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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애플의 개발자컨퍼런스 WWDC가 시작되었고, 키노트를 통해서 신제품이 소개되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어떤 제품이 소개될 것이고 어떤 제품이 배제될 것이라는 것이 다 알려졌지만 그래도 실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길 원합니다. 더우기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어제 키노트의 시작도 2시간 내에 WWDC 참석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요즘 EURO 2012와 디아블로3, 그리고 새로 배우기 시작한 테니스 등으로 심신이 피곤해서 새벽에 라이브로 키노트를 감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낮시간에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키노트 동영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미 언론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어떤 제품, 어떤 기능이 포함되었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발표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가 아니라서 다소 싱거워졌기는 하지만... 잡스의 키노트를 통해서도 발표에 대해서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WWDC 기조연설 및 제품발표가 애플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모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어제 어떤 제품이 소개되었고, 또 어떤 기능들이 추가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동영상이나 WWDC를 취재한 다양한 기사들/포스팅들이 이미 존재하니 그것들을 참조하면 될 듯합니다. 그 대신 이번 WWDC에서 소개된 제품들을 통해서, 오늘 아침에 문득 떠오른, 애플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서비스 전략에 대해 (추측한 내용을) 다뤄볼려고 합니다.

어제 WWDC에서는 맥북에어 MBA / 맥북프로 MBP (그리고 MBP 레티나), 차기 Mac OSX인 마운틴 라이언 Mountain Lion, 그리고 차기 모바일 OS인 iOS6가 발표되었습니다. 애플이 왜 이 세가지 제품을 소개하였고, 왜 이런 순서로 제품을 소개했는지를 조금만 깊이 생각한다면 현재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또는 비즈니스 전략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잘 아려진 이야기로 1997년도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 가장 먼저 단행한 것이 바로 제품라인업의 단순화였습니다. 당시에는 PC사업만 하던 때라서 데스트탑라인업과 랩탑라인업으로 구분하고, 전문가용제품과 일반용제품으로 4등분했습니다. 지금의 제품으로 본다면 '맥프로 vs iMac vs MBP vs 맥북'이라는 4개의 제품(군)으로 나눠서 성능 및 가격을 조정했습니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밝힌 유명한 일화로 친구가 PC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당시의 애플 라인업에서 제품이 너무 다양해서 어떤 제품을 추천해줄지 막막했다는 것이고,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바로 추천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제품만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현재 CEO인 팀 쿡 등이 여러 번 밝혔듯이 애플의 강점은 집중/단순화에 있습니다.

