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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당신의 장점이 당신의 치명적인 단점이 될 때

그런 때가 있다.
(오래 전에 제목만 적어놓고 이제 내용을 좀 채워봅니다.)

경영학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읽다보면 자기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히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자신의 단점을 잘 커버해서 보완하라고 충고한다. 이런 뻔한 내용을 읽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정작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케이스도 그닥 많이 볼 수가 없고 역으로 자신의 단점을 잘 커버한 경우도 더물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반론으로 장점극대화와 단점보완에 부정적인 생각을 덧붙이는 것도 종종 본다. 보통은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자신의 장점을 잃어버리거나 한두 개의 장점을 살리느라 단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단점을 잘 보완할 수 있고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가정하자. 나는 못했더라도 누군가는 이걸 잘 활용해서 초사이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운동선수들이 오프시즌 동안 꾸준히 훈련해서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서 다음 시즌을 맞는 경우를 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같지는 않다. 그러나 운동선수의 경우 코치나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이게 가능한 건지도 모르겠다. 역으로 단점보완 때문에 장점이 실종된 경우도 없지 않다. 어쨌든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머리 아프니 단점은 잊어버리고, 장점을 더 잘 살려서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장점을 살린다고 해서 그게 다 좋으냐?는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장점의 게이지가 높으면 좋은 거 아니냐?라고 반문하겠지만, 항상 좋으냐?라고 다시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는 종종 튀는 장점 때문에 자멸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어떤 경우에 장점인 것이 다른 경우에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보통 그렇다. 장점이라는 것도 상황/컨텍스트 디펜던트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특출난 것 때문에 괜히 조직 내에서 위화감을 일으키는 경우도 존재한다. 모든 장점은 역으로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더라도 장점을 무조건 키워는 것은 위험하다. 다양한 상황에서 커진 장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내야 수비만 계속 하던 야구선수가 갑자기 트레이드로 인해서 외야 수비를 봐야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내야 수비에서의 장점이 무용지물이 된다. 어쩌면 외야 수비의 치명적 단점이 될 수가 있다.

오늘 아침에 읽은 유정식님의 '팀원들은 외향적인 직원에게 실망한다'라는 글에서도 이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어떤 사람의 외향성은 많은 경우 장점이 된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쉽게 두루두루 친해지고 조직 내에서 원활유 역할을 해준다. 어쩌면 그래서 위의 글에서처럼 인터뷰에서 면접관들에게 호감을 준다. 자신감 넘치고 시원시원한 그런 면접자를 보면서 면접관은 그 사람이 해야할 업무에서의 능력을 덜 볼 개연성이 높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닐지는 몰라도 면접관들이 면접자의 외향성에 속은 것이다. 역으로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은 면접에서 아무리 업무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면접관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외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의 글/연구에서는 결국 업무능력은 외향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외향성이라는 장점이 업무성과에서 치명적인 단점이 된 경우다. 물론 업무능력이 뛰어난 외향성의 사람들도 많이 있다.

다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면접과 같은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러나 장점에 지나치게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또 단점에 지나치게 나쁜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그 사람의 진정한 능력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장점 때문에 뽑았는데 결국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고, 단점 때문에 안 뽑았는데 다른 곳에서 승승잘구할 수도 있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주변의 특정 상황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아닐 거다.)

(2013.04.12 작성 / 2013.04.17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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