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과만을 보면 허탈하지만 전체 과정을 보면 참 의미있는 유쾌한 이벤트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그리고 생각할 많은 것들이 있지만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되었던 분들을 보면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이슈가 된 사람은 대통령 후보들 보다는 안철수 교수님일 듯합니다. 20대를 중심으로 소위 말하는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낀 많은 다른 세대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독립 후보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왜 유독 20대에서 더 크게 나타났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습니다. 강남 아주머니들도 안철수를 선호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네들 입장에서는 자기들 자식도 그와 같이 의사, CEO, 또는 교수가 되는 것에 대한 욕망의 투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20대들이 안철수를 롤모델로 삼아서 나도 의사/CEO/교수가 되어야겠다라고 꿈을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롤모델도 많이 있고, 또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그네들에게 현실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제시해준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20대에 나타난 안풍이 일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최근 몇년동안 박경철, 김제동님과 함께 한 청춘콘서트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청춘콘서트에서는 단순히 유명 강사로써 대학생들 앞에 선 것이 아닙니다. 그는 대학생들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들어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펼쳤습니다. 누군가에게 어떤 목표를 정해주고 그곳에 가도록 이끌거나 독려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방황하는 젊은이들과 대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안철수는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아니라 젊은이들의 멘토의 역할을 했습니다. '멘토링'이 바로 이 시대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하나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의 목표를 정하고 팀원들을 이끌어서 목표를 해결하는 전통적인 모습의 관리자 또는 리더는 이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리더가 조직원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민을 모두 들어주고 공감을 해줄 수는 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문제해결자보다는 문제공감자를 필요로 합니다. 공감의 시대를 살면서 나의 생각을 들어주고 동감해주는 그런 멘토를 원하고 있습니다.
대선의 막바지에 그리고 대선이 끝난 이후에 이슈가 된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님입니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그에게 젊은이들은 열광했습니다.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원칙을 지켰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대선 이후에 그가 보여줬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에 허탈하고 가슴이 뻥 뚫린 젊은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기 위해서 추운 날씨에도 길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해주신 모습에 젊은이들이 반했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리더에게서 그런 아픔의 치유자의 모습을 원합니다. 요즘 대세어로 떠오르는 '힐링'이 바로 이 시대의 리더의 자격입니다. 진영의 논리 때문에 또는 상대를 꼭 이기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네가티브전을 펼친 꼰대들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자신들의 아픔을 순전히 위로해주는 이에게 자연히 눈과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스스로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고 또 자신도 마음을 추스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주변의 아픈 이들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 리더의 자격입니다. 위선이 아닌 참선을 원합니다. 그것이 모든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힐링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님의 모습에서도 새시대의 리더의 모습을 봤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님의 연설에서는 생각이 다른 이를 포용하는 모습을 봤고, 이은미 님의 연설에서는 개인과의 사소한 약속도 잊지 않고 챙기는 모습을 봤고, 정혜신 박사님의 연설에서는 소외계층의 아픔을 안아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유세 마지막 날에는 바쁜 이동 중에도 그동안 지지해줬던 각종 인터넷 게시판의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동영상을 찍어올려주는 모습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여러 모습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저는 '포용'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경청/수용하고 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아픔을 안아주고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포용입니다. 아래에서 모아진 의견을 수용하는 것, 외부의 다양한 비판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난 후에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 이런 것들도 다름은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너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서 참견하게 되는 마이크로 매니징에 빠지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멘토링, 힐링, 포용을 이 시대의 리더들이 갖춰야할 덕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껏 우리가 생각했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와는 많이 다릅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도 바뀌었으니 리더의 모습도 바뀌는 것이 당연합니다. 전략적 목표를 정하는 것을 굳이 리더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략 담당자/팀을 두면 해결됩니다. 조직을 효과/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그 역할을 할 담당 팀을 두면 해결이 됩니다. 그 외에도 조직에서 필요한 많은 전략, 전술적인 업무들은 모두 전문가들에게 맡겨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기더라도 그 조직원 개개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케어하는 것만큼은 다른 이에게 맡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개개인을 케어하는 것이 요즘 말로 하면 멘토링이고 힐링입니다. 결국 이성적인 능력보다 감성적이고 사회적인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역으로 이 시대가 거부하는 리더십으로는 불통, 권위주의, 꼰대의식, 실체가 없는 이미지 (imaginary, not visionary) 등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는 들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