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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면서, 학교 후배 (과도 다르고 직접 만나서 얘기한 적도 없으니 그냥 동문정도겠지만... 다른 큰 종합대학교들과 다른 포스텍만의 분위기에서는 과가 다르더라도 일면식이 없더라도 선후배로 불러도 별 무관하다)가 학부생들을 위해서 준비한 강연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대학원 생활을 위한 연구 길잡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1시간 30분으로 다소 길지만, 연구자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분들에게는 유익한 정보라 생각되어 공유합니다. 7학기만에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주저자로 논문 11편을 쓴 강연자의 노하우가 우리같은 일반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강연자의 발표자료와 발표자료에도 인용되었고, 이미 늘리 회자되었던 비슷한 조언들은 다음의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발표를 들으면서 많이 공감한 내용도 있고, 또 연구분야 또는 연구자의 길은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면 더 좋을 것같아서 저의 경험도 -- 이미 많이 얘기했던 것같지만 -- 짧게 적으려 합니다.

저는 운좋게 (= 재수없이) 96년도에 포스텍 산업공학과에 입학해서, 4년만에 정상 졸업하고 (졸업 이수학점이 144였는데,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해도 충분했을 160학점정도 들었던 것같음.), 동대학원에서 2년동안 석사과정을 거쳤고, 박사과정은 4.5년, 그리고 박사후과정으로 1.5년, 이렇게 포항에서 총 12년을 보냈습니다. 운좋게도 박사과정 중에 BK21 지원을 받아서 프리닥 (post-doc의 반대 개념으로 학위과정 중에 외국 나가서 연구하는 것을 pre-doc이라 그냥 불렀음)을 미국 NIST에서 1.5년을 보냈습니다. 석박과정 때는 생산공학, 인터넷, 상호운용성 등을 연구(?)했고, 졸업논문을 쓰면서 그리고 박사후 과정 중에 다뤘단 다양한 머신러닝이나 추천시스템과의 인연으로 지금은 6년째 다음커뮤니케이션 데이터마이닝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할 때는 인간공학 쪽으로 진로를 정할 마음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생산공학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그쪽에 필요한 과목들을 미리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열풍과 함께 연구실의 연구분야도 자연스레 생산시스템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등의 조금 다른 분야의 시스템으로 변경되어서 인터넷 및 상호운용성을 연구했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또 자연스레 머신러닝이나 추천시스템 등으로 연구분야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강연자도 말하지만, 첫 연구 분야는 수동적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도교수님의 관심사가 반영되거나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내용이 바로 연구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해서 진학한 분야지만, 세부사항에서는 좋아하고 잘 하는 것만 할 수가 없는 것이 연구입니다. 경험의 부족으로 전체 연구 맥락을 꿰뚫고 있지 않는 한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어진 연구에 재미를 붙이거나 아니면 연구의 맥락을 빨리 잡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개척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Process Execution이라는 주제로 석사논문을 준비했지만, 결과도 시원치 않았고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게 전체 연구에서 어떤 중요성을 가질지에 대한 감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석사졸업은 했지만, 저널에 처음 제출한 논문은 석사논문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석사논문을 잘 다듬어서 저널에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많은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그냥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면 박사 연구/졸업이 더 지체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만 했을 뻔했습니다. 아닌 것은 빨리 포기/결단하는 것도 연구자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석사2년과 박사 1년 또는 1.5년은 코스웍도 있었지만, 실제 연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몰랐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3년, 3.5년정도를 보내고 나니 연구의 맥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발전 상황은 어느 수준이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니 이것만 조금 보강하면 새로운 연구/논문이 나올 수 있겠다라는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시기가 박사 1년, 1.5년 정도 지난 시점입니다. 당연히 그때까지는 제대로 된 논문 한편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맥을 잡고 나면 연구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아무 것도 모를 때는 많은 것을 해야지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같은데, 맥/감을 잡고 나서는 아주 작은 개선만으로도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학계에서는 특정 수치의 작은 개선에 너무 소모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실제 경우에는 수치화된 최적보다는 가능성 feasibility/viability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불필요하게 허비했다고 생각했던 3년의 시간이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소득이 없던 기간은 아니었습니다. 연구 초기에 성과가 미진하다고 해서 나는 가능성, 재능이 없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구의 우수성 / 논문의 품질을 떠나서 첫번째 논문을 되도록이면 빨리 내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부 천재가 아닌 이상은, 첫 논문을 대게 허술합니다. 나중에 CV를 적을 때 일부러 빼고 싶을 정도로 왜 저런 논문을 적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첫논문이 중요한 것은 일종의 문턱효과 때문입니다. 한동안 시간을 투자했던 연구의 한 사이클이 끝나고 정리를 했다는 것이 논문이라는 결과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하면서의 경험이 다음 연구와 논문 작성에 그대로 밑걸음이 됩니다. 작은 것이라도 만들어봤던 사람과 그냥 큰 것을 상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큰 상상 속에서 작은 것들을 채워가는 것이 이상적이게지만, 보잘 것 없더라도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큰 상상을 실현시키는 첫 걸음입니다.

