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2.28 눈길 발자국 이정표 그리고 결단
  2. 2012.12.25 사려니숲길 사려니눈길
Share           Pin It

눈이 온다는 예보처럼 일어나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장비를 모두 챙겨서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 눈이 오면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설마 눈오는 오전에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산책을 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집 뒤에 쏟은 삼의악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밤에 일찍 잠들어서 보지 못했던 응사를 아침에 다시보기 하느라 조금 늦게 출발했더니, 벌써 몇 분이 저보다 먼저 눈밭에 발자국을 남겨놓았습니다.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또 그 자국을 보면서 생각을 합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Partial | 1/40sec | 0.00 EV | 2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12:28 11:20:55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고, 자국을 남겨놓았다는 것은 내가 그것을 따라가면 안전하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발자국에 맞춰서 걷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급해졌는지 걸음걸이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누군가 먼저 갔기 때문에 내가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부렸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것보다는 이미 밟아놓은 자리라서 그걸 따라가다 보니 제 페이스가 아닌 그 발자국의 페이스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같습니다. 누군가 먼저 이 길을 걸어갔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지만, 또 한편으론 큰 부담감이 됩니다. 나도 끝까지 완주해야 하는데,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산길 계단에 난 발자국은 일정하지가 않습니다. 꾸준히 한카씩 발자국이 새겨져있다가 간혹 한칸이 비워진 경우를 봅니다. 괜히 심술이 나서 앞선 발자국이 없는 곳을 밟습니다. 그런데 조금 어색합니다. 아마 나도 처음 그 길을 걸었다면 두칸을 한꺼번에 넘었을 것입니다. 앞선 이들의 경험이란 것이 거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괜히 내 길을 걷겠노라고 이상하게 걸으면 피곤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남이 밟은 그곳만을 밟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아무도 밟지 않은 곳으로 향합니다. 여전히 길은 끝난 것같지 않지만 발자국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결정의 순간입니다. 그냥 뒤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내가 개척해 나갈 것인가? 누군가의 흔적이 없어졌다는 것은 그런 두려움과 견단을 동시에 줍니다. 그러나 조금은 앞으로 전진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바로 돌아설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감을 얻어서 더 전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없다고 해서 길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산행로의 다양한 이정표들이 길을 표시해줍니다. 그래서 길을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나 봅니다.

그런데 혼자 앞을 치고 나가는데 이정표 하나 없는 전혀 막다른 길에 다다릅니다. 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길을 찾아서 더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확실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결정을 내릴 것인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예외적인 사람들은 앞으로 전진합니다. 그리고 성공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예외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앞을 탐색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되돌아서는 것도 지혜입니다. 범인이 예외적인 사람들처럼 나섰다가는 그냥 길을 잃고 조난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되돌아서는 것이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올 때는 보지 못했던 다른 길이 보였습니다. 다시 이정표를 보면서 걷습니다. 

오늘 산행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고, 그저 누군가의 발자국만 쫓아서 걷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정표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가? 혹시 지금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결심을 하고 결정을 내릴 때인가? 등등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쫓아서 걸어야할 때가 있고 또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야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 때인 듯합니다. 아직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눈길의 산행이 제가 답해야할 물음표만 던져줬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Share           Pin It

