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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8 금융위기와 인터넷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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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뉴스위크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Rob Cox가 적은 The Ruthless Overlords of Silicon Valley라는 기사다. 기사의 내용은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한 많은 IT기업들이 스스로 선하다고 인식하고 그렇게 알리고 있지만, 그들이 적대하는 기존의 악덕대기업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의 주요 IT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업 미션이 악하지 않고 수익을 낸다거나 수익보다는 위대한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존의 제조나 유통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에서 최근 이슈가 되었던 SOPA (Stop Online Property Act) 규정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도)

논의에 앞서서 개인적으로 '사용자들의 자발적 규제'에 대해서 찬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발적 규제란 사용자 스스로가 현재의 법적인 근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저작권법이라거나 정보통신이용법이라거나 그런 법적인 근거를 해치지 않고 또 사회규범이나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발적 규제'가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기 검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법체계가 완벽해서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저 건전한 인터넷 문화에 사용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발적 규제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지,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라는 의미도 아니다. 표현의 자유도 헌법에서 보장해주는 것이니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금지하는 행위 (인터넷 도박, 성인, 저작권침해, 욕설이나 악성 허위사실유포 등)에 대해서는 스스로 삼가야 한다는 취지다.

그래서 SOPA처럼 강제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이런 행위를 법이 아닌 사용자 스스로가 인식하고 자제하고 금지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또 인터넷 생태계 내에서 잘못된 정보나 악의적인 행위들은 스스로 규제/정화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강제조항은 반대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지난 4년 동안 보여왔던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입법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대한다. 강제력보다는 자발성에 바탕을 둔 생태계의 조성에 더 많은 토의가 필요한 시점이지, 무조건 강제력의 동원이 답은 아니다.

그런데 위에 소개한 기사를 읽으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다. 바로 지난 2008년의 전세계 금융위기 사건이다. 지난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많은 분석과 의견들이 있었지만, 그것의 직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던 입법행위가 있었다. 새롭게 법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법의 폐기가 있었다. 바로 1930년대의 세계대공항 시기에 만들어졌던 글라스-스티겔법 (Glass-Steagall Act, The Banking Act of 1993)의 폐지다. 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한 은행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동시에 가질 수가 없다는 거다. 예금과 대출, 보험, 증권 등을 한 은행에서 모두 할 수 없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금산분리법과 비슷하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말한다.) 그런데 근 70년간 이어오던 법이 90년대 말에 폐지되었다. 2000년대의 투자은행이 성행하고 은행들의 서브프라임모기지나 증권화과 가능했던 것이 글라스-스티겔법의 폐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중론다. (전문 분야가 아니므로 세부사항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은 맞습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글라스-스티겔법의 폐지와 금융위기 사건이 떠올랐다. 자율시장은 지지하지만 무분별한 자율시장의 결과가 바로 우리가 지금도 고통을 받고 있는 금융위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법은 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해야 한다. 글라스-스티겔법이 그런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실제 7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법이 처음에 제정되었던 시대와 사회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은행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 글라스-스티겔법의 의미가 거의 유명무실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형식적으라도 존재하던 법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무분별/무절제의 자유방임이 되어버렸다. (비유하자면 남녀가 한방에서 가운데 그어놓은 선을 지운 것과 같은...^^)

금융에서의 사례를 바로 인터넷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SOPA 등의 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법이 제정되면 관련된 업체/기업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사용자들도 자기 검열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움직임에는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그렇지만 방종에 이르도록 내버려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이 글을 적고는 있지만 어떤 의견을 보태거나 빼야할지 막막하다. 단순히 미국의 얘기라면 쉽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 비춰보면... 좋은 의도로 시작된 법이 나쁜 적용사례를 남긴 적이 많지 않은가? 무리하게 법조항을 적용한 사례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허위사실유포나 명예훼손 부분에서는 기존의 법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는 이중잣대의 새로운 무거운 법조항을 삽입하려는 현재의 움직임을 보면서 아주 좋은 취지의 법이라도 찬성의 입장을 밝힐 수가 없는 것이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미네르바 사건이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나경원 전의원과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사건도 인터넷 사용에 대한 규제에 관한 사안이다. 이런 사건들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면서 SOPA와 같은 입법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할까?

그런데 금융위기에서 금융회사들이 타격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IT/인터넷기업들은 교훈을 얻었을까? 이상한 법이 만들어지지 않고도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까지는 나름 잘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런데 세계대공황이나 금융위기가 인터넷 생태계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입법으로 규제될 수 없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공간이다. 어쩌면 구체적인 사안별로 주먹구구식으로 입법할 것이 아니라, (과거의 달라진) 현재와 미래의 상황에 대해서 더 심도깊은 토의를 거쳐서 좀더 폭넓은 사회전반에서 우리의 법체계를 재검토해보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참 오해를 불러일으키기가 좋다. 그래서 적지 않으려고 했지만... 요약하면 '인터넷에서도 금융위기와 같은 대공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능하면 자발적으로 정화가 되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 그런 안전장치가 기득권의 이득을 위한 임의의 조치로는 되면 안된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옳은 방향으로 이 사회가 발전하기를 희망하면서 적은 글입니다. 세부사항에서 잘못된 부분도 있을 수도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사안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표현된 것도 있을 수가 있지만, 글을 처음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 요점이나 취지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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