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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p

인터넷, 오프라인을 품어라.

이 글을 적기에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는 존재의 흔적이라도 남기는 것이 더 의미가 있는 것같아서 적습니다. 오히려 이미 지난 일을 다루기에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일이 아니기에 그냥 헛소리에 지날지도 모릅니다. 지나간 하나의 과거를 바탕으로 가능한 많은 미래 중에 하나를 상상한다는 것은 너무 무모합니다. 그러나 식자라면 그리고 화자라면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냥 묻어두는 것은 이 시대, 세상, 세대에 대한 죄가 될 겁니다.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해야 하고, 글을 적는 사람은 글을 적어야 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에 죄를 남기지 않는 길입니다. 미천한 헛소리고 어리석은 상상이지만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이고 눈 있는 자는 볼 것입니다.

90년대 중후반, 그러니까 약 15년 전에 인터넷이라는 것이 우리 삶으로 스며들던 그 시절에는 모든 사업 (그냥 '사업'으로 통칭하겠음)이 무조건 온라인을 품어야 성공한다는 그런 의식이 팽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IMF 경기침체에서 명퇴,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또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허황된 꿈을 쫓아서 벤처붐이 일고 그런 신생 IT벤처의 버블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 당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들은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 BM도 없으면서 그저 오프라인의 매장을 단순히 온라인에 올려놓기만 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고, 또 그런 기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당시에 참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URL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들보다도 더 다양한 서비스들이 당시에 존재했던 것같습니다. 그 당시의 그런 분위기를 한 문장으로 '오프라인, 온라인을 품다' 정도로 정리하면 될 듯합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시작한 오프라인사업의 온라인화는 버블붕괴라는 비참한 현실에서 우후죽순 생겼던 서비스들이 일순간에 정리되었습니다. 그런 충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기업들이 향후 10년을 지배했습니다. 구글은 승승장구했고, 아마존은 흑자전환을 이뤘고, 이베이는 여전히 전자상거래의 대명사로 남아있습니다. 구글은 오프라인의 BM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기존의 오프라인모델을 (순전히) 온라인모델로 성공적으로 전향한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다음과 네이버로 대표되는 순전히 인터넷 기반의 포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포스퀘어 등과 같이 시간, 공간, 인간의 컨텍스트 정보를 잘 활용한 실시간, 위치기반, 소셜서비스들이 등장한 오늘날에는 15년 전의 조류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냥 정보만 어찌 잘 전달해주면 되던 시절에는 온라인을 품는 것이 성공의 열쇠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잡음이 많이 들립니다. 검색으로 대표되는 포털 사업의 정체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그동안 비인터넷 인구들이 인터넷 인구로 전환되면서 무한 성장하던 인터넷 사업들이 이제는 잉여 비인터넷 인구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인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이제는 제한된 시장/파이를 서로 나눠먹는 점유율 싸움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런 시점에 저는 당당히 주장합니다. 이제 인터넷은 온라인을 버려야 한다고... 인터넷이 온라인이고, 온라인이 인터넷인데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인터넷 사업이 그저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15년 전과 반대의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할 때입니다. 이제 다시 인터넷이 오프라인을 품어야할 때입니다. 모바일과 컨텍스트는 오프라인과 떼내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모바일과 문맥이 더 중요해지면서 기존의 온라인 사업모델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은 그저 인터넷이 일상의 삶을 대행해주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일상의 삶과 더 긴밀하게 밀착될 시점입니다. 그 선봉장이 모바일이고, 그 무기가 바로 문맥정보입니다.

모바일과 문맥의 시대에는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라는 말이 좀 무색합니다. 그래서 다른 'X라인' 용어를 새각해봤는데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업라인 up-line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깨어있는 (wake-up) 모든 순간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잠들어있는 시간에도 우리가 인터넷과 끊어져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주시하고, 잠시 깨어서도 이메일이나 트위터 멘션을 확인하는 오늘날을 생각하면 단지 의식적으로 눈을 뜬 업 up된 순간만 인터넷에 연결되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올라인 all-line이라는 용어를 생각해봤습니다. always-line이라는 의미가 될 듯하니 그냥 alline이라 명명하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의식적으로 깨어있던 그렇지 않던 모든 순간에 우리는 인터넷과 연결된 그런 순간을 잘 표현해주는 듯합니다. 올라인 순간에는 오프라인이 존재하지 않고, 또 별도로 온라인을 구분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삶의 전부가 라인에 연결되어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모바일은 그저 온/오프라인에서 올라인으로 넘어가는 중간단계입니다. 더 큰 변화가 앞으로 존재할 듯합니다.

검색광고나 배너 디스플레이 광고로 먹고 사는 포털은 이 사실을 빨리 각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템 판매로 밥줄을 연명하는 게임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모바일의 시대에 당황해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올라인 시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할지 참 걱정입니다. 최근 '제주 다음인 마을을 꿈꾸며...'라는 글에서 인터넷이 오프라인을 품는 조금의 힌트가 들어있습니다. 오프라인 사업들이 온라인으로 넘어갔듯이, 역으로 온라인 사업들이 이제 오프라인으로 재유입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포털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모바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보다는 여전히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검색광고, 배너광고, 아이템판매라는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과 문맥의 도전은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더 큰 충격이 조만간 옵니다. ('조만간'이 언제냐는...?) 증강현실 AR이 어떤 면에서 오프라인을 제대로 품으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가진 것이 힘이던 시절은 이제 종말을 고하고 있습니다. 그 정보를 이제 실제 우리의 삶인 오프라인에 적용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문제는 어렵지만 의외로 답은 쉬울 수가 있습니다. 그냥 이대로 망해보면 답이 보일테니... 그러나 그 전에 답을 찾기를 바랍니다.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 감을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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