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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제주오름: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을 오른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홈커밍데이를 핑계삼아 워싱턴 DC로 휴가를 다녀왔고, 그래서 심신이 많이 지쳤있으나 깊어가는 가을날씨를 오피스에 앉아서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요즘 블로그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아부오름 (앞오름)'으로 행선지를 정했으나, 출입제한이라는 무심한 푯말에 '체오름'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체오름 역시 나의 발길을 원하지 않았다. 제대로된 표지석도 없고 울창히 우거진 숲은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듯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이름이 '용눈이오름'이었다. 다랑쉬오름의 설명중에, 다랑쉬오름은 비자림과 용눈이오픔 사이에 있다라는 글을 읽었던 터였다. 용의 눈동자를 닮았다고 붙여진 용눈이오름은 다랑쉬오름과는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왜 지난 번에 두곳 모두 탐사하지 않고, 쓸데없이 기름을 쓰가면서 다시 찾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랑쉬오름에 비하면 크기도 작은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그러나 피로에 지친 30대가 오르기에는 만만찮은 가파름 (뒤쪽 등산로)을 자랑한다. 다랑쉬오름쪽에서 오를 수 있는 정상 등산로를 미처 알지 못한체,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뒤쪽 등산로에 차를 세우고 오름을 올랐다. 그리 높지도 않는 오름이지만 오름은 오름이었다. 시작부터 밀려오는 다리풀림에도 불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의 굼부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데까지 30분 정도면 충분한 짧고 강력한 오름이다. 정상에서 맞이한 바람의 세기를 글로써 표현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등산로시작... 뒤쪽 등산로 입구에서 찍은 용눈이오름의 모습. 보기에는 얕아보이지만 단숨에 오르기에는 절대 만만치가 않다.

정상에 서다... 용눈이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굼부리 모습 등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의 모습 (남쪽사면)... 작은 사진은 뒤쪽등산로 정상에서 바로 보이는 다랑쉬오름

한라산 전경... 용눈이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한라산의 전경... 지난번 다랑쉬오름때보다는 더 선명하게 보인다.

제주의 무덤들... 제주지역 곳곳에는 태고적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이런 무덤들이 많이 있다. 회사 건물 바로 옆에서 이런 무덤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이것들도 제주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모두 제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으리라...

섭지코지... 드라마 '올린' 촬영으로 유명해진 섭지코지의 건물... 용눈이오름/다랑쉬오름에서 채 10km도 떨어져있지 않아서 같이 둘러보았다. 솔로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 그러나 커플이나 가족 여행에서는 사진을 찍기에 적당하니...

오늘날 제주도는 '관광의 도시' '바가지의 도시' '불친절의 도시' 등으로 기억되는 것같다. 그러나 제주도는 역사의 아픔을 간진한 섬이다. 고려 삼별초의 항몽의 기억을 잊은지는 오래다. 죽이지 못해서 살려둔 죄인들의 고향, 유배지 제주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기억일 것이다. 근현대사의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살아가야만하는 사람들이 제주인들이다. 개발의 논리에 앞서서 유지것들에게 착취를 당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짓는 이들이 여기에 있다. 밟혔지만 꿈틀대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제주의 억새와 같이 그런 삶을, 그리고 기억을 가진 곳이 제주이다. 오름의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도 이들의 그 아픔을 달래주지도 못하고 외면하는 것같다. 제주도는 바람도 잠쉬 쉬어가지 앉는 곳인 것같다. ... 여담으로 다랑쉬오름 옆에서 원래 다랑쉬마을이 있었다. 그러나, 4.3 이후에 흔적도 없어 사라졌다고 한다. 역사의 아픔이지만, 이제 치유가 필요할 듯하다. 육지에서 느끼지 못했지만, 제주에 내려온 이후 줄곳 느끼는 것으로 제주인들이 마음에 가진 4.3의 기억과 아픔의 매우 깊은 것같다. 내가 그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은 그들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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