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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Jeju

[제주도/애월] 하가리 돌담길

늘 그렇듯이 주말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뭘 먹지?와 오늘은 뭘 하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토요일이면 하루 종일 돌아다닐 수 있어서 멀리 드라이브 가서 시간보내고 오면 되는데, 일요일은 오후만 시간이 되어 선택의 폭이 더 좁습니다. 오늘도 아침에 정신이 든 후로 뭘하지와 뭘먹지가 고민이었는데, 예전에 들었던 애월의 돌담길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하가리의 돌담길에 대한 글들이 있어서, 예배 후에 하가리로 바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인터넷에는 여름에 비오는 날 찍은 쨍한 사진들이어서 엄청 기대했는데 (참고글), 오늘은 흐린 겨울이라 인터넷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내가 갔던 곳이 인터넷에서 봤던 그곳이 맞나?라는 생각도 할만큼 분위기가 너무 음산했습니다. 하가리 돌담길은 문화재로 등록하려고 했는데, 주민들의 반발로 등록이 보류되었다고 합니다. (참고글) 문화재로 등록되면 재건축 등에서 여러 불이익을 당합니다. 제 고향집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서 오래된 집도 제대로 새로 짓지 못하는 그런 불편함을 겪었기에 하가리 주민들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물론 무분별한 개발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의 질과 불편에 대한 보완책/보상책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정에서처럼 자연이 파괴되는 그런 무분별한 개발은 지양되어야 하지만,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도 없는 제한구역지정도 조심해야 합니다. 잠시 딴소리 좀 했습니다. 오는 7월에 연화지 연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서 다시 하가리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오늘의 음산함과는 조금 다른 활기찬 시골마을의 돌담길을 기대합니다.

오래 전에 세워진 전봇대는 더이상 제 기능은 하지 못하고 그저 담쟁이들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하가리 마을 내에 고목들이 마을 주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마을 회관의 경로당에 모이지만 여름에는 이 나무 아래에서 이 마을의 이야기/역사가 이어지겠지요?

마을 내에 초가 한채가 보호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그저 주기적으로 초가만 한겹씩 덧씌울 뿐입니다. 제주도에는 논벼가 없어 초가지붕은 대부분 새로 만듭니다.

제주의 초가는 지붕보다 돌벽/돌담이 더 특징적입니다. 여름에는 바람이 통해서 시원하고, 겨울에는 바람이 통해서 춥습니다.

초가, 돌담, 귤나무가 어우러진 하가리의 모습.

오래된 시멘트벽에 금이 가있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돌담을 만들었다면 더 운치라도 있을텐데... 일제강점기 때 미륵사지석탑을 고칠 때 자신들의 신기술을 보여준다고 시멘트로 보강작업을 했는데, 그것이 현재는 탑의 원형을 파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제주에서 돌담에 덧댄 시멘트를 보면 미륵사지석탑이 자꾸 생각납니다.

제주는 겨울에도 생명력이 넘칩니다. 돌담길 옆으로 양배추나 마늘 등의 다양한 것들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늘에서 비를 내려줘야지만이 식물을 키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밭마다 저렇게 스프링클러가 다 설치되어있었습니다.

오래된 나무와 오래된 돌담 사이의 경계가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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