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ving Jeju

제주현대미술관 Beyond Realism 그림입니까?전

지난 토요일에 가파도 청보리밭을 다녀온 후에 시간이 남아서 제주도 서쪽 여러 곳 (일성식당, 구가의서 촬영장인 안덕계곡, 이니스프리 제주항우스와 오설록녹차박물관, 성이시돌목장)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저지리에 있는 제주현대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지리의 예술인마을 주변을 예전부터 돌아다녀보고 싶었고, 또 현대미술관은 어떤 걸 전시하고 있을지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3명의 국내 현대미술 화가/작가님들의 작품을 새롭게 전시하는 오프닝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프닝행사에 참석하고 큐레이터님의 설명도 듣고, 강강훈 & 박대조 작가님의 사인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 행사라서 관람료는 무료였지만, 작품을 모두 둘러보고 필받아서 도록까지 구입했습니다. (지금 도록을 사무실에 놔두고 와서 작가님들이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Beyond Realism 그림입니까?전'으로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일단 Beyond Realism이라는 말에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만한 풍경이나 그런 작품은 아니고 추상화가 전시될 것같은 강한 느낌을 받습니다. 현대미술관이기 때문에 현대미술을 전시할테고 그렇다면 대부분 추상화나 초현실주의 작품일 것은 뻔합니다. 괜히 무리해서 어려운 작품을 구경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염려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입니까?'라는 말에서도 어려울 것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그런데 실로 그랬습니다. 전시는 2층 입구에서 강강훈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옆방으로 이동해서 2층과 1층으로 이어지면서 반달 작가님의 그래피티 작품들을 보고, 다시 복도를 지나서 1층과 2층으로 연결되는 공간에서 박대조 작가님의 작품을 감상하는 동선으로 이뤄져있습니다.

참고로 이번 전시회는 2013년 6월 4일까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참조하세요. (사실 홈페이지에 자세한 내용도 없습니다.)

개별 작가님 및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사진 중간중간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큐레이터님의 성함도 들었는데 지금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중에 확인해서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추가. 백남주 큐레이터)

먼저 이번 작품전시회 포스터와 각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설명해주시는 큐레이터님의 사진을 먼저 싣습니다.

순서대로 강강훈, 반달, 박대조 작가님의 전시회 포스터

이번 전시 큐레이터분이 강강훈 작가님의 작품을 설명해주십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분이 반달 작가님의 작품을 설명해주십니다.

이번 전시 큐레이터분이 박대조 작가님의 작품을 설명해주십니다.

제일 먼저 강강훈 작가님의 작품들입니다. 처음 입장했을 때는 그냥 큰 인물 (얼굴) 사진들만 전시장 한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사람 얼굴 사진인데, 얼굴 위에 그림이 그려져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얼굴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 작업을 하시는 분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가까이 가면 한땀한땀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근접 촬영을 해도 그림인 것이 잘 표현되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강강훈 작가님은 그림으로 그릴 인물 사진을 미리 찍어놓고, 선택된 얼굴을 옆에 놔두고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데 작품당 두달 이상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림입니까?'라는 의미를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두번째로 반달 작가님의 작품들입니다. 반달 작가님은 외국에서 담벼락에 낙서를 한 것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작가님입니다. 슬램가 등의 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벽에 멋있는 그림/낙서를 보면서 신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이제는 많이 알려진 듯합니다. 최근에 여러 도시/거리에서 그래피티는 아니지만 그림이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그래피티도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반달 작가님의 작품들은 (아래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추상성이 다소 옅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프닝 행사 중에 반달 작가님께서 그래피티 작업을 시범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피티는 담벼락에 그리기 때문에, 그냥 전시장 벽면에 그래피티 작업을 진행하면 다음 전시회 때 페인트칠을 다시 해서 그림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특별히 긴 천을 벽면에 늘어뜨려놓고 그 위에 그래피티 작업을 하시고, 작품을 영구 보존하는 방벙을 택했습니다.

누군지 아시겠죠?

스프레이만으로 멋진 수묵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박대조 작가님의 작품들입니다. 이것들을 보면서 도록을 구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림의 특징은 모두 어린 아이의 얼굴을 그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의 눈 속을 보면 또 다른 세상의 장면이 들어있습니다.아래의 그림들을 보면 알겠지만, 처음 4개의 작품에는 핵폭탄이 투하되는 장면이나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이 눈 속에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4개의 작품에는 HOPE라는 글귀와 예수님의 형상이 그려져있습니다. 과연 지금 아이들의 눈에 비친 이 세상은 전쟁과 폭력이 넘쳐나는 그런 파괴적인 공간일까요 아니면 예수님의 사랑과 희망이 넘쳐나는 그런 평화의 공간일까요? 그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작품 중에서 눈 부위를 좀 많이 찍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은 단순히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옥이나 비단 등에 작업이 되어있고 뒤쪽에 형광불빛의 색깔이 바뀜에 따라서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그래서 1층 전시실은 어둡습니다.)

핵폭발과 총을 들고 있는 사람

희망과 예수님의 초상

모두 어린이의 얼굴을 그렸지만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서 작품이 완성되어 신비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치 않게 도록까지 구입했지만, 앞으로 오프닝 행사가 있는 날이면 미리 알아보고 찾아가봐야겠습니다. 그냥 혼자서 이 그림들을 둘러봤다면 별로 작품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지고 별 감흥을 못 느끼고 그냥 돌아왔을 법합니다. 그런데 큐레이터분께서 작가님들의 작품세계를 개괄적으로라도 설명해주셔서 그냥 지나쳤다면 볼 수 없었을 것들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의 메인은 강강훈 반달 박대조 작가님의 작품들이지만, 이것들을 어떤 순서로 어떤 구성으로 나열할 것인가는 큐레이터의 작품입니다. 그림 작품뿐만 아니라, 큐레이터/그녀가 왜 이런 순서/구성으로 그림을 전시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작품들을 감상하면 더욱 좋습니다.

P.S., 제주도립미술관에는 현재 샤갈과 피카소 작품 전시회가 진행중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들의 작품이니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재능있는 분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어쩌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특권일 수도 있습니다. 죽은 작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금의 작품에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여지껏 이름에 끌렸지만, 이제 주변의 재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려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