떻게 어떻게 하는데 우리는 왜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는 소리다. 이런 사람들이 왜 네이버에 가서 일을 하지 않고, 다음에 와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네이버를 제외한 국내의 인터넷 업체들은 모두 2등, 3등이기 때문에 1등에 대해서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그들을 주시하고 때론 벤치마킹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등 또는 3등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 네이버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병이라는 뜻으로 네이버로제 (Naver + Neurose - 네이버 노이로제)라는 말을 만들어 보았다.
시장의 선두업체들이 종종 혁신의 기회를 놓쳐서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을 자주 목격하지만, 반대로 2등 또는 3등 업체들이 선두업체의 기세에 눌려서 제대로된 혁신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왜 네이버로제에 걸린 업체들에서 혁신이 어려운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려고 한다. (물론, 몇몇 서비스들에서는 1등보다 선수를 친 혁신적인 것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네이버로제에 걸린 업체들이 하는 전형적인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후발/2등업체의 진정한 애환은 2등이기 때문이 아니라, 네이버로제에 걸린 결정권들에게 있다.
먼저 기획자나 개발자들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부에 결재를 받으러 가면, 윗선에서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네이버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나?'라는 것인데, 보통의 경우 이제까지 시장이 존재하지 않던 신규마켓/서비스이기 때문에 아무리 네이버가 1등 기업이라고 해도 해당 기획안과 맞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네이버에서는 이런 서비스가 아직 없습니다라고 답변을 하면, 윗선에서는 바로 '리소스 (돈/인력)도 없는데 네이버가 하지 않는 서비스를 왜 굳이 개발해야하지?' 되묻는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시장성이 있고 참신한 서비스 아이디어라도 네이버에서 비슷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이 2등 기업의 한가지 애환이다.
두번째의 경우는 위와 반대의 경우인데, 이미 네이버에서 비슷한 종류의 서비스를 하고 있고 (예를 들어, 지식in이라던가) 그 서비스를 벤치마킹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기획해서 상부에 보고를 하면, 역시 같은 첫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기획/개발자는 네이버에서 이런이런 서비스가 있는데, 이런 점에서 장점/단점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기획/개발하면 충분히 시장성이 있습니다라고 기획자는 답변할 것이다. 그러면 즉각적으로 윗선에서 '리소스도 없는데 네이버에서 벌써 런칭한 서비스를 왜 굳이 개발해야하지?'라고 되묻는다. 이 경우에도 역시 더 발전된 서비스를 기획/개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등업체가 이미 선점했다는 이유로 이 아이디어도 역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 또한 2등 기업의 애환이다.
위와 같은 네이버로제에 걸린 상급자/관리자를 두었다면 후발/2등업체는 절대 선두업체를 이길 수가 없다. 후발업체가 선두업체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어쩌면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무모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보다는 분명 낫다. 물론 명확한 목적을 가진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것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무모해질 수가 있고, 그만큼 더 꾸준히 전진할 수가 있다.
네이버로제는 비단 다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네이트던 야후던 아니면 구글이던, 한국에서 인터넷 포털을 지향하는 모든 기업들이 타도 네이버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지만, 네이버로제라는 병에 걸렸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치료한 후에 타도 네이버를 외쳐라.
P.S. 제발 KT나 LG도 SK를 눈치보지 말고 iPhone 어떻게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