저는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제품의 품질개선하는 논문을 처음 제출했는데, 이때부터 실제 제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정확히 이때가 박사 진학해서 1년, 1년 반을 보낸 시점이기도 합니다. 첫 연구가 후속연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지만, 이제 연구자의 길에 들어왔노라라고 대외적으로 선포하는 역할은 했습니다. 그리고 논문에 사용된 것을 지금 사용하고는 있지 않지만, 그런 종류의 문제를 만났을 때 이러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은 결실입니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저널에 주저자 논문이 accept 또는 publish되어야지 졸업할 수 있는데, 학위 심사 시에 퍼블리쉬된 유일한 논문이어서 졸업에도 결정적이었습니다. 물론 이후에 여러 편이 막 쏟아 -- 까지는 아니지만 --, 이후에 대부분 개제되었습니다.)

강연자의 말과 같이 특정 분야를 정했다면 (특정 분야를 정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겠지만) 그 분야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연구의 맥과 감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그 분야의 state of the art를 다루는 많은 리뷰논문들과 중요한 논문들을 탐독하면서 한 분야를 정복합니다. 그렇게 쌓은 지식 위에 새로운 것을 조금 더하는 것이 연구이고, 그 결과가 논문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특정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에만 올인하지는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제는 웬만한 분야에서 개발될 수 있는 대부분들이 개발되었습니다. (물론 항상 그렇게 생각했지만, 또 늘 새로운, 더 발전된 것들이 나왔기 때문에 연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융합의 시대입니다. 내가 하는 분야에서 내가 하던 방법으로 계속 파고들어간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우물을 파다보면 파놓은 흙더미이 묻혀버릴 수도 있습니다.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방법론이나 연구결과를 이해하고 그것을 내것과 접목시켜서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 논문을 잘 적으려면... 영어 네이티브로 태어나거나 (발표자처럼) 어릴 때부터 영어권에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유창하게 읽고 이해하시는 분들이라면 네이티브가 아닐 가능성이 90%이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지금부터라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적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논문이나 텍스트북을 읽어보고, 좋은 표현이 있으면 따로 메모해놨다가 다른 곳에 사용해보고, 그리고 틀린 영어더라도 직접 문장을 만들어서 주변에 검토를 받아보고 그런 과정이 필요합니다. 발표자도 언급했던 http://www.phrasebank.manchester.ac.uk/ 같은 사이트에도 그동안 축적된 좋은 표현들이 많이 있고, http://owl.english.purdue.edu/과 같은 다양한 영어작문법을 다루는 곳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돈이 있다면 학술논문을 전문으로 교정해주는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제공하는 것) 서비스를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논문의 분량에 따라서 다르지만, 20장정도면 50~100만원정도였습니다. 국내에도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이 있지만, 사이언틱/아카테미 논문을 많이/전문으로 다루는 외국의 서비스를 처음에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좋은 논문을 좋은 저널에 제출하는데 100만원정도의 비용은 비싼 것이 절대 아닙니다.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들과 교류가 잦지 않은 회사에 취직하신 분들은 졸업과 함께 영어는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개발자 또는 트렌드에 민감한 직군으로 커리어 패스를 정하신 분이라면 적어도 영어 독해에는 마스터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뉴스 등은 비교적 가벼운 영어로 표현되었지만, 많이 사용하는 오픈소스의 사용법 등은 여전히 신뢰할만한 국내 (한글) 자료가 많지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영어로 된 문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학 및 대학원 과정에 배우는 쓸데없는 것들이 나중에 언젠가는 다시 써먹을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당장은 불필요해 보이지만 그 때 배웠던 개념이나 아니면 특정 단어가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후 과정 중에 그냥 논문 편수라도 늘리려고 공부하고 적었던 추천 시스템을 취직해서 몇년이 흐른 지금 실서비스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분야라서 그때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지금 공부해서 바로 써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이라도 어린 나이에 구축해놨던 knowledge base가 더 요긴한 것이 사실입니다. 생산공학과 인터넷 시스템을 연구하면서 머신러닝을 따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냥 작은 관심사에서 시작했던 많은 것들이 연구의 밑거름이 된 경우도 많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니 기회가 있을 때 많은 것들을 제대로 익혀두면 언젠가는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것들을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것도 능력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시간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고 다른 많은 조언도 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서두에 나열한 다른 선배 연구자들의 조언들을 참조하시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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