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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0 국민 세뇌 프로젝트: 노인 일자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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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의 허상에 대한 글을 적으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광고란 원래 보여주는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광고들은 더 교묘해졌다. 겉으로는 소비자를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소비자를 등쳐먹는 광고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인 보험이나 금융상품 관련 된 것이다. 그리고 기업 이미지 광고도 짜증나기는 매한가지다. 광고의 허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글을 적을 예정이니 분노는 짧게 그만둔다.

최근 TV를 보면서 부쩍 늘어난 광고가 있다. 공익광고라는 명목으로 기관/기업에서 내보내는 광고들을 보면 이것들이 대놓고 국민들을 세뇌시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70, 80년대의 공익광고는 그래도 명시적이라서 은연중에 속인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요즘 광고들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대선 이후로 부쩍 노인복지와 노인일자리와 관련된 광고가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복지문제나 경제민주화가 이슈였기 때문에 여기에 편승한 면도 있다. 아니면 당선인 (글을 공개할 시점에는 취임 이후겠군.)에 대한 노골적 미리 국정홍보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 많고 편찮으신 부모님이 계신 입장에서 노인복지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 나오는 광고들은 몀목상은 노인복지지만 결국 국민의 노동력착취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하는 노인분들을 많이 보게 된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많지만, 은퇴 후에도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일하는 노년의 풍토는 더 짙어질 것같다. 그런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은 보기가 좋고 미래의 나의 모습도 상상해보게 된다. 그러나 그런 일하는 노년의 모습이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 현재 노인들에게 '당장 나가서 일이나 더 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같기도 하고, 또 젊은이들에게 '니들의 미래는 니들이 책임져'라는 메시지를 주입시키는 것같다.

2013년 현재 왜 노인 일자리를 이렇게 강조하는 것일까? 경제민주화나 복지 담론에 편승한 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정책의 실패를 개인에게 돌리고 있는 것같다. 대표적으로 노령연금문제다.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언급되듯이 연금수령 연령이나 액수를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충분한 연금 재원이 없으니 일을 더 해서 개인이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사회적 압박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연금이라는 것이 자신이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낸 돈으로 노년에게 혜택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니들에게 돌아갈 연금이 없으니 알아서 노년에서 일해서 벌어먹으라라는 압박도 가하고 있다. 2013년 현재 노인들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듯이 2050년에 노년이 되는 너희들도 그때 지금처럼 일하는 노년이 되어라라는 그런 압박이다.

노인 일자리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붕괴를 생각하게 된다. 국민연급이라는 개념도 없던 예전에도 노인들이 있었다. 그때는 일할 수 없는 노인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 또는 마을 공동체에서 노인부양을 해줬기 때문이다. 자식 또는 마을 청년들이 일을 해서 부모나 노인들을 봉양했다. 최고의 노후대책은 자식을 잘/많이 낳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핵가족화 이후로는 젊은이들이 노인봉양이라는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사실 옛날에는 단지 부모라는 것 외에도 노인들을 봉양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한 마을에 모여 살면서 생활방식이 모두 비슷했다. 농촌이든 어촌이든 아니면 수공업지역이든 노인들의 경험에서 배울 지식/지혜가 있었다. 씨는 언제 뿌려야하고 겨울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고 초가집은 어떻게 지어야하는지 등에 대한 삶의 지혜를 노인들에게서 배웠다. 그러나 요즘은 아버지의 일과 자녀의 일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아버지의 경험이 전혀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대를 이은 가업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더이상 노인들이 젊은이들에게 지혜와 경험의 원천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 자녀의 양육과 훈육이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서 더 이상 받을 것이 없어지고 역으로 노인들도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젊은이의 삶과 노인의 삶이 분리되었기 때문에 젊은이의 노인 부양에 대한 의무에서도 벗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노인들도 자신의 살 길을 찾아야 된다는 말이 된다. 그렇기에 노인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너무 매몰차게 말하는 것같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자아실현을 하는 여성상이 보기는 좋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가격의 하락이 있다. 예전에는 가정의 경제는 가장 한명의 몫이었는데 이제는 한명의 가장으로는 부족하다. 경제발전과 함께 씀씀이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경제발전에 노동력의 가치는 비례해서 늘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인일자리 문제도 비슷하다. 혼자 벌어서 저축해두고 노년을 대비하거나 아니면 자식들의 용돈으로 여생을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자식들이 부양을 한다고 해도, 그러면 그 자식들은 노후준비가 미흡해서 또 그 자식에게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반적인 사회복지 구조 및 수준의 전근대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그보다도 사회가 발전하면서 엔트로피, 즉 불확실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없애는 방법은 확실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자식이나 사회에 손을 내밀지 못하니 내가 나가서 직접 일해서 돈을 벌어들임으로써 조금의 확실성을 높이는 거다. 정부나 기업 등이 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 그대로 두고 그저 (싼) 일자리만 광고해대고 있다. 건강한 국민이 아니라, 말 잘 듣는 국민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세뇌당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 노인 일자리는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 일자리가 필요해진 것은 참 씁쓸하다. 정부정책의 실패로 복지를 축소했기 때문이든 아니면 산업화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공동체가 붕괴했기 때문이든... 그런데 '늙어서도 편히 쉴 수가 없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당연시 받아들이도록, 그래서 스스로 일자리를 찾도록 세뇌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더 불편하다.

(2013.02.13 작성 / 2013.02.20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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