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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4 애플과 혁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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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랫동안 기다리던 애플 아이폰5가 정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수많은 루머와 예측들이 오고갔고, 실제 발표된 제품은 그런 루머 및 예측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최근 몇 년동안 애플의 키노트는 모두 실시간 또는 녹화영상을 감상했었는데 이번 발표 영상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다룬 단편적인 내용만을 보고 글을 적습니다. 제가 애플을 옹호하기 위해서 또는 다른 경쟁사들을 까기 위해서 글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이상한 시선들이 불편해서 글을 적습니다.

언제부턴가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최근 10년동안 애플이 IT산업을 선도해왔고, 그 결과로 시가총액에서도 최고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렇기에 애플에 많은 것을 기대합니다. 애플의 신제품 발표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애플 내부의 규칙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고 다루는 외부의 규칙말입니다. 애플의 비밀주의에서 일부 기인한 것이지만 이런 저런 소스를 통해서 신제품의 스펙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러면서 이게 다는 아니겠지라는 류의 글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은근 새로운 혁신에 대한 압박을 내놓습니다. 마치 애플은 그런 압력에 쫓기듯이 진짜 뭔가를 내놓아야만 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런데 막상 공식발표가 나오면 예상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언론에서는 또 앞다투어 '혁신은 없었다' '애플의 시대는 다했다' 등의 자극성 글들이 쏟아집니다. 특히 국내언론들은 짐작컨대 S의 장학생으로써 본분에 더 충실합니다. 장학금을 주는 곳의 제품과 비교하면서 애플을 까기에 열을 올립니다. 현재까지는 이번 아이폰5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런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서 실적 면에서는 그들의 예측을 완전히 무너뜨렸는데, 아이폰5의 최종 성적이 어떻게 될지가 현재부터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애플의 발표 후에 쏟아지는 더이상의 혁신은 없다 류의 기사를 보면 참 실소를 금치 못 합니다. 더우기 스티브 잡스의 사후 발표되는 제품들에는 더욱 그런 표현의 강도가 심해진 듯합니다. 어제 루리웹 게시판에는 아이폰3Gs가 나왔을 때도, 아이폰4가 나왔을 때도, 아이폰4S가 나왔을 때도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는 것을 캡쳐한 화면이 올라왔습니다. (왼쪽 캡쳐화면 참조 from 루리웹링크) 그냥 템플릿을 하나 만들어두고 제품명만 바꾼 듯합니다. 그런 기사를 비웃듯이 현재까지는 애플의 실적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전혀 혁신이 없는 제품들을 만들어내고서도 그런 성공을 거둔 애플이라는 회사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런데 S장학기업의 제품에는 무차별적인 찬사가 쏟아지는데 실적은 기대를 못 미친는 것이...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기사들을 보면, 처음에는 정치뉴스에만 편향되었다고 느꼈던 것이 어느 순간 경제뉴스에서도 편향된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완전 중립 지대로 여겨졌던 IT뉴스에서도 그런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론이 다소 길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과연 혁신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혁신(의 정도)을/를 측정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뭐 결론은 혁신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전혀 지식도 없으면서 그냥 세치혀를 휘두르고, 알량한 펜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입니다. 혁신을 그렇게 잘 알면 자기들이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지 왜 애먼 먼 나라의 제품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왈가왈부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현재까지는 애플이 언론의 원색에 가까운 비방을 물리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그들의 제품에는 혁신의 요소가 있나봅니다. 아니면 언론의 표현대로 전혀 혁신이 없었다손치더라도 그들은 성공적으로 제품을 많이 팔아먹었기 때문에 애플 제품이 혁신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애플은 참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밤에 이런 트윗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기능을 더 넣으면 혁신이 있다고 말할까? 그런데 그런 기능이 들어갔다손치더라도 이미 예상되었던 기능이라며 더이상의 혁신은 없다라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 뻔하다. 만약 NFC가 추가되었다면 아이폰5는 혁신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릴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안드로이드폰 중에 NFC 칩을 포함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제 애플은 다른 기업이 만들어놓은 것을 쫓아가기 시작했다는 평을 할 겁니다. 갑자기 작년에 아이폰4S가 출시되었을 때 처음 언론의 반응을 보고 적었던 트윗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만약 스티브 잡스가 아직 살아있어서 아이폰5를 소개했다면 아이폰5가 혁신적이다라고 말했을까요? 아닙니다. 앞서 유모게시판에 등장했듯이 잡스 생존에 나온 제품들에도 같은 방식의 리뷰가 쏟아졌습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언론의 필터를 거친 이후에는 뭐가 혁신인지 전혀 감을 못 잡겠습니다. 나름 공학과 IT분야에서 오래 공부하고 일해오고 있는 저도 IT 제품이나 서비스가 혁신적이냐 또는 성공할 수 있느냐를 점치기 어려운데, 맨날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룸펜 기자들이 IT제품의 혁신을 왈가왈부하는 모습도 참 꼴보기 사납습니다. 니들이 혁신을 그렇게 잘 알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면 제발 니들이 그런 혁신적인 제품을 좀 만들어서 내 생활을 좀 편하게 해주면 안 되겠니?

혁신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나 보편적인 속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혁신의 모습은 다 다릅니다. 언론사들은 그저 오래 전에 만들어뒀던 그들의 기준에 따라서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것같습니다. 때로는 그냥 자본주의 돈의 논리에 따라 광고주들에게 딸랑딸랑하는 것같기도 합니다. 언론사들이 애플과 삼성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전에는 저는 이제 IT 뉴스도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땡처리될 운명이 지어진 갤3[각주:1]보다는 아이폰5가 더 승승장구할 거라는 것은 국내 언론사 기자들만 빼고는 다 알고 있습니다. 언론사들과 기자들이 먼저 스스로 혁신을 한 이후에 애플이나 삼성이나 또 다른 기업들의 제품 서비스를 바라보고 평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혁신적인 기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래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1.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초안을 적었는데, 오늘 아침에 벌써 갤3의 단종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는 후속보도도 나오고 있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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