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글을 적어야지라고 마음 먹었던 주제의 글을 그냥 적어볼까 합니다. 딱 두달 전에 이 표현을 들었고, 한달 전에 한번 더 들었을 때부터 글을 적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글을 어떻게 전개해야할지에 대한 감도 없었고 또 어떤 내용으로 채워넣어야할지에 대한 감도 없었기에 자연스레 계속 미뤄왔던 주제입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미디어, 특히 매스미디어가 아닌가 합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전파되는 많은 정보들은 그냥 진실이 되어버리고, 또는 그런 매스미디어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은 또 그렇게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버립니다. 어떤 것은 미디어에 의해서 간택되어서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고 또 어떤 것은 미디어의 저주를 받아서 그 반대의 길을 가게 됩니다. 미디어의 힘은 참 무섭습니다.
이 주제의 글을 적게 되면 반드시 언급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MBC의 <나는 가수다>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가수를 통해서 소개되는 별로 유명하지 않는 가수들의 이야기입니다. 두달전에 처음으로 <국카스텐>이라는 락밴드고 소개되었습니다. 그 전에 SNS를 통해서 이름정도만 들어봤던 밴드인데 지금은 전국구 밴드가 되었습니다. 더 최근에는 <소향>이라는 CCM 가수도 있습니다. CCM 계는 거의 평정을 했던 가수인데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박정현, 김범수, 정인, 정엽, JK김동욱, 김연우 등도 아직은 누군가의 가슴 속에는 남아있지만 대중의 관심에서는 조금씩 멀어진 그들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나가수의 힘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스미디어의 힘이었습니다. 논란의 대상으로 더 이슈가 된 적우의 경우도 경우야 어찌되었든간에 매스미디어의 간택의 효과를 제대로 누린 경우입니다. 나가수 뿐만 아닙니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탄생>, <탑밴드> 등의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소개되는 많은 일반인 또는 그저그런 (실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잘 안 알려진) 사람들도 이슈가 됩니다. 모두 미디어의 간택 효과입니다.
한달 전에 GET (Great Escape Tour)의 공연에 참석한 이야기를 길게 적었습니다. GET의 메인 이벤트인 락밴드 공연을 보면서 더욱 더 미디어의 간택에 대한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GET공연에는 크라잉넛, 게이트플라워즈, 브로컨발렌타인이 참가했습니다. 크라잉넛은 원래 유명했던 인디그룹이니 생략하고, 나머지 두 밴드의 실력이 국카스텐의 그것에 비해서 뒤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국카스텐과 게플/브발의 위치의 차이는 너무 커 보입니다. 게플과 브발의 경우에도 탑밴드 1차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나마 대중에 알려진 상태입니다. (저는 탑밴드1을 보지 못해서, 위의 두 밴드는 말그대로 저에게는 듣보잡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인디밴드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실력이나 열정이 국카스텐의 그것보다 뒤진다고 말한다면 큰 실례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인지도 면에서는 한참 뒤집니다. 물론 인디밴드를 넘어섰던 부활, 윤밴, 자우림 등의 밴드는 국카스텐의 인지도를 훨씬 더 뛰어넘습니다.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니 뭐니 그런 수식어가 붙는 대표그룹/밴드들을 그냥 인디밴드와 동일선상에 놓고 말을 하는 것은 실례인줄 압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음악에 문외한 일반인이 보기에/듣기에는 그들의 실력차가 그렇게 확연하게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프로와 아마의 실력차는 매우 큽니다. 어쩌면 프로와 아마의 실력차는 각 개인의 타고난 소질보다는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서 투자했던 시간과 돈 그리고 주변의 지원 등의 차이인지도 모릅니다. (부활이나 윤밴 등의 탑밴드들을 이 글에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실력이 대동소이한 두 개의 밴드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밴드는 전국구 스타가 되었고, 다른 한 밴드는 그냥 동네의 카페에서 공연을 합니다. 한 밴드는 수백, 수천만씩의 공연개런티를 요구하지만, 다른 밴드는 하루 한끼니를 떼우기 위해서 굽신거려야 합니다. 한 밴드는 전용 밴을 타고 이동하지만 다른 밴드는 지하철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2, 3시간을 걸어야 합니다. 이런 확연한 차이는 그들의 실력이나 열정의 차이가 아닙니다. 그저 한 밴드는 미디어의 간택을 받았고, 나머지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조선시대 때 수많은 무수리 중에서 왕의 간택을 받은 이는 극히 제한되어있었듯이... 