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회의에 들어갔다가 다음의 글을 남겼다.
모든 문제를 리소스 문제로 귀결시키면 결국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 Jeong, Buhwan (@falnlov) July 24, 2013
회사에서 프로젝트가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유가 '리소스가 부족하다'라는 것이다. 기획자는 기획자대로 바쁘고, 개발자는 개발자대로 바쁘기 때문에 짬을 낼 수가 없다고 한다. 윗선에 하소연을 해도 '리소스가 많이 부족한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어쩔 수 없잖아요'라는 응답을 받기가 다반사다. 매주 신입사원들은 계속 들어오고 회사 규모는 점차 커지는데도 리소스 문제는 결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진정 리소스가 부족한 것이 문제일까?
진짜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늘 리소스는 부족하다. 풍요의 시대에 유일한 빈곤은 리소스인지도 모르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리소스 부족은 항상 존재하는 상수지,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변수가 아니다. 그렇기에 리소스 부족을 염두에 두고 조직의 전략이나 프로젝트 일정/계획을 짜야 한다. 모든 일의 경중이나 시급성을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조율하는 것은 리소스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면 '리소스가 부족해서 당장 일을 진행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저는 아무런 전략/계획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실무자들에게 '리소스가 부족해요'는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지만, 결정권자들에게 '리소스가 부족해요'는 자신의 무능 (전략의 부재)을 스스로 증명/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리소스가 부족하다'라고 말할 때 정말로 리소스가 부족한 것인가?도 곱씹어봐야 한다. 자신이 누릴 잉여 시간은 미리 다 빼두고 남는 시간에 할 일을 할당하다보니 시간이 늘 부족하다. 잉여 시간을 누리는 것이 긴장을 풀어주고 창의력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주변을 관찰해보면 (나를 포함해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은 커피를 마시거나 수다를 떨거나 또는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간혹 프로그램이나 상대방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개인용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늘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입에 달고 다닌다. 야근이나 추가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소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늦게 출근하고 가장 먼저 퇴근하는 것도 자주 본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지 않고 무조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좀 아닌 것같다.
물론 기술적으로 100이 필요한 일에 자신의 여유 리소스가 20~30밖에 남지 않아서 100을 온전히 맡기에는 리소스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라면 남는 20~30부터 투입해서 일은 시작하고 리드타임을 좀 길게 잡고 가거나 여유가 생겼을 때 마무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단 없다는 말을 내세우고 시작을 무한정 미루다 보면 결국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리소스가 부족하다는 말로 현재를 회피하면 결국 미래도 없다. 리소스 부족은 항시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많은 경우 실질적인 리소스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부적절한 마인드셋의 문제인 듯하다. 열정의 문제일 수도 있고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다. 꿈꾸게 하고 이루게 하면 또 많은 것이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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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글을 쓰면서 포인터는 나를 가르킨다. 누구를 책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서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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