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을 정리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매월마다 사진을 선별해서 포스팅을 했는데, 6월부터는 페이스북에 ‘오늘의 사진’으로 올린 것들을 모아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많은 사진을 찍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출사를 다녀와도 공유하지 않고 그냥 묻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그날 사진을 잘 찍었든 못 찍었든 출사 후에 그날의 느낌을 대표하는 한장의 사진은 선별해서 공유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6월은 총 9장의 사진이 쌓였습니다. 사진 아래의 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2014.06.08
'미니 해바라기'를 오늘의 사진 첫 사진으로...
이유는 가까운 곳에서의 발견의 즐거움을 줬기 때문에.
2014.06.11
보리 수확.
가을걷이라는 말은 있는데 봄걷이라는 말은 왜 없을까라고 잠시 고민했는데, 6월이면 봄이라기보다는 여름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같다. 여름걷이라는 말은 존재한다. 가을에 메밀꽃이 피는 곳에 겨울 봄 사이에 보리를 키운다. 이렇게 이모작이 가능하군.
녹차밭에서 녹차잎을 기계로 수확하는 것을 보면서 이유 모를 배신감을 느꼈었는데, 이제는 기계가 없으면 아주 기초적인 것도 할 수 없다. 나름 개발노동자로 살면서 사람값이 가장 싼 줄 알았는데... 1차 산업에서는 여전히 사람값이 기계값보다 비싸다. 기계로 수확한 80g 녹차값은 5만원인데, 사람이 수확한 것은 10만을 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해변의 여인.
조금 재미있는 자연스러운 자세의 순간을 담고 싶었는데 조금 기다렸지만 그런 순간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오래 기다리며 다양한 구도를 담지를 못한다.
편집을 하면서 수평선의 경계가 사라져버려서 그 때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또 그런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장면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2014.06.15
제주 나름 스카이라인.
원래는 제주의 모순에 관한 사진을 선택하려 했는데, 마지막에 이걸로 바꿨다.
2014.06.21
두모악에서.
매번 안 보고 그냥 찍은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역시 사진은 내가 찍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찍는 거였다.
2014.06.24
닷투의 일몰.
거의 처음으로 닷투(주차장)에서 일몰 사진을 찍었다.
여러 면에서 닷투가 닷원보다 근무환경이 좋지만,
불만이 있다면 사무실이 동쪽에 있어서 일몰 보기가 힘들고,
지대도 약간 낮은데 옥상에 갈 수 없어서 일몰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4.06.27
해바라기의 외면.
여긴 조천에 있는 해바라기밭... 여건 상 며칠 전에 공유했던 Breaking the rules 사진을 모사할 수는 없었다.
현재 알기로 제주도에 해바라기밭이 여러 곳이 있다. 모슬포 하모리에 해바라기밭이 있다고 하는데 벌써 반쯤 시들었다고 들었고, 성산 섭지코지 근처에도 밭이 있다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유채꽃밭에서처럼) 돈을 내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그리고 오늘 간 곳은 조천 신촌에 있는 건데, 하모리가 끝물이라면 조천은 나름 북쪽이라서 아직은 덜 핀 상태. 결정적으로 밭 주변에 해바라기들은 아직 제대로 안 폈다.
2014.06.28
우주의 질서.
코스모스에 대한 오랜 기억이 있다. 특별한 기억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가을이 되면 길가에 길게 핀 코스모스를 보면서 등하교를 했다. 지금은 가을이 되어도 그 길에 코스모스가 피지는 않지만,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는 꽃이라는 것이 나의 오랜 상식이었다.
2주 전에 환하게 핀 코스모스를 보고 반가웠다. 2주가 지나 그때 본 꽃들은 모두 지고 새로운 꽃들이 계속 피고 있다. 가을에 피는 꽃이 초여름에 폈다. 내 상식은 완전히 무너졌다.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라 개화 조건이 맞으면 근냥 피는 꽃이다.
cosmos - 명사) 우주, 질서
우주의 질서는 내가 그냥 정한다고 정해지 것이 아니다.
2014.06.29
흔한 동네 뒷산.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생각했지만 많은 것을 남기지는 못했다. 아쉬움에 대한 아쉬움으로 사진을 찍는 것같다는 생각도 했고, 언제나 사람은 어렵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새로움에 대한 필요와 다양함에 대한 갈급함이 커져만 간다.
저 길 끝에 산이 있지 않다. 잠시 길 뒤로 산이 보일 뿐이다. 내가 지금 가는 것이 저 산인지 아니면 그냥 길을 따라 가는 것인지... 산에 갈려면 산에 이르는 길로 가야 한다.
진실은 거짓에 묻히지만 진실이 전혀 없는 거짓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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