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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 대첩 이후

Gos&Op 2012.12.31 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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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온-오프 믹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명이 꺼지고 장막이 처지면 연극은 끝난다. 그러나 우리의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2년의 마지막을 씁쓸하게 장식한 두 개의 이벤트도 벌써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져 간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고 꿈이었고 마지막 보루였는데 그 씁쓸함이 오래 갈 것같다.

19일 낮에 이 글을 적기로 마음 먹었지만 아픔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고, 24일에 방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글을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21세기 정보화 지식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벌인 페스티벌의 한계를 보면서, 좌절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 된다. 잘 준비된 행사도, 얼떨결에 급조된 행사도 완결성이 부족하면 재앙과 같고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과 대첩 당일에 공통적으로 대한민국의 페스티벌/축제를 생각했고, 온오프믹스에 대한 과제를 보았다. 누구나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스마트폰 하나 정도는 들고 다니는 2012년의 대한민국 모습은 오히려 미개해보이기도 했다. 주어진 환경과 도구를 더 잘 이용할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기업이나 개인들은 그런 가능성을 잘 이용하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오프라인 축제를 마련하면서 온라인 서비스를 좀더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20세기 우리의 선거는 전쟁이었다. 민주주의가 자생한 것이 아니라 광복과 함께 그냥 이 체제를 받아들였다. 좋음이나 적합함 등의 가치판단의 시간도 없이 미군정 이후에 바로 제헌헌법이 만들어지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아서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의 선거는 전쟁이었다. 당선을 위해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다. 관권선거, 금권선거, 부정선거 등의 유혹은 이어졌다. 아직도 그 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선거도 전쟁이 아닌 축제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여전히 전쟁으로 간주하는 무리도 있지만 내가 경험한 주변의 일반 국민들은 대선을 마치 축제를 즐기듯이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보았다.

신문 방송의 독점에서 벗어나 블로그나 팟캐스트, SNS 등으로 즐겁게 정보를 교환하고, 마음에 드는 후보나 정책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지지선언을 하고, 또 그들에게 후원금도 보내는 것을 봤다. 나 어릴 적에는 선거유세가 있으면 사람들을 동원해서 유세장을 채워넣었는데, 이제는 자발성이 담보가 되지 않는 그러니까 즐겁지가 않은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소리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나의 축제 도구가 되었다. 즐겁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전달하고 그리고 경쟁하듯이 사진을 찍어댄다. 유원지에 놀러온 이들과 차이가 없다. 선거일에도 각자가 투표인증샷을 찍어서 올리고 친구들에게 전화로 문자로 메시지로 투표를 독려한다. 관에서 시키지도 않았고 동원하지도 않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결과가 발표된 후에도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또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려고 대중의 지혜를 모은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소셜기능을 제대로 갖춘 투표독려 서비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 특정되지 않은 다수에게 무분별하게 투표독려메시지를 뿌릴 것이 아니라, 목록에 저장된 친한 친구들에게만 메시지를 보내도록 제한할 수도 있다. 투표인증샷도 불특정 다수가 아닌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서로 라이크를 해주면 된다. 인증샷이 없거나 투표함으로 상태변경되지 않은 지인들에게만 계속 독려메시지를 보내도록 하면 된다. 이미 투표를 다 했는데 계속 투표하라고 보내면 그것도 짜증을 유발하는 투표공해가 된다. 친구들끼리 후보자들의 공약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기능을 넣는 것도 의미가 있다. 투표밋업도 가능하다. 투표날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서 함께 투표하고 뒷풀이를 하는 거다. 투표를 매개로 친구들끼리 얼굴을 보고 근황을 나누는 것을 돕니다. 많은 식당들이 투표확인증을 보이면 할인이나 무료 음식제공을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봤다. 그런 것도 투표독려 서비스/앱에 통합시키면 재미있을 거다. 굳이 투표확인증을 보일 것이 아니라 등록된 가게에 입장하면서 체크인을 하면 자동으로 자신의 투표인증샷을 보여주며 서비스를 받는거다.

지난 가을에 우리는 T24라는 재미있는 페스티벌을 경험했다. 그래서 우발적으로 기획된 크리스마스 이브의 솔로대첩이 내심 기대가 되었다. 재미있는 축제가 대한민국에 생겨나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미국의 버닝맨 축제와 같이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페스티벌을 갖게 된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2회 대첩이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단발 이벤트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행해져야지 페스티벌이 된다. 그냥 행사만 있고 준비가 없으니 관심은 끌었는데, 영 찜찜하기만 하다.

실시간 동영상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후기/반응을 보면서 대첩을 위해 잘 만들어진 서비스/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사전에 참가희망자들은 자신의 신상을 등록하고 원하는 이상향을 등록해 둔다. 이벤트 전에 프로필을 보면서 만나보고 싶은 이성을 찜해두거나 시스템이 적당한 후보자들을 추천해준다. 그래서 이벤트 당일에 대첩앱을 실행시키면 실시간으로 찜해뒀던 이성들의 위치를 보여주고 그 위치를 보고 상대에게 찾아가도록 한다. 부록으로 가장 찜을 많이 받은 킹카퀸카를 선정해서 주최측에서 소정의 선물이나 데이트 비용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마음이 맞는 이성을 찾았다면 주변의 다양한 데이트코스도 가이드해주고 행사를 후원하는 (대선밋업에서처럼 미리 등록된) 주변 식당이나 카페로 이들을 이끌어줄 수도 있다. (할인쿠폰 등)

대선과 대첩을 겪으면서 잘 정비된 온-오프 믹스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목적을 가진 페스티벌이라면 더 철저히 준비가 되어야 하고 그래서 결과도 긍정적이어야 한다. 선거 캠페인이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에 다음에는 좀더 준비된 토털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페스티벌인 대첩에서는 너무 자발성에 모든 것을 맡겨버려서 많은 이들에게 씁쓸함만 남겼다. 좋은 성과가 있었다면 정기 축제가 될텐데 내년에도 행사가 기획되더라도 누가 참가할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보급률로 IT강국의 정도를 매길 수는 없다.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진정 강대국이냐 후진국이냐가 결정된다. 스마트라이프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든 사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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