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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속도와 방향

간혹 TV강연이나 블로그 등에 좋은 글이라고 소개된 것들을 보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목표한 바가 확고하다면 믿고 느리더라도 묵묵히 가라는 메시지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이미 성공했던 사람들의 자기 방어에 불과하다.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는 방향보다 속도가 더 중요하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올바른 방향을 처음부터 알 수가 없다. 재벌가의 자녀로 태어나거나 어릴 적부터 악기나 운동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지 않는 이상 사람이 성공하는 방향을 절대 알 수가 없다. 어느 게 맞는 방향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다.

방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 느림의 미학도 존재하고 완급의 묘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빠를수록 좋다. 처음부터 올바른 방향을 잡았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빨리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고,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 빠르면 빨리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방향을 바로 수정할 수가 있다. 그런데 방향이 중요하니 그곳을 향해서 느리더라도 지치지 말고 나아가라라고 말한다면 그 방향이 맞을 때는 괜찮지만, 만약 방향이 조금이라도 잘못 되었다면 온갖 수고를 다 하고 나서 결국 잘못된 곳에 도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방향이 맞더라도 속도가 느리면 의미가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 100m 달리기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라 속도가 느려서이다.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 방향이 시작이라면 속도는 끝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의미가 있지만, 끝이 없으면 시작의 반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서비스나 제품의 개발 방법론도 방향과 속도에 대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기획 중심의 개발은 방향을 중시하는 방법론이고, 실행 중심의 개발은 속도를 중시하는 방법론이다. 이전 글들에서도 밝혔지만, 개인적으론 (일반적으론) 실행 중심의 개발 방법론이 맞는 것같다. 적은 초기 리소스를 들여서 실험하고 검증해보고 더 큰 리소스를 들려 완성하면 된다. 초기 실패가 전체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된 기획은 자칫 많은 리소스만 허비하고 결국 전체 실패로 귀결될 수가 있다. 물론 잡스와 같이 천재적 기획자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스로 나는 또는 우리 팀은 천재적인가?를 자문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다면 개발, 속도 중심의 접근법을 택할 것을 권한다.

빨리 실패하고 작게 실패하고 많이 실패하는 것이 성공의 밑걸음이 된다. 단, 실패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2013.05.24 작성 / 2013.05.27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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