21세기를 네개의 제품군으로 시작한 애플이지만, 이후 iPod과 iTunes (Music) Store를 비롯해서, iPhone, 앱스토어, iPad, 애플TV,  iCloud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애플 라인업에 포함되었습니다. 다양한 제품들이 추가되었지만 여전히 1997년 이전의 PC만 판매할 때의 제품라인업보다 단순합니다. 어쨌든 현재는 다양한 제품군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 잡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팀 쿡으로 CEO가 바뀐 현 시점 -- 애플은 다시 단순화작업을 시작해서 집중해야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WWDC에서 소개한 제품 및 발표순서는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물론 WWDC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가전(?)보다는 그들이 다양한 악세사리나 SW를 개발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제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iPhone이나 iPad에 대한 내용 (iPad는 출시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음)이 빠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WWDC라는 공식행사를 통해서 애플이 보여주고 싶었던 수 많은 제품들이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왜 애플은 새로운 랩탑라인업, 맥운영체제, 그리고 모바일운영체제만 그리고 이 순서로 발표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개발자를 위한 행사기 때문에 그에 맞는 제품 구성이기도 합니다. 2시간의 짧은 행사입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애플이 제공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2시간을 채울 적당한 것들을 선별하고 또 선별해서 발표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선별 기준이라면 당연히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즉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략제품일 것입니다. 그런 전략제품의 이면을 더 깊이 생각해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 애플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현재 애플이 집중하는 대상은 데스크탑보다는 랩탑, 즉 포터블기기에 있다는 점입니다. 어제 유일하게 소개된 HW는 맥북 라인업입니다. MacRumors.com의 Buyer's Guide를 확인해보면 현재 MacPro, MacMini, iMac 등이 발표된지 250~350일 정도 지났습니다. 맥북 라인업에 대한 기대에 못지 않게 맥데스크탑 라인업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WWDC에서는 데스크톱이 아닌 랩탑만을 소개했습니다. 데스크탑 마켓도 여전히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지만 포터블기기의 그것보다는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애플도 포터블기기에서의 혁신에 더 집중하고 주도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두번째는 HW인 맥북 라인업을 먼저 소개하고 다음에 SW/OS인 OSX 마운틴라이언과 iOS6를 발표했습니다. 애플은 대표적인 HW와 SW가 통합된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전까지는/여전히 대중들에게는 SW보다는 HW로 더 잘 알려진 회사입니다. 그냥 HW회사였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데스트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랩탑 라인업을 소개하고, 이후에 모바일/팜탑 라인업 순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작은 랩탑 HW였지만 중간은  OSX였고, 대미는 iOS6였습니다. 이를 통해서 애플이 현재 더 집중하고 있는 곳은 단순히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HW보다는 그것을 운영하고 더 큰 가치를 만들어주는 OS/SW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번째는 OSX를 먼저 발표하고 이후에 iOS를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서도 PC보다는 모바일기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재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PC의 영향도에서는 많이 벗어나서 더 모바일의 영향 아래 묶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모바일 혁명을 선도해왔지만, 그래도 여전히 PC 기반의 기업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참고로, 몇 년 전에 Appple Computer Inc.에서 Apple Inc.로 사명을 바꿈) 여전히 PC에서의 사업을 더 고집했다면 iOS보다는 OSX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것이고, 그런 점이 발표 (내용 및 순서)에 잘 나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iOS가 발표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즉, PC소프트웨어보다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네번째는 단순한 SW의 제공자로써의 애플이 아닌 (토털) 서비스/솔루션 제공자로써의 애플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소개된 마운틴라이언이나 iOS6의 주요 기능들이 모두 iCloud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냥 적당한 OS나 SW/앱 만들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백단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시켜주는 의지를 볼 수 있엇습니다. 키노트 서두에서도 애플은 플랫폼이 될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서 제공할 것이고, 그 위에 추가될 다야한 서비스/앱들은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플랫폼 제공자로써의 애플과 그 위에서 마음대로 뛰어놀 사용자로써의 개발자가 만나서 애플에코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듯합니다. 10년도 더 전에 경영구루 톰 피터스 Tom Peters도 단순한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을 만들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라고 그의 책 '미래를 경영하라 Re-Imagine'에서 밝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도 단순히 제품라인업을 추가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량을 사용자들을 묶어둘 서비스/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나 추측하게 됩니다.

2시간의 짧은 키노트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앞으로 애플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의 제품만을 선별해서 소개했을 것이고, 또 그 중요도에 따라서 키노트를 구성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데스크탑 라인업 대신 랩탑 라인업만 소개했다는 점, HW를 먼저 소개하고 이후에 OS 등의 SW를 소개했다는 점, OSX를 소개한 후에 iOS로 키노트의 대미를 장식했다는 점, OS의 많은 기능들이 클라우드에 연계되었다는 점... 저는 짧게 설명했지만 그 속에 숨은 깊은 함의를 깨닫는다면 향후의 서비스/제품 기획/개발 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상을 하고 또 상상을 해야할 시기입니다. Imagine & Re-imag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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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아침에도 주제넘는 트윗을 해버렸다.
네티즌의 반응 중 가장 안타까운 것 하나.. "이미 있던 기능" (참고링크)
 
 지난 새벽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애플의 WWDC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열렸다. 애플 생태계에 기여하는 많은 개발자들이 모여서 애플이 최근에 개발한 OS나 개발툴 등을 소개하고 시범운영하는 행사다. 최근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iOS를 기반으로 한 개발자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세션에 참석하는 듯하다. 내가 애플에 관심을 처음 가졌던 것이 2004년부터였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매년 6월에 정기적으로 열린다. 그리고, 1월에 맥월드도 열리지만, 애플이 더 이상 맥월드에식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니 어쩌면 애플이 주관하는 최대 행사는 WWDC가 유일하지 싶다. 보통 맥월드에서는 행사명에서도 유추가능하듯이 맥에 초점을 맞춘 행사다. 그래서, 보통 애플의 신상 하드웨어는 주로 맥월드를 통해서 소개된다. 반면 WWDC도 이름에서 유추되듯이 하드웨어보다는 개발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신제품이 발표된다. 올해 WWDC에서도 애플 맥/PC의 차기 OS인 라이언, 아이폰/패드/팟의 차기 OS인 iOS5,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iCloud가 소개되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겨울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발표 그리고 여름에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표한다. 그리고 간혹 중간중간에 소규모 컨퍼런스/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몇몇 개선된 하드웨어들을 발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겨울에는 맥PC, 여름에는 아이폰/팟 위주의 발표를 많이 했기에 이번 발표에서 아이폰5나 아이폰4GS 등이 발표될 거라는 루머/기대도 있었지만 원래 컨퍼런스 취지에 맞게 키노트에서는 두 종의 OS와 클라우드 서비스만 발표되었다.

