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2.27 인문학과 딥러닝이 던지는 화두
  2. 2013.08.14 문과생이 데이터마이너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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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인문학에 대한 화두는 대한민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긍정적 기대와 기성 세대의 인문학 팔이에 대한 회의가 겹쳐서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다. 어쩌면 '중심에 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듯하다. 대한민국에서 공학이나 과학과 비슷하게 인문학도 논의의 중심에 놓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단지 조금 더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중심으로 들어온 것처럼 보일 뿐, 여전히 변두리에 머물러 있다. 정치 또는 경제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중심에 놓일 수가 없다. 간혹 스포츠가 중심에 놓인다. 그러나 그건 정치의 조작에 따른 왜곡된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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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공학에 발을 담고 있는 나는 여전히 인문학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정확한 방법을 모를 뿐 뭔가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힐링이라는 말과 함께 기성세대들의 생명연장을 위한 지나친 인문학 마케팅은 여전히 경계한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 한자로 풀어보면 사람을 뜻하는 인, 글자/문자를 뜻하는 문, 그리고 배움을 뜻하는 학으로 이뤄졌다. 즉 사람과 글과 배움이다. 문자 그대로 사람에 관한 것이고, 글에 관한 것이고, 또 배움에 관한 것이다. 사람 글 배움... 

먼저 문이란 결국 글이다. 즉 글을 적는 능력, 글을 읽는 능력, 글을 해석하는 능력, 글을 응용하는 능력 등으로 볼 수 있다. 더 깊게 들어가면 생각하는 능력이다. 문을 영어로 표현하면 liter(al)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같은데, 조금 의역하면 art로 표현될 것같다. (영어권에서도 liberal art라고 표현했지 않은가?) Art란 흔히 예술이라 표현하지만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즉 예술과 기술은 같은 것이고 이는 모두 사람들이 인위적으로(artificial) 만든, 즉 natural의 반대 개념이다. 결국 문은 사람이 만드는 모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문은 인에 포함된다.

학의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배우지 않은/못하는 이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다. 배움이란 사람이 가지는 기본 소양이고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거다. 같은 결론으로 학도 인에 포함된다고 말하고 싶은 거다. 사람 그 자체가 인문학이고, 사람에 관한 것이 인문학이고, 사람이 만든 모든 것이 인문학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에 대한 이상 과열 현상이 진짜 이상하다.

결국 인문학에서 사람만 남았다. 사람 또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이래야 한다는 많은 주장들이 있지만 그 속에 사람이 없으면 그것은 인문학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내가 인문학에 기대하는 이유도 혹시나 사람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다시 사람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역으로 인문학에 경계를 하는 이유도 다시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수단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 때문이다. 잘 알려진 많은 인문학 마케터들은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잘 팔린다.)

인문학에 대한 무지 또는 오해가 인문학을 무용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무지가 맞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이 인문학을 배우고 전파한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학문적으로는 오래 됐지만 그 효용이 끝났다라고 판단했던 알고리즘이 있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는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믿었지만 대부분의 영역에서 다른 더 나은 알고리즘으로 대체됐다고 판단했던 알고리즘이다. 바로 신경망이라 알려진 뉴럴네트워크, 더 정확히 말하면 인위적 뉴럴 네트워크 (Artifical Neural Network, ANN)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위적으로 사람의 신경망을 은유해서 만든 머신러닝 기법이다. 수식으로 깔끔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비판을 받고 또 다른 대체제들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장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 딥러닝 Deep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뉴럴네트워크를 처음 제안했던 사람들의 꾸준한 연구와 그리고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이 충분한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를 확보한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적절한 사용처를 찾아내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딥마인드라는 회사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술적으로 4세대 뉴럴네트워크인 Restricted Boltzmann Machine이 딥러닝이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어차피 대부분 관심이 없을테니 그냥 아는 척 한 거다.

어쨌든 딥러닝 또는 뉴럴네트워크의 성공 이면에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다. 사람의 신경망이 어떻게 작동할까?를 고민한 끝에 나온 모사가 뉴럴넷이기 때문이다. 뉴럴넷같은 소프트웨어/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많은 로봇공학이 사람이나 동식물들의 움직임 또는 기능을 관찰해서 얻은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기계/로봇으로 동물을 그대로 모사할 수 없기 때문에 유기체와 다른 형태로 구현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유기체의 기능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것 또는 더 나은 것을 얻고 있다.

인문학이 던지는 화두는 사람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이해이고, 딥러닝이 던지는 것은 사람의 기능에 대한 이해다. 사람의 본질과 기능.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어제 적은 '성공하는 서비스'에서 밝힌 AC도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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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와 같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고등학교 문과생인데, 빅데이터 또는 데이터마이닝에 관심이 생겨서 이 분야로 진로/진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입니다.

(전략) 지금 수시원서접수를 코앞에 둔 서울인문계고등학교 재학중인 문과 고3여학생인데, 글을 읽어보면 컴공을 추천하셨는데 문과에서는 현실적으로 가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대안책으로 심리학과를 추천하시나요? 심리학보다는 통계학이 나을까요?(통계학이 문과에 있는 학교가 무척 제한적이고 그중엔 학부의 입시특성상 제가 지원하기 힘든 학교도 있어서, 다른과를 더 찾아보고 있습니다.)
(중략) 만약 흥미로 이쪽 분야로 가려고 한다면 문과계열 중 어느학과를 추천하시고, 이후 어떤 식으로 공부해나가는걸 추천하시는지. 이런 막연한 환상섞인 관심같은 것을 가지고 가도 괜찮은건지(일단 가서 공부하다보면 알수있겠죠?), 가서 내가 이 길로 가야겠다는건 어떻게 알수있는지 막연하게 여쭤봅니다.

