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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희생하지 마라.

페이스북에 또 주제넘은 짧은 글을 남겼다. 그런 종류의 짧은 글들을 모아서 포스팅을 하나 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이 글 생각이 계속 나서 좀 더 길게 적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일을 할 때 희생이란 단어가 떠오른면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낫다. 희생은 사랑이 아니라 결국 그저 핑계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밤에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아침에 눈을 뜬 후에도 여전히 생각나서 짧게 글을 적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면서 스스로 희생한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특히 (나도 부모님이 계시고 그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지만) 많은 부모들이 스스로 자식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자기 자식들을 위해서 이제껏 쌓은 경력도 포기하고 사회적 지위도 포기하고 다른 많은 재미난 것들을 포기했다/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식들에게 너만 없었으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말하는 자식을 위한 포기, 즉 희생이 과연 희생일까?

이들이 말하는 희생은 그냥 자기 만족일 뿐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 포기했어라고 말하지만 과연 진정 사랑했던 것일까?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희생했기 때문에 그/그녀는 나에게 빚졌다 또는 감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찌 진정한 희생일까? 보상을 바라는 것이나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은 사람으로써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생각나는 순간 (고귀한) 희생의 가치가 떨어진다.

내가 지금 세상의 많은 부모들의 희생/사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더 이상 희생이 아니다라는 말이다. 누군가 (특히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뭔가를 보상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나기 시작하고 아니면 내가 왜 널 위해서 이런 것까지 해야하냐?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 일은 희생/사랑이 아니라 그저 자기 과시이고 나중에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희생은 상대도 편하지 않다. 희생이 희생이 아닐 때 진정 희생이다.

미생 123수의 내용도 조금은 일맥상통한다. 스스로 누군가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해준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마라. 그건 희생이 아니다. 그런 희생은 하지 마라. 생각에서 자유로워라.

(물론 나는 나를 위해서 많은 희생을 해줬던 주변의 많은 분들께 내 최선의 방법으로 보은을 할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희생과 사랑을 베풀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은혜를 입었다면 그걸 갚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성인군자처럼 무조건적 희생을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나는 속물이니 내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길 바란다.)

(2013.05.01 작성 / 2013.05.10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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