 애플의 키노트는 많은 이슈를 양산한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단지 맥유저 (또는 소위 맥빠)들만 애플에 관심을 가졌는데, 아이폰의 충격 이후에는 일반 시민들도 애플의 신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같다. 그렇기에, 잡스의 키노트 이후에 국내 IT 신문이나 블로그에는 애플의 신제품 소식으로 넘쳐난다. 내가 처음에 애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그 당시의 분위기와는 진짜 많이 변했다. 내가 2004년도에 파워북을 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보였던 반응 (내가 1996년에 친구가 맥킨토시를 산다고 했을 때 보였던 내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이나 2005년에 한국에 귀국했을 때도 학교에서 맥 유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2008년도에 회사에 들어오니 주위에 맥PC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2008년도는 아직 아이폰이 보급되기 전이지만, 그래도 개발자들 사이에는맥이 많이 보급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2011년도 지금은 회사에서 소규모 미팅을 하게 되면 대부분이 맥북/프로/에어/아이패드를 들고 회의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그만큼 지금 애플과 애플의 제품/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지난 가을에 학교에서 강연을 해주면서 IT/과학 섹션의 뉴스의 절반 이상이 애플과 관련된 뉴스다라고 과장해서 말한 적도 있지만, (사실 느낌상 50%이상인 듯도 하다. 실제는 외국의 경우 15~20%정도가 애플뉴스다.) 적어도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후에는 국내지면의 50%이상이 애플 이야기로 넘쳐나는 것같기도 하다.

