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도 비슷한 글을 적은 것같지만 요즘 너무 글을 안 적는 듯해서 비슷한 내용을 적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많은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한다. 모든 서비스가 성공했다면 이 글을 적을 이유도 없을 거다.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한다는 말은 대부분의 서비스가 실패했다는 말과 같다. 게중에는 소위 대박을 치는 서비스도 있고 겨우 연명하는 것들도 있을 거다. 물론 그 비율이 높지는 않다. 최근 여러 인수합병 소식을 들으면서 어째서 비슷한 서비스가 어떤 것을 성공하고 다른 것은 그렇지 못한가?를 고민하게 된다.
성공하는 서비스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실패하는 서비스도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나 성공의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든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패의 이유를 철저히 배제한다고 해서 실패를 빗껴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글 뿐만 아니라 여러 글들에서 말하는 성공의 조건이나 실패의 이유는 그저 참조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글에서 밝힌 조건보다는 운빨이 좋아서, 즉 때를 잘 타서 성공한 경우가 더 많은 것같다. 특히 그런 운에 의한 성공의 경우 후속 제품이나 서비스가 비슷한 성공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운에 의한 성공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성공했고 어째서 실패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을 재현하지 못하는 거다. 그저 다음 운이 다가오기를 기다릴 뿐… 기회는 타이밍 싸움이다.
이 글에서 나는 SS = AC + DD라고 적고 싶다. 좌변의 SS는 Successful Service를 뜻하고, 우변의 C와 D는 Concept과 Detail을 뜻한다. 그런데 왜 AC와 DD냐 하면… 먼저 DD부터 시작하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DD다. 즉, Devil’s Detail을 뜻한다. 그리고 서비스의 컨셉이 완벼해야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악마와 대비해서 Angel’s Concept이라고 말장난을 쳤다. 그래서 성공하는 서비스는 천사의 개념을 가지면서 악마의 디테일을 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식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늘 플러스 알파는 중요하다. 플러스 알파가 더 큰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렵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서비스가 출현하지만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 실패하는 것을 보게 된다. 간혹 배경효과 또는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은 배제하고 생각해본다면… 비슷하다는 말은 똑같다는 말이 아니다. 개념이 비슷하지만 실제 조금씩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밴드와 캠프를 들 수 있다. 이 글을 읽은 많은 이들이 밴드는 사용하고 있지만 캠프는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물론 나는 밴드는 사용하지 않고 캠프는 사용해봤지만 거의 쓰지는 않는다. 슬픈 역사가 있다.
둘 사이의 승패는 그 시대를 흐르는 트렌드에 맞는 개념이었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같다. 그리고 밴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캠프만을 봤을 때는 디테일에서도 갈렸을 확률이 높다. 시간에 쫓겨서 너무 나이브하게 대응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재 사용/애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서비스, 즉 개념을 고민할 때 그 서비스가 나타내는 정체성이 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 정체성이 명확하고 사용자와 합쳐져야지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한다. 나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서비스는 아무리 좋아도, 또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더라도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진보적인 관점의 서비스냐 보수적인 관점의 서비스냐에 따라서 양 진영이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거다. 프락치가 아닌 이상은 어쩔 수가 없다. 서비스는 곧 나의 정체성이다. 여러 면에서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종류를 봐도 사람을 구분할 수가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애플이 추구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쟁자의 가치관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역으로 갤럭시 이용자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서비스들이 그렇게 특색없이 차별성없이 생겨났다가 또 그렇게 존재감없이 사라져간다. 때로는 '이거 좀 특이한데' '잘 하면 될 것같다'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등장하지만 디테일에서 부족함을 노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테일은 일종의 완성도지만 단순히 제품의 완성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서 타이밍은 운이라고 말했지만 어떤 측면에서 타이밍도 디테일이다. 흐름을 잘 읽고 즉시에 선보이는 것도 디테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개념이 새롭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만 디테일이 부족해서 꾸준히 사용하지 않는다. 힘이 빠진다는 소리다. 요즘 소비자들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나도 항상 어려움을 겪는 것이지만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항상 천사의 개념과 악마의 디테일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필히 성공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운빨이 최고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성공의 조건을 따른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의 이유를 배제한다고 실패를 피하는 것도 아니다. 하다 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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