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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제주라는 모순의 땅

얼마 전에 제주에 사는 유명한 모 가수가 자신의 삶은 모순됐다라고 블로그에 밝혀서 화제가 됐다. 그 가수에 대한 호불호는 없지만 그냥 지난 주에 그 가수의 집이 있는 곳인 애월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블로그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기사에서 언급한 타이틀정도만 봤기 때문에 뭐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제주라는 땅이 주는 모순을 계속 생각했던 것같다.

단지 짧게 제주에 여행을 와서 유명한 관광지만 돌아다녀보거나 제주에 살면서 여유를 갖지 않고 집/직장 주변만 맴도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을 갖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본 사람들이라면 제주라는 땅 (곳)이 가지는 모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제주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정도가 될 것이다.

6월이면 시기상 여름이다. 시원한 곳을 찾아서 바다로 숲으로 찾아가면 제주는 녹음이 푸르른 여름이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면 여전히 지난 가을의 억새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새삭과 꽃에서 느껴지는 삶의 힘과 누런 억새에서 느껴지는 죽음의 그림자를 동시에 느낀다. 한쪽에서는 보리를 수확하고 다른 쪽에서는 파종에 바쁘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자본을 투입해서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여러 상황에서 대비가 이뤄진다. 짧은 식견으로 죽음과 생명의 대비처럼 보인다. 웃음소리와 신음소리가 공존하는 공간. 활력과 좌절이 공존하는 공간.

처음 제주에 내려왔을 때 집 옆으로 또는 밭 한 가운데 무덤이 있는 것이 참 어색했었다. 지금은 산담에 낀 이끼가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제주의 무덤이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이 겹쳐있는 제주라는 공간을 잘 보여주는 것같다. 4.3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과 4.3을 덮으려는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이상한 곳이다.

누군가는 개인의 삶에서 모순을 경험하지만 제주는 그 자체로 모순의 공간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닌 전체로써의 제주가 갖는 모순이다. 그러나 그런 모순이 비단 제주 뿐이겠는가?

이 순간 이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모든 것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이 장면에서 상반된 많은 감정을 느꼈다. 여기는 과연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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