 단순히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뉴스도 있고, 그런 서비스가 IT 생태계나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깊게 분석한 글도 있다. 그런데 가장 한심한 기사로는 단순히 트위터나 블로그 등에서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반응만 짜집기해서 뭔가 대한한 뉴스인양 글을 송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그런 네티즌의 반응 중에서 재치있는 반응들도 있지만 참 안타깝고 한심한 반응들도 많이 본다. 그런 반응 중에서 가장 한심하고 안타까운 반응으로 '이미 있던 기능이네'라는 반응이다. 그래서, 글이 길어졌지만 도입부에 던졌던 트윗을 하게 되었다. 내가 그들의 반응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늘 라이언이나 iOS5에 소개된 많은 기능들이 안드로이드나 다른 여러 제품들에존재하던 기능들이다. 굳이 이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단순히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들이다라고 폄하하기에는 그런 말을 너무 쉽게하는 자신들의 무지나 편협함을 어쩔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애플 애호가이지만, 남들이 보면 애플빠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애플의 발표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제껏 보여줬던 애플의 철학에 심히 공감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애플을 방어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을 애플이 구현했기 때문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최고의 창조적인 기업이라는 찬사를 듣는 애플이 기존에 다른 기업들이 일부 구현했던 것을 자신들의 스펙 내에 포함시켰다고 그걸 마치 대단한 것인양 자랑하는 것이 낯뜨거워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 애플 제품에 그런 기능이 없었다면 그걸 구현해서 조용히 집어넣으면 되지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라고 묻는다면 이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전에 존재하던 기능을 자신들의 철학에 맞게 재해석해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면 그건 칭찬할만한 일이다. iOS4가 처음 소개될 때, 멀티태스킹이나 폴더 등과 같은 기능도 그 전에 안드로이드나 탈옥된 iOS에서 모두 구현되던 기능이다. 그래서, 국내 IT에서는 나름 유명한 구글의 한 직원의 트윗이 회자된 적도 있다. (그 트윗은 그런 기능들이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다 구현되었다는 식의 글이었다. 나의 첫 반응은 'So What?' 이었다. 그걸 표면적으로 반응하지 못했던 점이 아직도 아쉽다. 그래서 이 글을 적는지도 모르겠다.) 개별 기능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전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뽐내기 위해서 제품 전체의 그림에 어긋나는 것들을 마구 수셔넣는 것은 나쁜 짓이다. iOS4를 발표하는 당시에 스티브 잡스가 자신들도 예전부터 멀티태스킹 기능을 넣고 싶었지만, 제대로된 멀티태스킹 기능을 넣고 싶었기 때문에 이전 버전에는 넣지 못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 어쩌면 몇몇 선진 기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자신들을 변호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때 잡스의 발언을 신뢰한다. iOS4가 소개되기 전에 탈옥된 iOS상에서 지원되던 멀티태스킹은 우리가 wired PC에서 보던 멀티태스킹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폰에 특화된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적인 멀티태스킹이었다. 지금도 아이폰의 멀티태스킹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전의 탈옥 멀티태스킹은 훨씬 조잡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자신들의 제품 철학에도 맞지 않으면서 단지 소비자들이 원할 것같으니 조잡하게 구현해서 제품에 넣는 것은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애플이 OS들을 개발해나가면서 멀티태스킹이나 폴더 등과 같은 기본 기능은 처음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기능들은 처음에 생각지도 못했지만 탈옥된 OS나 다른 OS들의 기능들을 보면서 새롭게 배웠을 기능들도 있을 거다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겠다. 처음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되었던 많은 기능들이 여러 여건 때문에 뒤로 늦춰졌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이나 인력 등의 현실적인 여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잡스의 완벽주의에 기반해서 불완전한 버전을 배제시켰을 수도 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만이 창의성은 아니다. 유에서 나만의 유를 재정의하는 것도 창의성이다. 요즘은 표절이라는 이슈에 민감하지만, 과거 우리 선조들은 한폭의 수묵화를 그리기 위해서 선대의 우수한 작품들을 수도없이 배끼면서 자신만의 실력을 터득해 나갔다. 모방을 통한 창조.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때로는 모방이 최고의 창조도구가 될 때가 있다. 문제는 모기업들처럼 창조에 이르지 못하고 모방에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관한 책들을 읽어보면 과거 실패한 기업들 (어느 개그맨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집스러운 기업들)의 공통 특성 중에 하나가 NIH, 즉 Not Invented Here라고 한다. 즉, 자사에서 개발된 기능이 아니면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넣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더 좋은/완벽한 기능/솔루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걸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가끔 지적재산권이나 특허 때문에 사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면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애플도 한때 그런 문화가 있었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굳이 더 좋은 대안이 있을 때는 그걸 사용하자라는 교훈을 배웠다고 한다. (<아이리더십>에서 애플 부사장이 그렇게 밝혔다.)

 이미 존재하던 기능이라고 해서 생각없이 별것 없네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적어도 애플을 믿기 때문에, 키노트에서 이미 존재했던 기능이지만 그들이 키피쳐라고 뽑았을 때에는 그만큼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개선해서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NIH에서처럼 우리는 더 좋은 외부의 기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래 전부터 선보이고 싶었던 것인데 어쩌다보니 남들보다 늦춰졌지만 그래도 우리의 오리지널리티를 확신한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지 기존 버전에서 없던 기능 중에서 눈에 띄는 몇 개를 생각없이 제시했을 수도 있다. 여러 다양한 이유/속사정으로 그들이 대표특징으로 뽑았으리라 본다. 적어도 나는 믿는다. 그들이 단지 기능을 구현한 것이 아니라, 그런 기능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전해주는) 가치를 만들어냈으리라고...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줄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자존심을 버리고, 남들이 개발해뒀던 우수한 기능을 수용하는 것은 기업의 미득이다. 그러나 나는 절대 단순 모방이나 표절에 관대하지 않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제발 '이미 존재했던 기능'이라고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5년이 평생인 나의 삶 속에서 항상 내 생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솔직해지자. 내가 내놓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전적으로 100% 내것이 아니었던 적이 더 많다. 소두유. 

 사실 오늘 소개된 대부분의 기능들이 예전부터 기대/예상했던 것들임. 그런데 이전에 존재했고 충분히 예상되었던 기능들인데, 왜 애플이 구현/제시했을 때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느냐?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찾지 않으면 경쟁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듯함. '우리는 이런 거 왜 못 만드나?''라고 묻는 거나 '기존에 있던 기능이네'라는 반응은 같은 맥락의 다른 표현임.
 
P.S. 음.. 그런데 만약 어제 발표가 애플이 아니라, 구글이나 삼성의 발표였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그랬다면 내가 지금 같은 논리의 글을 적고 있을까? 나이는 공으로 먹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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