(이상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다는 말부터 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데이터마이닝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학과 컴퓨터와 친해져야 합니다. 이 부분에는 큰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과생이 진학할 수 있는 쪽은 대부분 인문학이나 예체능 쪽입니다. 아시듯이 인문 및 예체능에서 수학이나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는 학과가 거의 없습니다. 질문을 듣고 생각해봤는데, 그나마 수학 (통계)이나 컴퓨터와 관련이 있는 학과는 사회학이나 수리경제학, 계량경제학정도가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사회학과나 경제학과로 진학하라고 쉽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학이나 경제학의 극히 일부에서 수학과 컴퓨터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과보다는 해당 학교/학과의 교수님들의 구성을 잘 보셔야 합니다. 교수님들 중에서 사회 현상을 수리적으로 분석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하는 분이 계셔야 하고, 또 경제학과에서도 그런 분이 계셔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계신다 하더라도 대학원이 아닌 학부 과정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계론 이상으로) 강의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제가 다른 글에서 심리학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이는 심리학을 전공하면 데이터마이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데이터마이너가 된 이후에 더 성공적인 데이터마이너가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데이터마이닝이 크게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뽑아내고/수집하고 그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분석의 과정과 뽑혀진 패턴에서 의미를 찾아서 가치를 덧붙이는 해석의 과정으로 이뤄졌습니다. 수학/통계나 컴퓨터 (알고리즘 및 구현)에 능통하면 앞의 분석의 과정은 그나마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해석의 과정은 미궁에 남습니다. (많은 문제들에서) 해석의 과정에서 인간이나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데이터마이닝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최근에는 수학 및 컴퓨터 전공자들보다 -- 이미 수학 및 컴퓨터 베이스를 구축한 상태이므로 -- 인문학 전공자들을 채용해서 해석 파트를 맡기는 것도 일종의 추세입니다. 그런데 비율상으로 수학/컴퓨터 전공자들이 데이터마이닝 업체에 입사하는 것보다 인문학 전공자들이 입사하는 비율이 극히 작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현상/트렌드를 일반화시킬 수가 없습니다. (즉, 이공계 전공자 100명 중에 10명이 데이터마이닝 업체에 취직할 수 있다면/한다면, 인문학 전공자들은 100명 중에 1명도 취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의미정도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통계학과나 산업공학과정도에는 지원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습니다. 통계학이 그나마 수학 분야에서, 그리고 산업공학이 공학 분야에서 가장 소프트하기 때문에 문과생들도 쉽게 적응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전과나 편입을 하는 것도 당장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학부과정에서 수강, 청강 또는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서 기본 수학 (선형대수, 확률통계 정도) 지식을 쌓고, 컴퓨터 관련 수업 (프로그래밍, 데이터구조, 알고리즘 정도)을 들으면서 기초 지식을 쌓은 후에 데이터마이닝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쉽지는 않습니다.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인문학과 공학을 동시에 마스터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전과를 하는 것이...)

대학/학부에서는 기초적인 지식만 배우기 때문에 학부를 졸업해서 당장 데이터마이너로 커리어를 이어가기가 힘듭니다. 수학이나 컴퓨터 전공자라하더도 특출난 재능이 없다면 처음부터 데이터마이닝 관련 팀으로 채용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합니다. 실제 커리어의 시작은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니면 관련 업계에 취직해서 몸으로 배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다음을 기준으로) 주변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분들이 좀 있습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획자지만...) 그리고 개발자 분 중에서 영문학과를 졸업 후에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마스터해서 개발자로 전향하신 분도 계십니다. 데이터마이닝이 컴퓨터 분야에서도 조금 특수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반해서 접근불가능한 영역도 아닙니다.

그리고,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이나 댄 애리얼리의 <경제 심리학> 등의 책을 보면 실험 및 수치데이터를 이용한 행동경제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관심사가 단순히 데이터마이닝/빅데이터를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책에서 소개된 경제, 사회 현상에 대한 수리적 분석 및 해석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이 데이터 (& 분석)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다양한 사회현상을 검토, 검증해보는 것 (책에서처럼 특정 현상을 비교한다거나 다양한 트렌드를 찾아낸다거나)이라면 데이터마이닝 트랙보다는 문과를 선택했을 때에 가졌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 살리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좀더 기술적인 내용도 처음에는 적으려 했지만, 당장 그런 내용을 다루는 것은 적합해보이지 않아 보여서 생략합니다. 혹시 진로가 결정되고 또 그 때에도 여전히 데이터마이닝에 관심이 있고 커리어를 준비한다면 다시 요청하시면 더 기술적인 내용 (어떤 과목이나 도구, 알고리즘 등을 공부해야하는가 등)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적고 있지만, 이상은 모두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를 말하는 것이지 일반적인/공통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문학자가 데이터 분석가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데이터 해석가가 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수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기술적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보다는 더 다양하고 엉뚱한 상상과 경험을 하고 식견을 넓히는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세요.

**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단,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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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하나. 국문학 또는 언어학 하다가 linguistic statistics나 NLP쪽 거쳐서 mining으로 넘어가는 테크트리가 가능하겠네요.
  • 댓글 둘. 제가 거의 이런 테크를 탄 거 같은데..(저는 데이터마이너라고 하기도 좀 어렵지만요) 문과생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수학이나 통계와 친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엔 문헌정보학과로 석사까지 하고 데이터마이닝이나 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 몇분 정도 계신데, 데이터마이닝을 하기 위해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전공자 중에 이 분야에서 일할 확률이 1%나 될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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