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 주제의 글을 또 적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최근에 오프라인에서의 페스티벌에 대한 동경과 온-오프-올라인의 믹스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면서 결국 우리의 스마트폰 이용 및 소셜액티비티에 대한 현상 정리는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것은 아니고 평소에 생활모습을 적으려 합니다.
인터넷과 SNS의 등장으로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져서 세상 좋아졌다는 얘기는 많이 듣습니다. 특히 동기화된 전화에 비해서 비동기식의 이메일이나 SNS 멘션은 즉시성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자신만의 영역은 지키면서 또 다양한 사회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익숙해질수록 근거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서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지만 금새 어색해져서 눈 앞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눈 밖에 있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자고 받기 바쁩니다. 그러다가 간혹 재미있는 뉴스나 그림이라도 찾으면 그때 잠시 '이거 웃기네' 식으로 짧은 대화가 이어지고, 또 흥미를 잃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대화거리를 찾아나섭니다.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 이후에 오프라인에서의 대화단절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습니다. 검색창에서 '스마트폰 대화단절'만 입력해도 수많은 뉴스기사와 블로그포스팅을 접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였지만 나도 이 주제를 다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매일 IT/기술 분야의 다양한 이슈를 재미있는 만화로 보여주는 The Joy of Tech에 올라온 아래의 4컷짜리 만화를 본 직후였습니다. 만화 속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소셜미디어 관련 컨퍼런스에서 연사는 '이제 소셜미디어에 대한 피로도가 증가해서 그 사용량이 많이 줄 것다. 대신 실생활에서의 소셜액티비티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 것이다.'라고 발표를 끝마칩니다. 그러나 컨퍼런스 청중들은 연사의 결론과는 반대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느라 아무도 연사의 강연에 주목하지 않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보는 순간 저의 생활을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주변의 이야기에 앞서서 '스마트폰 대화단절'로 찾은 몇 건의 뉴스기사 및 풍자그림을 먼저 소개합니다. 첫번째 기사/그림은 1984년도 (빅브라더가 나타난다고 경고되었던 그 년도)의 아이들은 공원에 모여서 서로 함께 뛰어놀고 있지만, 2012년 현재의 아이들은 모두 그늘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문자만 주고 받고 있는 광경을 풍자했습니다. (1984 VS 2012 아이들, 대화단절-스마트폰의 폐해 씁쓸) 두번째 기사/그림은 인기시트콤 프렌드의 한 장면을 2005년과 2011년판으로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카페에 모여서 서로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는데, 2011년에는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가 단절된 모습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난 후 "완전 공감…쓸쓸하네") 그리고 2011년도에 작성된 시사오늘의 기사에 나오는 장면은 어느 곳에서나 보는 우리의 일상 모습입니다. (소통 위한 스마트폰? 오히려 소통 단절) 검색을 해보면 더 많은 비슷한 기사/풍자들이 넘쳐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입니다. 물론 안면/친분이 없는 이들과의 어색한 만남에서는 그들을 엮어줄 사람이 오기 전에는 스마트폰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돌던 축구시합 직전의 두 선수간의 만남 후, 급 텍스팅을 보여주는 사진이 생각납니다. 해당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네요.ㅠ)
스마트폰/SNS를 사용하는 사람은 내 얘기네하고 말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오프라인 모임에서 친구들이 스마트폰/SNS에 빠져있어서 대화가 잘 안 되었던 경험은 모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같이 말주변이 별로 없는 사람은 오프라인 대화가 참 어렵습니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이야기거리를 꺼내기도 힘들기 때문에, 그냥 혼자서 스마트폰 속으로 머리를 푹 쳐박아 버립니다. 대학원 재학 시절에 누군가 회식 장소에서 구라를 치면 바로 내기를 걸고 연구실로 돌아와서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던 때가 불과 10년 전의 이야기/상황인데, 요즘은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바로 검증받기 때문에 그런 재미도 없습니다. 때로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검색으로 사실확인 후에 대화를 이어가기 때문에 유도리없이 딱딱한 대화만 이어집니다.
요즘은 겨울이라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 1층 로비에서 커피동호회 모임을 매일 갖습니다. 여름에는 땀흘려 운동했으니 겨울에는 커피로 보양해야겠지요. 매일 7~8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집에서 직접 볶아온 커피로 드립을 해서 마십니다. 그런데 어제 본 얼굴이 오늘 또 모이고, 또 내일 또 보고 그런 날이 이어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큰 이슈가 생기거나 새로운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으면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다고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 누가 공돌이들 아니랄까봐 -- 새로 구입한 기기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최근에는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한 친구들은 폰이 꼬질다는 얘기도 매일 늘어놓고, 아이폰5로 간 사람은 은근히 그런 불평을 즐깁니다. 약 1시간의 모임 중에 대부분은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려다보거나 스마트폰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꼴에 여가시간이라고 해서 업무 관련된 얘기는 안 꺼냅니다. 이런 지루한 모임이 봄이 올 때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그래도 비업무적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교회에 가면 예전에는 조는 사람이 고개를 숙였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을 확인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저도 설교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스마트폰의 유혹을 완전히 끊지는 못합니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뉴스를 확인해봐도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뉴스가 나오는 경우도 없습니다. 주일의 특성상 뉴스 업데이트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있을까 싶어서 5분, 10분마다 주기적으로 아이폰을 집어듭니다. 스마트폰이 하나님을 대신했습니다. 회의중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파트를 모두 얘기했으면 으레 스마트폰을 집어듭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다가 나중에 다시 물어보거나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글 위주지만 핀터레스트는 사진 중심이라서 관심있는 보드들을 팔로잉해두면 시간보내기에 참 좋아서, 군중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동료의 집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다행히 카톡/마플 등의 메시지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게중에는 시도때도 없이 메시지 알람이 울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의 중심에 스마트폰이 있습니다.
글을 적다보니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장이 생각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한 라이프를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가 스마트폰에 매여지내는 것을 풍자한 그림입니다.
분명 우리는 함께 모였는데, 딱 여기까지입니다. 물리적으로 모여있지만 마음은 먼 곳을 향합니다.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