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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Like 라이크

최근에 사내에서 추천 시스템과 관련해서 전파교육 및 회의를 하면서 다양한 팀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단순히 내가 알고 있는 추천 시스템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자리였지만 다양한 팀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슈들을 듣게 되었다. 각자 페이스북에는 like 버튼이 많이 눌려지고 다양한 댓글들이 달리는데, 운영하는 서비스에서는 생각만큼 그런 종류의 추천/공감 버튼을 사용자들이 잘 누르지 않는다고 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으나 담아두기 기능도 몇몇 헤비유저들만 사용하고 하루에 발생하는 건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고, 공감/추천 버튼도 인터넷 사용량 (UV/PV)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일반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만큼 라이크나 댓글이 많이 달릴 수가 없다. 관념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글이나 기사를 읽으면 사람들이 추천 버튼을 누를 것같고 화가 나는 글을 보면 댓글을 달아서 분풀이라도 할 것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에서 오는 차이일 수 있다. like에 인색한 나도 가끔 지인들의 글/사진에는 like를 하지만 그냥 페이지에 올라온 컨텐츠에는 보고 웃기만 할 뿐 like를 잘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서는 지인의 글/사진이기 때문에 like를 한다. (표현이 좋지 않지만) "옛다, 관심" 식으로 like 버튼을 누르지만, 그냥 공용 커뮤니티나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그런 라이크/추천의 당위성이 떨어진다. 글쓴이와 독자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에는 라이크/추천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안다.

담아두기 기능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컴텐츠를 담아둔다/북마크를 한다는 것은 정보로써의 가치를 인정하고 추후에 재사용할 때 찾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다음 등의 포털에 올라오는 많은 기사나 재미를 위한 컨텐츠는 정보로써의 가치나 재사용성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간혹 여행정보나 상품/이벤트정보를 얻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남성들에게는) 기사나 컨텐츠를 굳이 담아두고 다시 볼 이유가 별로 없다. 간혹 생활정보/팁이 올라오더라도 굳이 북마크를 해두고 나중에 확인할 일도 없다. 비슷하거나 더 좋은 컨텐츠는 매일 생산되고 있고 몇몇 키워드만 입력하면 바로 검색이 된다. 영어로 된 기사를 읽을 때는 간혹 '나중에 읽기'를 선택하지만 나중에 다시 읽는 경우도 거의 없다.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많은 컨텐츠들은 사실 담아두기를 할 필요성/가치를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간혹 담아주기 기능 자체에 대한 인지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담아두기 기능은 별로 효용이 없다. 물론 헤비유저들은 잘 사용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기능은 만들어둬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락과 조금 연결되는 내용인데, 트위터의 리트윗이나 텁블러의 리블로깅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나만 보기 위해서 담아두는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점은 responsiveness, 즉 반응성이다. 사용자들이 추천을 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담아두기를 했으면 그 이후에 시스템이 이것들에 반응해서 변해야 한다. 사람들이 꾸준히 추천 시스템에서 아이템을 레이팅하는 이유도 그렇게 레이팅을 하고 나면 나중에 (늦어도 하루 이틀 후에) 그것에 반응해서 새로운 것들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시스템 사이의 이런 인터렉션을 기대하고 사람들을 추천 등의 액션을 취한다. 그런데 추천을 해도 댓글을 달아도 스크랩을 해도 시스템은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은 곧바로 그런 액션의 무효용성을 학습하게 되고 흥미를 잃게 된다. 가끔 특정 기사에 댓글 테러가 일어나거나 실시간 이슈어 어뷰징이 발생하는 것도 그렇게 함으로써 실제 댓글많은뉴스에 올라가거나 실시간 이슈어에 등재되기 때문이다. 학습/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행동에 시스템이 반응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위가 계속 발생한다. 그러나 아무리 추천버튼을 누르더라도 그냥 숫자만 하나 올라가는 것에 학습된다면 추후에는 추천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지게 된다.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왜 우리 시스템은 페이스북처럼 많은 라이크나 공유가 일어나지 않는가?를 고민하기에 앞서,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 제대로된 인터렉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만족의 측면의 디자인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의 밀어내기식의 디자인은 제고될 필요가 있다. 간혹 아주 뛰어난 사람이 등장해서 사용자들의 숨은 니즈까지 파악해서 멋진 제품/서비스를 선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애플처럼) 보통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를 먼저 잘 관찰해서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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