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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광고도 미쳤다. M(e)AD

 지난 글에서 주제넘게도 '검색은 미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색일을 하면서 검색이 필요없는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미친 짓인지도 모르지만, 우리 모두 그런 미친 세상을 꿈꾸고 상상해왔던 것이 아니었나? 소위 지식이라는 것이 한정되었던 시절에는 지금 미친 미래라 부르던 그런 사회였던 것같다. 굳이 머리를 사매면서 공부하지 않더라도,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하러 가고, 배고프면 끼니를 떼우고, 날이 따뜻해지면 씨를 뿌리고, 벼가 고개를 숙이면 추수를 하는... 자연의 시간, 자연의 공간,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전체 흐름 속에서 새로운 것도 궁금한 것도 묻지 않더라도 내가 필요한 정보를 자라면서 저절로 습득을 하던 그런 시대가 태고적 원시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우리에게 검색이 필요한 그 시점부터 우리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외부의 정보에 의존하게 되었다. 완전히 외부의 정보와 기기에 종속되는 그 시절이 오면 검색이 필요없는 시대가 도래할 것같다. 원시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 적어도, 현상만으로는...

 우리의 자연스러움을 상실한 그 순간부터 광고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같다. 과거에는 마을의 유지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고, 장돌뱅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런 이야기에 조금의 상술이 들어가면 그것이 광고가 아니겠는가? 신문방송이라는 매체가 생기면서부터 광고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처음에는 신문의 지면광고가 우리 곁으로 왔다. 라디오와 TV가 일상화되면서 공기를 통해서 광고가 전달되었다. 그러더니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배너광고가 사이버 세상을 지배하는가 싶더니, 사용자들이 검색창에 입력하는 검색어에 반응하는 검색광고가 광고의 왕가 되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등장하며 소셜광고가 생겼고,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광고가 생겼다. 애플도 자체 광고네트워크인 iAD를 선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WWDC에서 벌써 $60M의 광고가 수주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바야흐로 광고의 전성시대다. 입소문, 지면광고, 방송광고, 배너광고, 검색광고, 소셜광고, 모바일광고, 또 실시간광고 (프로모티드 트윗), 그리고 스폰서포스팅으로 대변되는 SM광고도 포함될 것같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현재는 검색광고가 왕이다. 이렇게 우리는 광고에 미쳤다. ... 그런데, 만약 제가 옳다면 (검색에 미래가 없다면) (검색)광고에는 미래가 있을까?

 검색이 미래가 아니듯 광고도 미래가 아닐까? 그런데 광고는 여전히 미래가 있는 것같다. 모순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광고가 모두 검색광고가 아니지 않는가? 검색광고는 미래가 없다. 그래서 광고에는 미래가 있다. 또 다른 검색이 출현하기는 어렵지만, 또 다른 광고는 출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광고는 미래가 있다. 사실 확고한 미래가 있다고 말하기 보다는 (신문, 방송, 검색을 포함한 모든 미디어/중계) 기업들이 새로운 돈줄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금맥을 잃어버리면 새로운 금맥을 찾아나설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같다. 과거 광고의 중심에는 항상 미디어가 있었다. 지역 유지나 장돌뱅이에서부터 신문, 라디오/TV, 그리고 포털과 검색 등의 인터넷... 미디어가 없는 광고는 상상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미래의 미디어는 무엇일까?가 의문이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대답은 '나', 즉 우리 자신이 미래의 미디어인 것같다. '나'를 통해서 광고가 전달되고, 아니 '나' 자체가 광고인 셈이다. 그래서 개인의 아이덴터티 Identity가 중요하다. 나의 작은 말과 행동이 광고의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벌써 애플에서 iAD라는 용어를 사용해버렸으니, 나광고를 MeAD라고 부르자.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여러 미디어에 이를 홍보하는 것이 광고였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앞으로도 계속 효과가 있을까? 최근에 왠만한 테키들 사이에서 국내굴지의 두 S기업은 공공의 적이다. 특히, HW를 만드는 그 S에 대한 반감은 더욱 크다. 한때 우리는 모두 S가 만들면 다른줄 알았다. 그래서 많이 사줬다. 조금의 애국심과 함께... 미디어 광고의 효과와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도 우리는 S가 만들면 다르다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 기업의 제품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들이 만든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다. (물론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나쁜 측면이 많다. 굳이 아이폰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냥 S가 싫은 거다. S는 자신의 아이덴터티 Me를 그렇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S를 생각하면서 애증을 가지도록 자신의 아이덴터티를 만들어놓았다. S의 Me가 그렇기 때문에 S의 광고가 효과가 없다. S의 최고책임자 L도 자신의 Me를 그딴 식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S와 L을 싫어한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자신의 모습때문에 MeAD시대에 S의 몰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브랜드 갭>이라는 짧은 책에서 마티 뉴마이어는 브랜드를 내가 정의하는 내가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는/인지하는 '나'라고 정의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분명히 남 (사용자들)들에 의해서 확립된다. 그리고 그런 사고의 확립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내가 '나' 브랜드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남들이 '나' 브랜드를 제대로 정립하도록 이끌어줄 수는 있다는 소리다. S도 자신의 Me 브랜드를 정립하도록 이끌어줬다. 그게 긍정적인 것이 아닌 점이 문제일 뿐이다. '나'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MeAD의 핵심이다. '내 말이 곧 법이다'의 시대를 지나서, '내 말이 곧 광고다'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미래의 검색은 검색하지 않는거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광고도 광고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브랜드가 중요하다.

 다시 나만의 자연스러움을 찾자. 내가 만든 자연에서 자유를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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