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좋은 것은 혼자 독식하고 나쁜 것은 서로 권하는 그런 이상한 문화 (?)가 있는 듯하다. 대표적으로 책 제목으로도 있는 '술 권하는 사회'다. 술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나 결국은 서로 죽자 식으로 퍼마시기 때문에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사회 분위기를 보면 마시는 술보다는 입술에서 나오는 독설을 더 권하는 듯하다.
방송을 보면 유재석과 김제동으로 대표되는 착한 MC들도 많지만, 이경규 강호동 김구라로 대변되는 강하고 독한 MC들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독한 MC들의 전성시대다. 케이블에 더해서 종편까지 가세하면서 방송은 더욱 독해지고 그런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는 독한 MC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JTBC의 '썰전'은 애초에 독한 입들의 전쟁이란 타이틀로 김구라와 강용석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최근의 흐름은 역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좋으면 좋은 거다' 식의 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역작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화나고 분노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크게 욕도 하고 난동도 부리고 싶은데 괜히 옆에 보는 눈들이 무섭고 체면을 차린다고 고분고분하는 것이 익숙해지다 못해 거의 불문률이 되어버렸다. 점점 개인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런 저런 강한 입들이 등장하니 그들에게 열광하고 그들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하는 것같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런 대리만족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나서는 이들도 꽤 되는 것같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공개적으로 진상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익명성의 뒤에 숨어서 강자행세를 하거나 비슷한 부류들의 커뮤니티 내에서 지랄들을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수많은 악플들이 설마 나를 알아보겠어? 또는 그렇더라도 나한테 찾아와서 해코지하겠어?라는 익명성과 비접촉성에 기반을 두는 것같다. 그리고 일베충으로 대변되는 무리들이 보여주는 형태도 집단 내에서의 광기라는 빈현실성 때문에 가능한 것같다. (물론 오프라인으로의 진출 또는 오프라인 극우 세력과의 조우가 우려된다.) 그런 측면에서는 변듣보는 대단히 용감한 녀석이다.
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사람들끼리 너무 친절하다. 대부분의 회사는 착한 사회 컴플렉스에 걸렸다. (그러다 결국 망한다.) 그러니 회사 내의 누군가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럽더라도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한다. 서비스에 대한 비판은 곧 그것을 만든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계층이 다른 경우에는 이런 인식이 더 심한 것같다. 그러니 맨날 스트레스를 받고 회사 생활은 우울하다. 그러다 간혹 용자가 나타나서 날선 비판을 하면 뒤에서 조용히 혼자서 웃는다. 전면에 나와서 용자를 응원할 용기조차 없다. 그저 뒤에서 '글 잘 읽었어요' '뒤에서 응원할게요'정도의 말밖에 못 한다.
사회는 갈수록 비겁해지고 있다. 독설을 권하지만 자신은 뒤로 숨어버리는 참 편한 세상이다. 자기는 몸을 사리면서 몇몇 용자들에게 독설을 부추긴다. 또 용자는 어리석게 처음 반응이 좋으면 혼자 신나서 더 독한 것을 찾아서 내뱉는다. 그렇게 용자는 처음에 가졌던 이상과 분노는 잊어버리고 그냥 사회에서 똘아이가 되어간다. 그러면 사회는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용자는 용기를 잃고 그냥 대중에 흡수되어버린다. 그렇게 또 다른 용자를 기다린다. 결국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2013.04.25 작성 / 2013.05.02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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