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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5 갑질사회

갑질사회

Gos&Op 2013.06.05 07: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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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편의점 등의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갑을관계 또는 더 노골적으로 갑질이다. 갑질이라는 단어가 기업활동에서의 갑과 을 사이의 불공정한 관계만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더 다양한 사건들을 갑질로 해석할 수가 있다. 대표적으로 기내에서 승무원을 때린 포스코 왕상무 사건도 그렇고, 보수의 입에서 글로벌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윤창중 사건도 갑질의 전형적인 예인 것같다. 또 최근에 논란이 되는 일베도 어떤 측면에서 갑질에 대한 환상이 작용하는 것같다. 단지 그들이 가진 삐뚤어진 역사관과 세계관, 즉 가치관에 갑에 대한 깊은 향수가 묻어나있다. 실제 생활에서 찌질함의 박탈감이 온라인상에서 우월주의 슈퍼갑으로 돌변하는 것같다. 그리고 연예인이나 TV에 등장한 작은 것을 물고늘어나는 것도 그런 것같다.

그런데 경제에서 최고의 갑질은 정부에서 하는 것같다. 자유시장에서 정부의 바른 규제와 조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검경찰, 공정위, 금융위, 국세청, 국정원, 방통위 등의 각종 기관을 앞세워서 펼치는 정부, 더 엄밀히 말해서 정권의 갑질은 눈을 뜨고 보기가 민망하다.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원칙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때만이 갑질이 아니다. CJ를 두둔한 생각은 없지만, CJ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더 큰 악은 손을 대지도 못하면서 보여주기식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공통의 적이고 손쉬운 먹이감일 뿐이다. (참고. CJ압수수색 기사 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존재할 때, 그것들을 종합하면 사건의 본질에 가깝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고 스스로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초보적인 갑질은 자신의 지위나 힘을 과시하는 것이다.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정치력을 동원하거나 재력을 동원하거나 그런 각종 힘을 실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초보적인 갑질이다. 바로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고단위 갑질은 힘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보여주면서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힘은 사용할 때보다 사용하지 않을 때 더 힘을 갖는다. 위험한 존재니 그냥 스스로 조심하고 기는 거다. 초보적인 갑질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런 고단위 갑질을 위한 전초인 셈이다. 더 고차원의 갑질은 원칙이 없이 힘을 사용하는 거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 다르게 대응함으로써 상대가 갈피를 잡지 못하게 하는 거다. 원칙없는 부모가 자식을 망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를 그저 불안하고 공포에 떨게하는 것보다 극한 갑질은 없는 것같다.

갑질이 문제인 것은 지속적인 갑질에 노출되다보면 갑질에 무감각해지고 순응해버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갑질에 대한 동경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일베 현상도 비슷한 것같다. 현실에서의 찌질함을 익명 세계에서의 우월주의로 빠지는 것도 그런 것같고, 복권에 당첨되거나 땅값이 급등해서 부자가 된 졸부들이 갑작스런 부를 흥청망청 허비하는 것도 그런 것같다. 그리고 개천에서 난 용들도 자신의 현재 지위가 그동안 자랄 때의 배경과 달라서 생기는 이상현상을 일으킨다. 어쩌면 왕상무도 자수성가했을 가능성이 있고 윤씨도 그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 소위 말하는 직업 여성들이 반대 상황의 가게에서 더 과격하게 논다는 그런 설도 있는데, 이것도 현실에서의 억압이 봉인 해제된 상황에서의 일종의 갑질을 잘 보여주는 것같다.

그러나 결국 모든 갑질은 꼴갑질에 불과하다.

(2013.05.31 작성 / 2013.06.05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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