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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노임팩트? 예스임팩트!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노임팩트맨>이란 책이 있습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저자의 가족은 환경파괴에 영향을 주는 공산품의 소비를 1년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책/다큐멘터리영화에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대인의 필수품인 전기마저도 끊고 지냈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파괴가 극에 달하는 요즘, 참 무모하면서도 대단한 시도입니다.

그런데 몇 달 전인가 (책의 존재를 안 이후) 그냥 노임팩트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이미 자연은 무참히 파괴되었고 그 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치유능력을 믿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모든 파괴가 멈춘다고 해도 제대로 치유가 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년 이상이 예상됩니다.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20년 넘게 폐쇄되어있습니다. 많은 진전은 있었으나 여전히 훼손된 상태입니다.) 벌써 멸종되버린 동식물들도 다수 존재하고,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처럼 비가역 파괴가 발생한 것은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복구가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서 노임팩트 매니페스토는 시도는 참신했지만 모든/많은 사람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별로 파급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임팩트있는 실천입니다. 노임팩트맨에서 보여준 적극적 수동성 (파괴적 소비를 줄이는 행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 능동성 (파괴를 복원하는 행위)에 임해야 한다. 임팩트맨 (환경파괴자)에서 노임팩트맨 (환경비파괴자)로 가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예스임팩트맨 (환경복원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그런 전환에는 뼈를 깎는 수고가 따르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그 결실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난 해 봄에 제주 애월의 해안도로를 걸으면서 그 아름다움에 한 번 놀랐고,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가득한 생활 어업 관광 쓰레기로 넘쳐나는 것에 또 한 놀랐습니다. 무심코 지날 때에는 보지 못했지만 천천히 걸으며 본 해변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여름에 다녀온 알작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동글동글하 돌멩이들이 예뻤는데,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돌맹이보다 밀려온 쓰레기가 더 많았습니다. 어떤 것들은 몇 년이 지나서 이제는 거의 분해되거나 자연의 일부가 된 듯했습니다. 이런 것을 경험할 때마다 사람들을 모아서 청소작업을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실천에 옮기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연히 지난 가을에 한번 캡틴그린이라는 제주 외국인들이 주축이 된 해변정화 행사에 참석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했지만 다른 편으로는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대한국민이 주축이 되지 못하고, 푸른 눈의 이방인들에게 우리의 의무를 넘겨버린 것이 부끄러웠고, 또 그런 행사/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생각으로는 그리고 말로는 성인군자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런 행동을 취하지 못합니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보면서 버린 이들을 욕하면서도 그것을 줍지는 못할망정 내 손에 든 작은 쓰레기는 또 그냥 버리는 이중성을 보입니다. 걸으면 2~30분 걸리는 2km정도 짧은 거리지만 매일 홀로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제 모습이나 전기나 물 등을 그저 허비하기도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여전히 임팩트 동참자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예스임팩트를 주장하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각으로는 노임팩트에 더해서 예스임팩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실천은 미미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작더라도 예스임팩트 실천방법을 고진해 보겠다며 글을 적겠지만 이 글을 적고난 후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깔끔하게 잊고 임팩트맨으로 살아가겠죠? 마치 예배당을 빠져나오면서 태도를 돌변하는 크리스챤의 (기도/말씀과 삶이 분리된) 위선적인 모습입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만이라도 하는 게 어디냐?라며 생색낼 수는 있겠지만, 이런 것은 실천 없는 생각은 생각하지 않은 것보다 못합니다. 실천없는 깨달음은 각성이 아닙니다. 그저 자기 과시일뿐입니다.

그러나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노임팩트 수준에 거칠 듯합니다. 불필요함을 줄이는 것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을 늘려가야 겠습니다. 당장에 떠오른 불필요한 것은 멀티태스킹입니다. 한번에 한가지 일만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불필요한 전등을 소등하는 것정도의 실천입니다. 길을 나서기 전에 도착지점을 미리 숙지해두고 최적의 패스로 가는 것도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노임팩트/예스임팩트의 실천입니다. 산행/산책길을 나서면서 쓰레기 봉투를 가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스임팩트는 비단 환경문제만이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것이 임팩트라면,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청렴하게 살아가는 것이 노임팩트이고, 남의 부정부패마저 고쳐나가는 것이 예스임팩트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시민들 중에 많은 이들이 '나는 배운 게 없다' '나는 힘이 없다'면서 소시민으로 살아갑니다. 법규를 다 지키고 세금 낼 거 다 내면서 그저 착하게 살아갑니다. 존재도 의미도 없이 그냥 노임팩트 시민으로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런 노임팩트 시민이 미덕으로 받아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불확실한 시대에 그저 그런 노임팩트의 삶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지난 연말에 기쁜 소식이 있었다면 어쩌면 지금쯤 더 참여적인 시민들로 거듭났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도 못내 아쉽습니다.

(2013.01.17 작성 / 2013.01.29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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