어쩌면 요즘의 매스미디어는 왕조시대의 왕/황제보다 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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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처음 이 글을 시작했다가 내용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문제 또는 현상에 대한 대안까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할 것같아서 잠시 글을 비공개로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으러 들렀던 아루요라는 식당 때문에 이 글을 더 이어나가야겠습니다. 아루요는 제주도 유수암에 위치한 식당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가츠동이나 나가사키짬뽕 등의 간단한 일식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일전에도 두번 들러서 나가사키짬뽕을 먹은 적이 있지만, 오늘은 좀 특별했습니다. 바로 어제 올리브TV에서 방영한 마스터 세프 코리아 (마세코)에서 우승하신 김승민씨가 아루요의 주인장입니다. 한동안 식당을 닫았다는 얘기에 가보지 않았는데, TV프로그램에서 우승했다길래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아루요는 겨우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식당입니다. 이전까지 아루요는 아름아름 알아서 찾아와서 단골이 된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곳이었습니다. 손님이 많이 찾아왔지만 그래도 줄을 서면서까지 식사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경에 식당에 도착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가운데도 벌써 10여대의 차가 주차장에 주차되어있고 줄이 길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도착하자 마자 식재료가 떨어져서 점심손님을 더이상 받지 않는다는 팻말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는 손님들은 모두 주방장님과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TV에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 때문에 갑자기 제주의 대표 맛집으로 등극했습니다. 미디어의 위력을 또 실감했습니다.
GET/제주바람의 곰사장님은 이런 미디어의 간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바이럴마케팅을 펼치고, 여행참가신청 및 공연티켓 판매도 onoffmix와 같은 벤쳐 스타트업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주 지역 회사들의 후원/제휴를 맺고, 지역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와 연계해서 할인티켓을 판매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곰사장님은 GET 마케팅의 기본을 매스미디어가 아닌 소셜미디어에 의존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에 한번 참석했던 분들이 친구들에게 여행에서의 좋은 경험을 공유해서 더 많은 친구들이 다음 여행이나 공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전형적인 바이럴마케팅, 나쁘게 표현하면 다단계/피라미드마케팅을 펼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회 여행에서는 여행객들 외에 SBS 다큐팀,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님, 그리고 한겨레의 이정연 기자님이 동행했습니다. (2회 여행은 이미 방송 및 기사화되었습니다. SBS방송, 한겨레 기사, 시사인 기사) 그리고 제휴/후원을 맺은 다음뮤직을 통해서 여행참가이벤트 (3회이벤트)를 실시하고, 웹진 '보다'의 전문 편집가님의 여행후기도 다음뮤직Bar에 올라와 있습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에서 벗어나보겠다고 말했지만 또 그런 매스미디어의 혜택을 받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락밴드 공연에는 보통 3개팀이 참가합니다. 참여하는 팀들도 적어도 1팀은 전국적으로 이름이 난 그룹 (1회 때는 델리스파이스, 2회 때는 크라잉넛, 그리고 3회 때는 밴드 강산에, 그리고 8월에 있는 4회 여행은 더욱 풍성하다고 합니다. 장기하와 얼굴들도 참여한다는 얘기가...)이 참여하고, 또 나머지 그룹들도 KBS의 탑밴드에 출연했던 그룹들 (게이트플라워즈, 브로컨발렌타인, 그리고 피터펜컴플렉스)이 참가했습니다. 그냥 이름없지만 실력있는 뮤지션이 아니라, 그래도 이미 매체를 통해서 얼굴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이들이 참가합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자생하고 싶지만 그래도 매스미디어의 간택을 받아서 조금이라도 혜택을 얻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매스미디어가 주는 많은 혜택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폐단도 우리는 경험합니다. 매스 미디어가 항상 옳은 길로만 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연 인터넷 시대의 소셜미디어나 개인 관계망 SNS 등을 통해서 매스 미디어의 폐단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여론의 민주화를 이룰 수가 있을까요? 정치의 민주화나 경제의 민주화보다 더 쉬운 방법이 여론의 민주화로 생각이 되지만, 악질적인 매스 미디어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론의 민주화가 진정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