오늘 사려니숲길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는 남원쪽 입구에서 5km정도 걸은 적이 있는데, 오늘은 516도로쪽에서 약 4km정도 (왕복 8km)정도 걸었습니다. 여름에도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진짜 모습은 겨울에 눈 온 후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큰 맘먹고 길을 나섰습니다는 아니고... 원래는 관음사코스를 이용해서 한라산 백록담에 갈 계획이었습니다. 대선 이후로 꿀꿀한 기분도 털어내고 지난 며칠간 복잡했던 생각들도 정리하고 또 여러 이슈들에 대한 블로깅 내용도 정리할 겸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밤에 조금 늦게 잠들어서 아침 8시에 눈은 떴지만 너무 피곤했습니다. 마침 창밖의 날씨도 매우 흐렸습니다. 산 아래에서 이렇게 흐린 날이면 정상에는 기온도 낮고 등산하면서 안개에 가려 위험하기도 합니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에 더해서 결정적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춥고 귀찮아졌습니다. 그래도 연말 휴가 중에 계속 집에만 있을 수가 없어서 간단히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이젠이나 스패츠 및 기타 방한 도구들은 모두 챙겼는데, 1년만의 산행이라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잊었습니다. 차에 항상 비치되어있는 건데 길을 나서니 마음이 급해져서 그냥 아이젠만 끼우고 전진했습니다. 산행 시작할 때는 그냥 흐리기만 해서 카메라도 챙겼는데, 길을 가다보니 진눈개비가 계속 내려 사진도 몇장 찍지 못했습니다. 아래는 오늘 찍은 전부입니다. 예전에 물찻오름 (연말까지 안식통제중)을 가기 위해서 차를 타고 들어갔던 길을 막상 걸어갈려니 조금 XX했습니다. (XX에 들어갈 적합한 단어가 입밖으로 안 튀어나오네요.ㅠㅠ) 이미 여러 산행객들이 지나간 후라서 길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었습니다. 산책로만 따라가면 옷에 눈이 묻지 않기 때문에 굳이 스패츠는 착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길만 나있어서 앞사람을 앞지르기 위해서는 (양해를 구하거나) 옆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스패츠가 있으면 더 낫습니다. 백록담이나 윗세오름에 가는 등산길과는 달리, 사려니숲길은 거의 평지길이라서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숲길이다보니 볼 수 있는 경치도 거의 비슷비슷합니다. 마친 오른발 뒤꿈치가 조금 까져서, 약 4km정도까지만 걸어가다가 되돌아왔습니다.

길을 나와서 근처 교래칼국수에서 점심을 먹으려했는데, 또 때마침 12/29까지 내부수리중이라서, 예전에 먹으러 갔다가 내부수리중이라 실패했던 함덕의 다래향 본점에서 짬뽕을 먹었습니다. 분점과는 또 다른 본점만의 맛이 있었습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250sec | +0.33 EV | 65.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24:37사려니숲길의 입구에서..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200sec | +0.33 EV | 35.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26:57사려니숲길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200sec | +0.33 EV | 32.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27:27큰 나무가 멋있어 보이고, 옆에 사진 찍는 사람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250sec | +0.33 EV | 65.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27:34위의 나무의 오른쪽만.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640sec | +0.33 EV | 80.0mm | ISO-4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30:19눈덮인 사려니숲길 팻말.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50sec | +0.33 EV | 47.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38:13숲길 중간중간에 계곡이 있습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80sec | +0.33 EV | 40.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45:07사려니숲길 (계속)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400sec | +0.33 EV | 102.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49:46사려니숲길 (계속). 입구에서 1.5km까지는 숲길 관리자의 차가 지나가서 두갈래길이 나있었는데, 여기부터는 한줄로 쭉 이어집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400sec | +0.33 EV | 58.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0:56:41하늘에 걸친 나뭇가지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40sec | +0.33 EV | 3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13:11여름에 태풍 볼라덴으로 부러졌나 봅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125sec | +0.33 EV | 10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14:15중간중간에 사려니숲길의 식물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는데, 아래쪽에 구멍뚫린 글씨가 눈과 잘 어우러집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160sec | +0.33 EV | 10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16:26계곡의 바위 위로 눈이 덮이니 마치 작은 무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입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50sec | +0.33 EV | 3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16:39계곡 속으로..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100sec | +0.33 EV | 3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19:00돌아오는 길에.. 앞서 부러진 나무의 반대편입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60sec | +0.33 EV | 10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46:54나무에 걸친 눈들이 뭉쳐서 떨어질랑 말랑합니다. 마치 백사가 가지에 걸쳐있는 듯합니다.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320sec | +0.33 EV | 84.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52:13계곡.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125sec | +0.33 EV | 5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52:22계곡 반대편.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80sec | +0.33 EV | 55.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52:26사려니숲길 (계속)

Canon | Canon EOS 5D Mark III | Aperture priority | Spot | 1/125sec | +0.33 EV | 47.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3:01:23 11:59:37가는 길에는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뒀습니다. 근데 벌써 왼팔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