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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그저 그런 사람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문득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만들어졌는데 그냥 평범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때마침 읽고 있는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의 <개성의 힘> 때문에 이런 생각이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하자면 '개성의 힘'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는 첫 장만 읽은 상태입니다. 책의 모두 읽지 않더라도 내용과 결론은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 밤에 미디어오늘에 올라온 이정환 기자님의 "'미생', 장그래가 말하지 않는 것들" 을 읽은 기억 때문에 저런 생각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태호 작가님이 그리는 미생이 직장인들의 필독서가 된지가 오래지만 그동안 그 속에 숨어있는 불편함을 미쳐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저 그 속에서 아등바등거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나나 동료들의 애환만을 생각하고, 그래서 동화되고 응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오직 경쟁 그리고 적자생존만을 외치는 삶의 정글에 갇혀서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서 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오직 살아남겠다는 그 하나의 끝만을 쫓다보니 참다운 나는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고 또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와는 무관하게 모두 나이가 되면 대학에 들어가고 나이가 되면 적당한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그걸로 나는 끝입니다.

SNS에서 어쩌다 알게 된 미술을 전공한 분의 최근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것은 가끔 봤는데 결국 졸업하고 취직해서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듯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지쳐서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년에 밤을 새면서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는 전혀 그런 글을 본 적이 없는데, 졸업한지 그리고 취직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벌써부터 지친다는 글이 눈에 띕니다. 그분은 전공인 미술과 관련된 직장을 구했을까요?

제 주변에는 개발자들이 많아서 컴공과 출신이 많습니다. 컴공과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다른 공대나 자연대 출신들입니다. 어릴 적 꿈이 코딩이 분명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그마나 공학적 지식을 활용해서 (?) 개발을 하고 있지만, 기획자들을 보면 이들이 원했던 삶이 이거였을까?라는 질문을 가끔 던지게 됩니다. 가끔 얘기를 해보면 제가 평소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생소한 학과 졸업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그저 여기서 웹 기획을 하려고 비싼 등록금과 4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는 것일까요? 이들의 업무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어릴 적에 지금의 모습을 꿈꿨을까요? 아니 그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지금의 모습을 그려봤을까요? 그들이 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지금을 예상했을까요?

살면서 헛돈을 많이 썼지만 가장 아깝게 생각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에 있는 모대학에 지원을 하고 논술 등의 본고사를 보면서 들어간 돈이 가장 아깝게 생각됩니다. 원서비, 교통비, 숙식비만 고려해도 당시에 100만원 이상 들어갔고, 여기에 불필요한 논술을 준비한다고 들어간 돈과 시간까지 합친다면 지금도 가끔 그때를 회상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도 아니었고, 설령 합격이 되어 그곳을 다녔더라도 '나'를 만드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그때 들인 노력과 자원이 아깝게 여겨집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된 후부터 커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는 결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는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어서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지원하고 쓸데없이 돈을 낭비했습니다. 저는 평범함을 갖기 위해 돈과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어제 런닝맨에서 송지효와 한혜진의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입은 모습이 이슈가 되었습니다. 최종 미션장소에 모인 군중들이 모두 노란색 아오자이를 입고 있어서 노란색 아오자이를 입은 송지효가 군중 속에 숨을 수 있었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일화에서는 송지효가 군중, 즉 평균에 수렴/적응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군중이 노란색 옷이 아니라 각자 다른 색상의 옷을 입고 있었다면 송지효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군중 속에서 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환경은 늘 변합니다. 만약 모두가 갑자가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이 있었다고 가번한다면 송지효의 노란옷은 결국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놓는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각자가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을 때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유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평범해지기 위해서 다르게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아침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또 하루만큼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난 후라서 아침에 느낌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늘도 나는 나의 다름을 양보하고 그저 평범을 얻기 위해서 시간을 허비한 것같아서 오늘 하루에게 미안합니다.

당신도 지금 그저 평범해지기 위해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고 있지 않나요?

(2013.03.11 작성 / 2013.03.19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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